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이나 친박이나…"가을밤 외로운 밤"
서청원-이정현 사퇴하면 조기전대 불가피
김무성은 김태호 만류 총력…친박은 구심점 없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개헌 봇물’ 발언을 계기로 순항 중이던 ‘김무성호’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밖으로는 청와대와 갈등설이 흘러나오고, 안으로는 김태호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서 출범 100여일만에 지도부에 균열이 생겼다.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역린을 건드린 것 같다”며 향후 김 대표의 행보가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에 있어서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중국 방문 마지막 날인 지난 16일 기자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 “(정기국회가 끝난 뒤) 개헌 논의의 봇물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 불을 붙였지만 하루만인 17일 예정에 없던 국정감사 대책회의에 참석해 “나의 불찰”이라며 박 대통령에게 사과했다.
당시 김 의원과 친분이 깊은 한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월요일(20일)쯤 사과를 할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빨랐다”며 김 의원의 사과가 어느 정도 예정된 수순임을 암시했다.
결과적으로 개헌 논의는 다소 잠잠해지는 듯 했지만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불쾌하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사건은 당청간의 갈등설로 번지기 시작했다. 김 대표가 갈등설을 잠재우는 사이 이번에는 김태호 의원이 “경제활성화 법안 우선 처리”를 주장하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김 대표로서도 머리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깝게는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보수혁신특별위원회가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고 멀게는 자신의 최종 목표인 당내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대표 임기 2년 유지는 필수 조건이다.
하지만 김 의원의 사퇴에 이어 친박계인 서청원, 이정현 최고위원이 줄줄이 사퇴하면서 지도부가 의결정족수인 5명을 채우지 못할 경우 관례에 따라 조기 전당대회를 치러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의 입장에서는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거나 완전 관리형으로 돌아서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 당장 청와대와 싸울 입장은 아니기 때문에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라고 설명했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은 공무원연금법, 세월호 특별법 제정 등 급한 현안부터 하나씩 해결해나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결국 개헌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나올 것”이라며 지금은 잠시 숨을 고를 때라고 조언했다.
그나마 김 대표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점은 구심점을 잃은 친박계가 당장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당장 서청원, 이정현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고 조기전대로 이어진다고 해도 친박계에서 당 대표로 내세울 만한 인물이 없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현 지도부가 물러날 경우 차기 전대에 출마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최경환 의원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직을 사임하고 당으로 복귀할 가능성도 낮다.
이처럼 당장 조기전대를 치룬다고 해도 당권을 쥘 수 있다는 확신을 갖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면 당권을 위해 당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비난 여론에 휩싸일 위험성도 감수해야 한다.
가 교수는 “‘친박’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당권이나 대권을 잡으려고 한다면 당파 때문에 비난을 받고 있는 새정치연합과 같은 모습으로 가는 것”이라며 “더구나 다선 의원으로 화합을 위해 움직여야 할 서 최고위원이 한 파벌의 장이라는 역할을 한다면 국민들은 실망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선책으로 현 지도부는 유지한 채 친박계 인사가 지도부에 입성하는 경우도 있다. 의결권 확보를 통해 김 대표를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지난 전대에서 5위를 했지만 여성몫 할당제로 아깝게 탈락한 홍문종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홍 의원이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의원이 사퇴한 최고위원직에는) 나가지 않겠다”고 불출마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친박계도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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