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진 무력화시킨 유재학표 ‘잇몸농구’
스피드 약점 노려 한 템포 빠른 공격 적중
라틀라프 28득점-하승진 10득점 대조적
‘디펜딩 챔피언’ 울산 모비스가 14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4-15 KCC 프로농구’ 전주 KCC와의 첫 대결에서 75-70으로 승리했다.
두 팀의 시즌 첫 맞대결은 팬들의 관심을 모으기 충분했다. 모비스가 지난해 챔피언이라면 KCC는 하승진의 복귀로 올 시즌 주목할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여러모로 불리해 보이는 쪽은 모비스였다.
개막을 앞두고 2연패 공신인 로드 벤슨이 항명 논란으로 퇴출되면서 높이가 약해졌다.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아이라 클라크가 있지만 하승진의 높이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유재학 감독이 대표팀을 이끄느라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며 소속팀을 조련할 시간도 짧았다.
모비스는 이날 전반적으로 야투가 저조한 데다 양동근, 문태영 등 주축들이 3쿼터까지 부진했다. 하지만 정작 모비스는 내내 KCC와 팽팽한 시소게임을 펼친 끝에 값진 승리를 따냈다. 접전이었지만 경기를 주도한 시간은 오히려 모비스가 더 많았다.
적재적소의 용병술과 선수들의 투지를 바탕으로 모비스표 ‘잇몸농구’가 위력을 발휘했다.
1쿼터부터 라틀리프가 자신보다 20cm이상 더 큰 하승진을 상대로 골밑에서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공격을 주도했다. 모비스는 하승진의 스피드가 느린 약점을 이용해 라틀리프가 먼저 골밑에서 자리를 잡고 빠르게 공격하는 패턴을 선보인 게 적중했다. 라틀리프는 1쿼터에만 16점을 몰아넣는 등 이날 28득점 17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주전 선수들이 부진할 때는 벤치 멤버들이 돌아가며 득점에 가담했다. 외곽슛이 저조한 가운데서도 박종천, 박구영이 연이어 3점슛을 성공시켰고, 노장 클라크는 골밑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적극적인 몸싸움으로 궂은일을 해줬다.
침묵하던 문태영은 4쿼터에만 10점을 몰아넣었다. 유재학 감독은 변화무쌍한 수비를 통해 승부처에서 KCC의 공세를 잘 차단했다.
KCC의 에이스 하승진은 이날 10득점 5리바운드에 그쳤다. 신장이 작은 모비스였지만 빠른 공수전환을 앞세운 모비스의 기동력과 라틀리프-클라크의 터프한 몸싸움에 번번이 밀렸다. 주전 포인트가드 김태술의 발목 부상으로 인한 공백으로 하승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이유다.
KCC는 이날 타일러 윌커슨이 20득점 9리바운드을 올렸고 신인 김지후도 17득점으로 분전했다. 외곽슛을 10개나 성공시켰음에도 승부처에서 모비스의 스피드와 조직력에 제압당하며 높이의 우위를 살리지 못한 게 뼈아팠다. 김태술이 없을 때 뒤를 받쳐줄 백업 포인트가드의 부재, 하승진 투입 시 공수전환에서의 약점을 보완해야한다는 과제를 다시 한 번 절감한 KCC였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