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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풍구 사고 5년간 두 번이 정권책임? 그럼 정치권은?


입력 2014.10.25 10:05 수정 2014.10.25 10:08        김지영 기자

<기자수첩>관련 법안 전무, 가장 무관심한 집단이 사고 터지니 누구보다 큰소리

2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 현장에서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들이 환풍구 덮개를 지지하는 받침대(지지대)에 대한 하중 실험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실험은 크레인 1대를 동원해 사고현장에 남은 일자형 받침대 1개를 도르래에 연결한 뒤 아래쪽으로 잡아당겨 하중을 얼마나 견디는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지난해 11월 3일 친구들과 생일축하 놀이를 하던 고등학생이 백화점 환풍구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당시 이 학생은 케이크를 얼굴에 바르는 등 장난을 치던 친구들을 피해 지상에 있던 높이 110m 가량의 환풍기를 뛰어넘다가 약 10m 아래 바닥으로 떨어졌다. 환풍구에 덮개와 그물 등 별도의 안전장치는 없었다.

지난 2009년 9월에는 아파트 지하주차장 위에 미끄럼틀 형태로 설치된 환풍구 지붕 위에서 뛰어놀던 초등학생이 지붕이 깨지면서 주차장으로 추락해 뇌신경손상 등 영구장애를 입었다. 당시 이 아파트 환풍구 지붕에는 접근을 금지하는 차단막이나 안내판, 사고에 대비한 안전시설 등이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지난 5년간 언론을 통해 알려진 환풍구 안전사고는 위에 거론된 두 건에 불과하다. 사고 빈도가 낮은 만큼 사회적 관심도 적었고, 별도의 후속조치도 마련되지 않았다.

지난 17일 발생한 판교 환풍구 붕괴 사고를 놓고 각종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행사 주최와 지방자치단체, 정부기관을 넘어 이제 시민의식까지 문제로 지적된다. 하지만 모든 비판에서 정치권은 쏙 빠져있다. 그간 환풍구 안전과 관련해 법안 하나 처리하지 않은 정치권이 오로지 남 탓에만 혈안이 돼 있다.

정치인들의 발언을 보면 더욱 가관이다.

“정부에서는 미처 예기치 못하고 있고, 지금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김을동 최고위원)”, “아르바이트 학생들을 안전요원으로 배치하는데, 아르바이트 학생들을 배치해서는 성인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이군현 사무총장)”, “안전불감증이 만드는 후진국형 참사.”(윤영석 원내대변인)-이상 새누리당.

“개발도상국에서나 벌어질법한 사고가 이어지는 현실에 어처구니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다.(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 안전시스템을 근본부터 바꾸겠다고 한 발언은 빈말이 되고 말았다.(우윤근 원내대표)”, “대한민국은 이제 참사 공화국이 되었다.(인제근 비대위원)”-이상 새정치민주연합.

정치권 역시 환풍구 안전을 외면했음에도 자신들은 아무 책임도 없는 양 큰소리만 쳐대고 있다. 이제껏 입법을 미루고, 국정감사 등 대정부 질의에서 단 한 차례도 환풍구 안전 문제를 지적하지 않은 것은 이번 사고의 원인이 아니라는 듯 말이다. 지금뿐일까. 어떤 일이 생기든 목소리만 크다.

가정은 많다. 국회가 환풍구 관련 법률을 마련했다면, 일찍이 정부가 환풍구 안전을 점검했다면, 행사 주최 측이 충분히 많은 안전요원을 배치했다면,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굳이 환풍구 덮개 위에 올라가지 않았다면, 환풍구 안전이 사회 문제로 떠올라 공론화됐더라면 이번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테다.

반대로 말하면 국회는 법률을 만들지 않은 책임이 있고, 정부는 점검을 게을리 한 책임이 있고, 행사 주최 측은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이 있고, 시민들은 환풍구 덮개에 올라간 책임이 있다. 언론도 환풍구 안전 문제를 지적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이렇듯 누구도 이번 사고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책임소재를 가리는 것은 중요하다. 책임자에게 합당한 조치를 내려야 하고, 관련 법률과 규칙 등을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진작 고쳐야 할 걸 왜 당신들은 방치했느냐는 듯, 남을 비판하면서 자신들은 책임에서 피해가려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 정부는 정부 나름대로, 주최 측은 주최 측 나름대로 왜 할 말이 없겠는가.

앞으로 필요한 것은 무관심에 대한 반성과 실효성 있는 대안 마련이 아닐까 싶다. 지난 5년간 발생한 환풍구 사고는 두 건, 이마저도 몇 문단짜리 단발성 기사로 묻혔다.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았던 부분에서 사고가 생겼고, 누구도 일어나리라 생각지 않았던 대형 참사로 16명이 숨지고 10명이 중상을 입었다.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비판과 훈계가 아니다. 최소한 환풍구 안전 문제에 있어서 ‘지금껏 문제가 없었기에 앞으로도 괜찮을 거야’란 안이함을 가졌었다면, 자신들의 책임이 있는 분야에서 대책을 만들고, 앞으로 입법으로 예방할 수 있는 안전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이 먼저이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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