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의 세상읽기>실패한 초이노믹스, 구조개혁과 경제민주화가 답
‘남극의 눈물’이라는 다큐멘터리에 펭귄의 허들링 장면이 나온다. 극심한 추위 속에서 펭귄들은 서로의 체온을 주고받으면서 안쪽 펭귄과 바깥쪽 펭귄이 교대하는 식의 허들링으로 생존을 유지한다. 알을 껴안고 추위를 견디며 부화(孵化)를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이 눈물겹도록 감동적이다.
아베노믹스의 종언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 올해 상반기(4∼9월) 무역수지 적자가 5조4천억 엔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대규모 양적완화에도 경기회복을 실감하지 못하는 일본국민들이 85%나 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판 아베노믹스라는 초이노믹스도 100일이 지난 지금, 초기의 반짝 효과 이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확장적 재정정책에도 불구하고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경기가 좋아졌다는 국민이 많지 않고 경제전문기관들은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LTV, DTI를 대폭 완화했음에도 부동산시장은 살아나지 않고 오히려 전세값만 올려놨다. 종합적인 경기지표라는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다. 내수활성화와 단기부양에 올인하고 있지만 초이노믹스의 전망은 밝지 않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첫째, 단기부양책만 있고 구조개혁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둘째, 경제민주화의 후퇴이다.
구조개혁과 경제민주화는 성장잠재력을 키운다. 단기적으로 고통과 갈등을 겪을지라도 장기적으로 우리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가져온다. 다행히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서비스, 노동, 교육, 공공, 금융의 5대개혁이 그것이다. 구체적 내용이 나와 봐야하지만 방향은 잘 잡았고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경제민주화는 어떤가?
경제민주화와 복지라는 대선 때의 공약과는 달리, 박근혜정부에서 경제민주화는 사라졌다. 초이노믹스에서도 경제민주화가 보이지 않는다.
어려운 경제여건이지만 아직도 우리에게는 12척의 배가 있다.
1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이 477조 원이다. 3대 백화점의 영업이익이 1조5천억 원, 3대 대형마트의 영업이익은 1조4천억 원에 달한다. TV홈쇼핑 6개사의 매출액이 14조 원, 온라인쇼핑 매출액은 38조4천억 원이나 된다. 카드사들의 당기순이익은 1조7천억 원이다.
우리 경제 최후의 버팀목인 재정은 아직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36%로 OECD 회원국 평균 109%에 비해 여유가 있다. 남북화해와 남한의 북한공단만 성사시켜도 GDP 성장률을 1% 더 올릴 수 있다. 대외적인 경제여건이 어려워지는 시기에 외부 의존을 줄이고 내부의 경제민주화와 내수활성화에 집중한다면 우리경제는 순항할 수 있다.
경제민주화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 적정한 소득분배, 경제력 남용의 방지,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말한다. 우리 헌법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경제력의 집중을 완화해서 돈이 돌아가게 하고, 많은 이득을 올리는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소상공인과 조금씩 나눈다면 우리 경제는 활성화될 수 있다.
상생과 조화가 곧 경제민주화다.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는 동전의 양면이다. 초이노믹스의 미래가 여기에 있다. 남극의 추위 속에서 종족의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펭귄에게 배워야 한다. ‘상생’과 ‘동반성장’의 길은 우리가 지금 가야하는 길이다. 지금 우리는 남극의 펭귄에게 배워야 한다. 더 늦기 전에.
글/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