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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폐지가 조장하는 지역서열화, 학부모 '부글부글'


입력 2014.11.15 10:06 수정 2014.11.15 10:10        하윤아 기자

"교육 불평등 해소하겠다던 조 교육감, 오히려 불평등 조장하고 있어"

지난 10월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서울시자율형사립고교장연합회 소속 교장들과 학부모들이 자사고 지정취소 중단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이날 교장들은 “자의적인 재평가에 의한 자사고 지정취소는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으로 위법적인 행동이므로 법적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자사고 논란 신경 안쓰고 아이 교육할 수 있는 강남에 가려고요”
“자사고 폐지되면 갈 학교가 없어 목동으로 이사를 계획 중이에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정책으로 서울 내 ‘교육지역 계층화’가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조 교육감의 발표로 일부 교육 취약 지역의 자사고가 지정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기본적으로 교육 프레임이 잘 갖춰진 강남·목동 등 소위 ‘교육 특구’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 교육감은 지난 10월 31일 지정취소 대상 자사고 8곳 중 경희고(동대문구 이문동), 배재고(강동구 고덕동), 세화고(서초구 반포동), 우신고(구로구 궁동), 중앙고(종로구 계동), 이대부고(서대문구 대신동) 등 6곳에 대해 재지정 취소를 확정했다.

지정 취소 처분이 내려진 이들 자사고는 강남 8학군(강남구, 서초구)에 속한 세화고를 제외하면 모두 강북이나 구로 등 교육 취약 지역에 속해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취소가 확정될 경우 교육 만족도가 높은 강남이나 목동 등 특정 학군으로 수요자 대이동이 발생, 교육의 지역 서열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여건이 좋지 않은 지역에서 교육 효과를 일정 부분 충족시켰던 자사고가 폐지될 조짐에 불안감을 느낀 학부모들이 교육 환경과 면학 분위기가 안정적으로 조성된 학군으로 이동하려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들 “안정적인 강남·목동 학군으로 이사가려고요”

실제 구로 지역 초등학교 6학년생 자녀를 둔 양모 씨는 12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우신고가 지정 취소되면 근처에 아이를 보낼 학교가 없어 목동 쪽으로 이사를 생각하고 집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양 씨는 “이 지역 일반고 사정을 들어보면 아이들의 70~80%가 수업시간에 엎드려서 잔다고 하더라. 아이들은 분위기에 쉽게 휩쓸려가기 때문에 공부할 분위기와 환경이 조성된 곳으로 가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는 중학교 3년생 학부모의 고충은 더욱 상당하다.

당초 자녀를 우신고에 보낼 계획이었던 천모 씨는 “교육 프로그램도 동아리 활동도 잘 돼있고 무엇보다도 아이가 원하고 만족하는 학교라 우신고에 보내려고 하다가 지금 자사고 지정 취소에 포함되는 바람에 너무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천 씨는 “계속 논란이 되니 아이도 불안해하고 부모 입장에서도 불안하다”며 “진학한지 몇 년 되지도 않아 취소되면 1~2년 다닌 아이들은 붕 떠있는 상황이 될 것 아니냐”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구로 지역 중학교 아이들은 학년이 차면 갈만한 곳이 없어 목동이나 양천 쪽으로 다 빠져나간다. 그나마 우신고 하나가 보낼만한 학교다. 기말고사도 끝나서 지금 원서를 써야 하는데 고민이 너무 많다. 당장 고등학교에 갈 중3 아이들만 피해보는 상황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유모 씨 역시 현재 강남 쪽으로 이사를 계획 중이다.

역시 중3 자녀의 진학 문제를 놓고 고민 중이라는 유 씨는 “둘째 아이를 숭문고에 보낼 생각이었는데 지금 자사고 문제 때문에 불안해서 논란이 없는 곳으로 아이를 보낼 생각”이라고 했다.

숭문고는 이번 지정 취소 확정 결과 발표 당시 지정취소 ‘2년 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유 씨는 이사를 감수하고서라도 마음 편히 아이를 보낼 수 있는 곳으로 가겠다는 생각이 더 앞선다.

그는 “숭문고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감이 또 무엇을 가지고 흔들지 걱정이 돼 가려는 것”이라며 “강남 8학군이 뜨는 이유도 엄마들이 신경 안 쓰고 아이를 편하게 교육할 수 있는 곳으로 이사가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동대문구에 살고 있는 김모 씨는 아예 해외 이주를 계획하고 있다. 교육감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교육 정책에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 씨는 “사실 강남은 모르겠지만 강북을 보면 갈만한 곳이 별로 없다”며 “원래 아이를 경희고에 보낼 생각이었는데 지금 자사고 지정취소 문제 때문에 아이 자체가 흔들리고 마음을 못 잡고 있어 이사를 갈 생각”이라고 했다.

중학교 1학년생 자녀를 둔 그는 “항상 강북이 표적인 것 같다”며 “교육감이 바뀌거나 새로운 정치인이 나올 때마다 교육정책이 바뀌니 엄마들은 안정권에 속한 흔들림 없는 곳에서 아이들 교육시키고 싶은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자사고가 얼마 되지 않았고 이제 시작이라고 보면 되는데 지켜보지도 않고 폐지한다고 하니 아이들이 동요하고 사기도 떨어지고 있다. 구분지어 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교육면에서 강남 강북이 비교되니까 차라리 해외로 가는 게 낫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교육 전문가들 “자사고 폐지 정책, 교육 불평등 심화시킬 것”

이와 관련,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서울시교육청이 취하고 있는 자사고 취소 등 관련 정책이 지역·학교·학생 간의 격차를 더 키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견해를 밝혔다.

양 교수는 “교육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있는 학교를 자사고로 지정해 교육 수요자들을 유도하자는 것이 자사고의 본래 취지였고, 그것이 분명히 일정부분 효과도 있었다”면서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번 지정취소 발표를 보면 대부분 취약 지역에 있는 자사고다. 그러니 여력이 있는 학부모들이 교육환경이 좋은 곳으로 이사 갈 가능성은 불 보듯 뻔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차 ‘교육 불평등 해소’를 목적으로 재지정 취소를 강행하고 있는 조 교육감이 오히려 불평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그나마 재정적인 여건이 있고 움직일만한 여력이 있는 학부모들은 모두 교육시키기 좋은 곳으로 움직이고, 그렇지 않은 부모들은 일반고를 보낼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조 교육감은 이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정책으로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성호 중앙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역시 본보와의 통화에서 “단순히 평등의 논리를 가지고 교육정책을 결정하면 계속 부작용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자사고가 교육 낙후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자사고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얼마나 질 높은 만족도를 제공하고 있는지 분석해 접근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지금 조 교육감은 만족도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그는 지난 6월 1차 평가에 이어 이번 2차 3차 재지정 평가 당시에도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았지만, 조 교육감이 자의적으로 만족도 비중을 줄여 교조주의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과거 ‘강남에 비해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만을 반영해 지역적인 안배 차원에서 교육 낙후 지역에 자사고 인가를 내준 것인데 앞으로 이곳에 자사고가 폐지되면 학부모와 학생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 이주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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