남경필-원희룡, 파격 연정 한달째 누가 더...?
제주, 파격인사한 시민단체 출신 제주시장 불법 의혹 퇴진
경기, 김진표 공통공약 발표 성과 인사청문회는 제자리
6기 지방자치가 출범한 지 1개월이 지났지만, 경기도와 제주특별자치도의 연정(연립정부) 실험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비관적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연정이라는 파격 카드를 처음 꺼내든 것은 원희룡 제주도지사다. 원 지사는 당선 직후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였던 신구범 전 지사에게 인수위원장직을 제안했다. 새정치연합 제주도당의 반대로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신 전 지사는 원 지사의 인수위에 합류했고, 이때까지 연정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연정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원 지사는 새정치연합 측에 정책 협의와 인물 추천을 제안했으나, 새정치연합 측은 책임정치 구현이 우선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특히 원 지사가 차선책으로 택한 ‘이지훈’ 카드가 실패로 끝나면서 연정 실현은 지방선거 이후 2개월 넘도록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특별자치지역으로 분류돼 도지사가 행정시장에 대한 인사권을 가진다. 이에 원 지사는 시민사회단체 출신인 이지훈 전 지역희망디자인센터 대표이사를 제주시장으로 낙점하는 나름의 파격인사를 단행했으나, 이 전 대표는 각종 특혜와 불법 의혹에 휩싸여 취임 1개월 만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에 따라 원 지사의 향후 행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일각에서는 원 지사가 주로 중앙정치 무대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지역 실정을 모르고, 지역 내 인재 풀이 좁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연정과 별개로 야권의 협조 없이는 앞으로 도정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나마 경기도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당선 직후 ‘사회통합부지사’를 신설해 야당에 추천권을 주고, 경기도시공사와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등 도내 4대 공공기관장 인선 시 인사청문회를 도입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도의회 내 정책협의회를 구성해 여야를 초월한 협치를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남 지사의 이 같은 시도는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 정책협의회는 이달 초 남 지사와 새정치연합 경기지사 후보였던 김진표 전 의원의 공통 공약을 추려 20개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 남 지사는 지난 6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도의회에서 야당이 다수당이면서 좀 밀어붙였던 4대 조례안이 있다. 이것을 놓고 몸싸움도 벌어지고 갈등이 심했다”며 “이번에 양쪽이 서로 한 발짝씩 물러나면서 앞으로 추진하되, 무리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나중에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사회통합부지사 추천, 공공기관장 인사청문회 등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뚜렷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사회통합부지사 추천과 관련해서는 새정치연합 내에서 아직까지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고, 인사청문회 도입을 놓고는 개최 방식과 공개 범위 등을 둘러싸고 여야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밖에 부산에서는 서병수 부산시장이 취임 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을 만나 부산 발전을 위한 초당적인 협조를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상적 측면에선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워"
이처럼 두 도지사의 시도가 만족할만한 결과를 내지 못하면서 당초 지방자치의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는 기대는 점차 우려와 부정적 전망으로 바뀌는 추세다.
강황성 건국대 교수는 13일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연정이라는 것이 주민의 입장에서, 지방 행정의 원활한 추진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강 교수는 “가장 큰 이유는 중앙정치다. 지방자치단체장, 특히 광역단체장이 아직까지 중앙정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연정을 통한 원활한 조정과 양보, 타협이 구현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시도 자체는 바람직한 모습이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전망했다.
특히 광역의회 차원에서 당 대 당 연정이 이뤄진다고 해도 연대가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역의원에 대한 공천권이 국회의원에게 있어 지역정치가 중앙정치에 종속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중앙당끼리 이해관계가 충돌하면 시도당은 중앙당의 방침을 거스르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정책이나 입법을 놓고 중앙정치권에서 여야간 갈등이 빚어지면, 지역 차원의 연정도 깨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경기도와 제주도가 가진 지역적 특수성을 고려하면, 두 지역의 연정이 성공한다고 해도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확산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고숙희 세명대 교수는 “제주의 경우 인구는 50만명인데, 국장급 이상 간부 수가 서울시에 버금간다. 인사권을 자율로 맡기니 알게 모르게 이런저런 기관들을 만들어놓고, 거기에 따라 간부 수도 늘린 것”이라며 “연정을 어떤 식으로 하든지 잘못된 조직구조를 먼저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직이 비대하고 의사결정권자가 많다보니 연정이라는 야권 인사들을 영입한다고 해도, 이들이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도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반대로 야권에 할당하는 자리 수를 늘리면 연정이 단순한 자리 나눠먹기로 변질될 공산이 크다.
경기도의 인사 정책도 다른 지자체가 따라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고 교수는 “경기는 부지사를 영입할 때 출신 지역을 크게 따지지 않는다. 인적 자원이 많기 때문에 상대 진영의 인물을 영입하는 것도 가능하다”면서 “반면 다른 지역에선 주로 그 지역 출신 부지사를 영입한다. 또 중앙과도 인맥이 있어야 하니 인재 풀이 좁고, 되도록 자기 사람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경기와 제주는 지방정부가 여소야대의 형태를 띠고 있다. 경기도는 새정치연합이 도의회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으며, 제주도는 도의회 의석은 여야 동수이지만 제주 지역 국회의원 3명이 모두 새정치연합 소속이다. 꼭 연정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원활한 도정운영을 위해서는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반대로 경기와 제주, 강원을 제외하고는 집권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다. 지역색이 강한 영·호남의 경우, 표면적으로 연대를 해도 결과적으로는 소수당이 힘을 못 쓰는 요식행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강 교수는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진 정당끼리 연합정부를 꾸리는 것을 연정이라고 본다면 그런 식의 연정은 오히려 영·호남에서 바람직하다. 순천·곡성의 이변이 대구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실험해볼만한 의미가 있다”며 “다만 현재 상황에서는 실효성 없을 거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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