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역적?’ 주저앉은 강정호, 기회는 있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4.11.11 11:20  수정 2014.11.11 11:24

극심한 타격부진 속 통한의 수비실책으로 역전패 빌미

이대로 끝나면 MLB 진출 악영향..6·7차전 집중해야

만일 이대로 시리즈가 끝난다면 강정호는 팀 패배의 최대 원흉이라는 오명을 안을 수밖에 없다. ⓒ 연합뉴스

강정호(27)의 치명적 실책 하나가 넥센 히어로즈를 결국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넥센은 10일 잠실구장서 열린 삼성과의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1-2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다. 9회말 2아웃까지 1-0 앞서며 승리를 눈앞에 뒀던 넥센은 2사 1·2루에서 마무리 손승락이 삼성 최형우의 끝내기 2타점 적시타를 맞고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넥센 입장에서 뼈아팠던 것은 강정호 실책이었다. 손승락이 앞선 8회 무사 만루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삼성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분위기는 넥센으로 완전히 넘어온 듯했다. 그런데 9회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삼성 나바로의 유격수 앞 땅볼을 강정호가 뒤로 빠뜨리는 실책을 범해 주자를 내보낸 것이 흐름을 묘하게 바꿨다.

나바로의 타구가 마지막에 살짝 튀어 오르기는 했지만 평소의 강정호를 생각하면 처리하지 못할 정도의 공은 아니었다. 결국, 이 실책 하나가 빌미가 돼 다시 찾아온 위기를 손승락은 극복하지 못했다. 손승락은 채태인에게 우전 안타, 최형우의 끝내기 안타가 이어지며 결국 통한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경기가 끝난 후 강정호는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강정호는 단 한 번의 실수로 자신과 팀의 공들인 1년 농사를 모두 망칠 위기에 놓였다. 넥센이 올해 역대 최고성적으로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하기까지 강정호의 공로는 절대적이었다.

강정호는 정규시즌에 유격수 최초 40홈런 고지에 오르며 팀을 2년 연속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고,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에서도 맹타를 휘두르며 시리즈 MVP까지 올랐다. 올 시즌 후 해외진출 자격을 얻는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무대 진출까지 거론되며 야구인생 최고의 전성기가 다가온 듯했다.

강정호는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결승 투런 홈런을 기록하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후 5차전 마지막 타석까지 단 한 개의 안타도 기록하지 못하는 갑작스러운 부진에 빠졌다. 한국시리즈 타율이 17타수 1안타(타율 0.059)로 1할도 채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1차전 홈런이 처음이자 마지막 안타였다.

타격이 흔들리자 안정됐던 수비력마저 무너지는 양상이다. 강정호는 3차전에서도 8회 2사 1루에서 이승엽의 뜬공을 놓치며 동점을 허용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당시 이승엽의 타구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었던 야수는 강정호였지만 낙하지점을 놓쳐 동료들에게 수비를 떠넘긴 것이 화근이었다.

공식 기록은 이승엽의 안타로 기록됐지만 명백한 강정호의 실책성 수비였다. 이 안타로 넥센은 1-1 동점을 허용했고 9회초엔 박한이에게 역전 투런 홈런을 내주며 1-3으로 3차전에서 패하고 말았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강정호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것은 팬들만이 아니다.

상당수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다음 시즌 미국 진출이 유력한 강정호의 플레이를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한국시리즈는 결과적으로 강정호의 주가를 떨어뜨리는 빌미가 되고 있다. 타격이야 기복이 있을 수 있다지만, 큰 경기에서 보여준 강정호의 미덥지 못한 수비력은 가뜩이나 동양인 유격수들에 대한 편견이 있는 메이저리그에서 신뢰를 얻기는 어려운 대목이다.

하지만 강정호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당장 눈앞의 한국시리즈가 우선이다. 이제 넥센은 한번만 더 패하면 그대로 탈락하는 벼랑 끝에 몰렸다. 만일 이대로 시리즈가 끝난다면 강정호는 팀 패배의 최대 원흉이라는 오명을 안을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 진출 전 넥센에서의 마지막 모습이 된다면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다.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은 강정호와 넥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나간 경기는 잊고 남은 경기에서 명예회복이 필요한 강정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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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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