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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호도 그를 비호하는 여야의원도 다 우리가 찍었다


입력 2014.09.05 09:42 수정 2014.09.05 09:47        이상휘 대표

<칼럼>'방탄국회' 욕하기전에 '남탓 아닌 내탓부터'

철도 납품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체포동의안이 상정된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이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조선조 숙종 때 김창업은 연행일기를 썼다. 청나라 여행기라고 볼 수 있다.

그 속에 이런 얘기가 있다. 중국땅에서 안씨 성을 가지면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인정한다
아무리 신분이 미천해도 그렇게 본다.

안 씨가문의 조상인 안지추가 만든 가풍 때문이다. 안지추는 후손들을 위해 ‘안씨가훈십조’를 만들었다.

후손들은 그 가훈을 잘 지켰고, 가풍이 되어 내려왔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이렇다.

“잘된 일은 반드시 남의 탓으로 돌리고,잘못된 일은 반드시 내탓으로 돌려라”는 것이다. 일상이나 나랏일이나 남의 탓을 말라는 가훈이다.

참으로 의미가 있다. 안씨 집안은 이미 천년도 넘은 옛날에 이를 실천했다. 존경받지 않을 수 없는 가풍이요 가훈이다.

남의 탓은 하기 쉬워도 내 탓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남의 탓을 하면 발전이 없다.

하기야 남의 탓만 하는데, 책임질 사람은 없다. 당연히 문제만 남고 해결은 없는 법이다.

국회가 또 한번 국민을 실망시켰다. 세월호 특별법 처리문제가 아니다.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 문제다.

송 의원은 비리에 연루되었다. 이른바 ‘철피아 비리’에 걸려든 것이다. 명백한 혐의가 있다. 잡혀가야 한다.

그러나 결과는 다르다. 국회에 제출된 송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부결되었다. 체포하고 싶어도 그럴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적어도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까지는 말이다.

여당인 새누리도,야당인 새정연도 똑같다. ‘그 나물에 그 밥인 것이다.’

동료의원을 그토록 구명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끼리끼리 뭉쳐 이심전심의 사보타지를 한 것이다. 그것도 국민에게 말이다. 가뜩이나 세월호 참사로 울민한 국민의 가슴을 발길질을 했다.

힘겨운 민생에 머리를 조아려도 모자랄 판이다. 법은 어디에 있고,국민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이번 파문의 핵심은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다.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

‘외부의 억압으로부터 국회의원의 자주적 활동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국회의원을 체포하기 위해서는 국회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무엇이 억압이며, 무엇이 자주적 활동을 저해하는 건가. 과거 이념이나 이데올로기가 팽배하던 시절은 그랬다. 민주적 의정활동을 보호받기 위한 것이다.

당연히 그래야 했다. 권력중심적 정권이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광화문 광장에서 대통령을 욕을 해도 잡아가는 사람이 없다. 이념도 이데올로기도 설득력이 약하다.

국회의원들을 억압할 일은 더욱 없다. 자주적 활동을 방해할 장벽도 없다. 그러니 체포동의안이라는 괴상한 법조문은 사라져야 한다.

죄을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 국회의원은 더욱 그렇다. 그렇치 않다면 무엇으로 국민을 설득하겠는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이유다. 언론들은 난리다.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가 공염불이라고 한다. 국민들도 비난하고 나섰다. 국회는 별말이 없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잠시 고개를 숙이고 생각해 보자. 과연 누가 누구를 탓할 수 있겠는가. 이 모두가 우리 탓이다. 이런 국회의원들을 뽑은 것도 이런 사람들의 말을 믿고 있는 것도 ‘그저 잘되겠지’라고 기대를 하는 것도, ‘남의 탓이 아니라 내 탓인 것이다.’

선거때만 되면 혈연,지연,학연 등 온갖 인연이 판을 친다. 정의도 없고, 능력도 자격도 불문이다. 친소관계와 이익관계만 따진다. 그게 우리다.

그러니 누구를 탓하는가. 열을 내고 화를 내기 전에 곰곰 반성부터 할 일이다.

국가가 발전하려면 책임지는 자세가 중요하다. 내 탓이라는 생각이 없으면 책임도 없다. 국회의원들의 이러한 파렴치한 행동들도 그렇다. 누구의 탓이 아니다. 내 탓인 것이다.

내가 선택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내 탓이라는 자조적 반성부터 해야 한다. 그런 사회운동부터 시작하는게 맞지 않을까 싶다. 그게 국회의원들의 몰지각한 행동에 가장 준엄한 경고다.

이래 저래 난세다. ‘안씨가훈십조’가 부러운 이유다.

이상휘 기자 (shon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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