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다크 나이트+그레비티 = 인터스텔라’ 광풍 or 버블?


입력 2014.11.08 10:07 수정 2014.11.08 10:27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극적 감동과 시각적 쇼크만 기대했다면 실망

영화 '인터스텔라' 스틸컷.ⓒ워너브러더즈 코리아

영화 ‘그레비티’의 후광(後光)은 영화 ‘인터스텔라’의 광풍(狂風)으로 연결되었다. 예매율 80%이상을 상회했고, 첫날만 22만명을 동원했다. 주말에도 관객은 미어터질 듯하다. 가을 영화비수기에 극장을 흥분시키고 있다. 두 가지 흥행 코드가 흐르고 있는데, 이를 영화로 풀어보자면 하나는 영화 ‘그레비티’이고 다른 하나는 ‘다크나이트 라이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에 부록으로 덧붙이자면 ‘인셉션’이다.

영화 ‘그레비티’의 감동은 새 영화 ‘인터스텔라’의 기대를 높였다. 그 잔영을 따라잡으면서 놀란의 시각적 지적인 개성도 맛볼 수 있어 보인다. 일단 두 작품은 공통으로 우주소재의 영화이고 중력을 소재로 초월적인 상상력을 풀어놓는다. 신비와 미스터리는 존재적 가치와 의미를 다시금 성찰하게 만든다. 영화의 제목 ‘그레비티’(중력)는 영화 ‘인터스텔라’의 중심소재이면서 더 확장된 면이 크다. 다만 주의할 점은 ‘그레비티’의 여성주의 관점과 ‘인터스텔라’에서는 오히려 부녀의 사랑은 다른 결이라는 것이다.

‘다크나이트’ 시리즈와 ‘인셉션’ 을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는 팬들이 오매불망 기다린 작품이기도 하다. 시각적 효과에 나름의 세계관적 꽉 참이 있는 감독이라는 잠은 최소한 80%의 본전은 건질 수 있다는 인식을 축적해왔다. 무엇보다 일반 대중상업영화와는 다른 콘텐츠 소비라는 인식을 구축했다. 이는 제작방식의 철학에서 콘텐츠가 남다르게 만들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 '인터스텔라'에 대한 기대감은 놀란 감독이 사용하는 아이맥스 카메라와 35mm필름에 대한 선호다. 유행을 따르지 않고 작품 자체에 맞는 제작수단을 고집하는 것은 장인의 풍모를 느끼게 만든다. 작품소재에 맞는 정확한 영화철학을 통해 관객이 몰입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내는 그의 작업에 대한 신뢰성이 형성되어 있다. 이는 화질과 사실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영화촬영에 대한 철학을 굳건히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런 철학과 아울러 아이맥스 촬영 분량이 할리우드 상업 영화 중에 가장 길다는 사실이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다크 나이트’ 27분 16초, ‘트랜스포머2’ 8분 54초, ‘미션 임파서블4’ 23분인데 비해 ‘인터스텔라’는 1시간 분량의 아이맥스 전경이 펼쳐진다. 최소한 시각적 즐거움, 아이샤워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감동을 기억하는 관객과 영화 ‘그레비티’의 관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룰 수 있었다. 이는 남성과 여성 팬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는 강력한 요인이 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정말 ‘인터스텔라’는 엄청난 광풍을 끝까지 유지할까? ‘그레비티’와 다른 점은 ‘인터스텔라’는 상당이 과학적 지식을 포함하고 있고 상당 분량이 여기에 맞춰져 있다.

독립 영화감독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면 자신의 작품의 세계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상업영화는 어쩌면 많은 팬들을 확보하는 수단에 머문다. 여기에서 팬들은 상업적인 영화를 기대하지만 정작 그는 갈수록 낯설고 새로운 작품으로 진입해들어간다. 여기에서 차츰 그를 따르는 이들이 추동력을 잃고 떨어져 나간다. 많은 이들이 떨어져 나갈 때가지 거장의 반열에 오르려는 그들은 쉼 없이 나아간다.

새로운 행성을 찾아가는 우주 비행선처럼 말이다. 대중상업영화는 그 우주비행선에 들어갈 연료를 모으기 위해 만든 수집 장치였는지 모른다. 놀란 감독은 이러한 과정에 있다. '인터스텔라'를 만든 제작진은 물리학 논문을 발표한다. 그만큼 이 영화에는 복잡한 물리학 공식과 이론들이 등장하고 이를 설명하거나 이를 매개로 서사를 전개하고 결론을 이끌어낸다. 예고편이나 매체에서 극적 감동과 시각적 쇼크만을 기대한다면 거꾸로 실망을 할 수도 있다.

간간이 펼쳐지는 아이맥스 카메라의 높은 사실감과 화질은 경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영화 ‘그레비티’에서 좀 더 진전시키지 못했던 가족애를 전면에 등장시켜 감동으로 결론을 맺는 것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방식이다. 그렇지만 신세대와 구세대를 아버지와 딸의 역할과 입장을 상대적으로 설정하려 연출한 것은 낯설고도 신선하다.

영화 ‘인터스텔라’라는 작품 자체에 대한 기대보다는 지금 크리스토터 놀란 감독의 작품이 어느 단계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그는 거장이 되려고 한다. 거장이 되려는 감독들의 작품은 대중적 호응력은 떨어지지만 지적인 만족은 제법 선사한다. 지적 만족은 이성을 즐겁게 한다. 아직 완전한 거장이 아니어서 그런지 이성만 즐겁게 하는 것은 아님이 분명하다. 어쨌든 앞으로도 그의 작품은 상당한 공부를 할 자세를 요구한다. 그의 작품에서 ‘그레비티’의 그림자를 찾으려 하는 것은 금물이다.

글/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김헌식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