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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AG’ 김주성·양동근, 부진해도 고마운 이유


입력 2014.09.29 10:58 수정 2014.09.29 11:03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한국, 5연승 행진으로 준결승 진출 ‘금메달 도전’

김주성·양동근, 나이·체력 한계 불구 마지막 투혼

김주성은 이번 대회에서 주전이 아닌 백업 멤버로 활약 중이지만, 여전히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 연합뉴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한국 농구대표팀이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2014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월드컵 전패 이후 전망이 비관적이었던 대표팀을 아시안게임 5연승의 상승세로 반전시킨 건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최고참 슈터 문태종을 비롯해 오세근, 양희종, 김태술, 김선형, 조성민 등의 고른 분전 덕분이다.

하지만 준결승행에도 몇몇 주축 선수들의 부진은 아쉬움도 남겼다. 특히, 문태종과 함께 대표팀의 고참 라인이라 할 수 있는 김주성과 양동근의 부진은 우승을 노리는 유재학호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둘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표팀 부동의 주전으로 활약했다. 수비와 전술 소화력을 강조하는 유재학표 농구에서도 KBL 포지션별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두 선수는 대체 불가한 존재였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상황이 바뀌고 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김주성은 오세근, 김종규 등에게 사실상 주전 자리를 내주고 출전시간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어쩌다 경기에 투입된다 하더라도 쉬운 슛을 놓치거나 어이없는 실책을 하는 등 김주성답지 않은 ‘민폐성’ 플레이가 속출하고 있다. 대회 초반에는 유재학 감독으로부터 ‘몸을 사리는 것 같다’는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양동근 역시 주전 자리가 흔들리고 있다. 패스전개 능력이 더 좋은 김태술이 이번 대회 양동근보다 공수에서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양동근은 오픈찬스에서의 슛 감각마저 좋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아무래도 나이와 체력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 물론 불혹의 문태종도 건재하지만 농구선수의 일반적인 전성기를 감안하면 오히려 문태종이 특수한 경우에 가깝다.

김주성은 크고 작은 잔부상을 달고 뛴 지 오래됐다. 포지션 특성상 몸싸움이 격렬한 빅맨으로서 파워가 좋지 않은 김주성은 30대 중반에 접어들며 운동능력의 하락과 함께 고전하고 있다. 양동근 역시 기술보다는 체력과 활동량으로 승부하는 유형의 선수였다.

그럼에도 대표팀에서 여전히 이들의 비중은 크다. 김주성은 카타르전에서 고비 때마다 그림 같은 블록슛으로 상대의 추격 의지를 꺾는 녹슬지 않은 센스를 발휘했다. 수비 강화나 안정된 패턴 운영이 필요할 때는 어김없이 양동근이 나선다. 한 두 경기의 활약 유무와 무관하게 두 선수가 팀 내 리더로서 차지하는 전술적 비중, 선수단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무엇보다 둘은 오랫동안 대표팀을 지켜온 마스코트와 같은 상징성을 지닌 존재다. 김주성과 양동근이 국가대표로 한창 활약했던 2000년대 초중반은 한국농구의 암흑기였다. 한국대표팀의 거의 모든 국제대회 굴욕이나 ‘참사’ 때마다 빠짐없이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수많은 비판과 부담 속에서도 묵묵히 대표팀을 지켜오며 최선을 다한 두 선수의 공헌도는 한국농구가 그나마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했다.

김주성은 2002 부산 아시안게임 우승 당시를 경험한 마지막 현역 멤버다. 통산 5번이나 아시안게임에 출장한 김주성은 이미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대표팀 은퇴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3번째 아시안게임 무대를 밟고 있는 양동근도 나이를 감안할 때 4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 어쩌면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김주성-양동근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아시안게임이 될지도 모른다. 이제 2경기만 남겨놓은 아시안게임이 김주성-양동근의 오랜 태극마크 경력에 유종의 미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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