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갑’ 유한준…잠실벌서도 무한질주?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4.11.10 11:21  수정 2014.11.10 11:25

4차전서 홈런 2개 포함 5타점 맹활약, 팀 승리 주도

박병호 우산효과, 저평가 이미지 떨칠지 기대 상승

유한준의 무한 질주가 시작되려 한다. ⓒ 연합뉴스

넥센 외야수 유한준(33)이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가려질 잠실벌에서 무한 잠재력을 폭발시킬 준비를 마쳤다.

유한준은 지난 8일 목동구장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세븐 프로야구’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서 홈런 2개 포함 3타수 2안타 5타점의 만점 활약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비록 데일리 MVP는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에이스 밴헤켄에게 돌아갔지만 유한준은 자신이 왜 넥센의 3번을 맡고 있는지 증명한 경기임에 틀림없었다.

사실 유한준은 프로야구에서 가장 저평가 받는 선수로 손꼽힌다. 4차전 MVP에 오른 밴헤켄도 "유한준이 잘 해줬기 때문에 승리했다. 내 생각에 유한준은 리그에서 과소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할 정도다.

지난 2000년 현대로부터 2차 3라운드(전체 20위)에 지명된 유한준은 유신고를 졸업한 뒤 동국대를 거쳐 2004년에야 프로에 발을 들였다. 계약금 6000만원에 불과한 그저 그런 신인이었지만 그는 동기인 박정권(현 SK)과 함께 대학 리그에서 주목받는 타자로 손꼽혔다.

프로 입단 후에는 외야수로 포지션을 옮겼지만, 당시 팀 내 베테랑이었던 전준호와 송지만의 존재로 인해 백업 역할을 맡다 2007시즌이 끝난 뒤 상무에 입대해 군 복무를 해결했다. 2010년 팀에 복귀한 유한준은 곧바로 팀 내 주전 자리를 꿰찼다.

상무에서의 독한 훈련 덕분에 외야 수비가 크게 늘었고 타격 실력도 일취월장해 정확도를 겸비한 중장거리 타자로 각광받았다. 유한준은 복귀 후 첫 시즌이었던 2010년 13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1 9홈런 79타점을 기록했고 타점은 팀 내 최다를 기록할 정도였다.

특히 2010년 5월 SK와의 원정경기는 유한준 본인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경기였다. 당시 그는 만루홈런과 투런홈런 포함 6타수 5안타 8타점을 기록했는데, 이는 프로야구 역사상 한 경기 최다 타점 기록이기도 하다.

이후에도 유한준은 잔부상에 시달렸지만 꾸준한 성적으로 넥센 타선의 버팀목이 되었고, 특히 커리어하이를 이룬 올 시즌은 타율 0.316 20홈런 91타점으로 당당한 ‘넥벤저스’ 일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유한준은 여전히 주목받지 못하는 대표적인 선수다. 하물며 넥센팬이 아니라면 그가 어째서 ‘3번 타자’를 맡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기 십상이며 프로 데뷔 11년 차의 베테랑이란 점에 놀라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만큼 유한준은 저평가 선수라는 꼬리표를 운명처럼 지니고 있다.

하지만 모든 야구팬이 주목하는 한국시리즈에서 유한준은 넥센 타자들 가운데서도 유독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유한준은 지난 LG와의 플레이오프서 2경기 홈런을 때리며 타격감을 조율했고,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타율 0.333으로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략가로 널리 알려진 염경엽 감독의 성공적인 작전 중 하나는 유한준을 3번에 고정시켜 박병호의 우산 효과를 누리게 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박병호와의 승부가 부담스러웠던 삼성 배영수는 2사 후 유한준을 맞아 성급한 승부구를 던졌고, 결과는 투런홈런으로 이어졌다.

또한 넥센은 4번 박병호부터 강정호, 김민성, 이성열까지 파괴력을 갖춘 장타자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타순을 고려할 때 가장 신경 써야할 점은 이들 앞에서 테이블 세터들과의 가교 역할을 담당할 3번을 누구로 정하는가의 여부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유한준이 있어 별다른 고민 없이 중심타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유한준은 마지막 승부의 무대가 될 잠실에서도 꾸준한 모습을 보였다. 올 시즌 잠실에서 15경기에 출전한 그는 타율 0.321(53타수 17안타)을 기록했다. 타자 친화구장인 목동(타율 0.301)보다 오히려 더 강한 모습이다.

유한준은 지난 1차전이 끝난 뒤 동국대 동기인 박정권에게 전화를 걸었다. SK왕조의 밑거름을 담당한 ‘가을 남자’에게 기를 받기 위해서였다.

박정권은 그런 동기생에게 “그냥 삼진 먹고 들어와라”라고 주문했다.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평소대로 하라는 속 깊은 이야기였다. 이후 유한준은 2차전부터 3경기서 타율 4할(10타수 4안타) 5타점의 맹타를 터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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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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