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이희호 여사, 북한 고위급 만날 수 있어"

라디오 출연 "북한 특사론은 대통령이 할 말, 우리가 요구할 게 아니야"

지난 8월 18일 오전 서울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주기 추도식에서 김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안내를 받으며 추도식장에 도착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4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희호 여사 대북 특사론에 대해 “특사론은 대통령이 할 말이지 우리가 요구하거나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순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 같이 말했다. 정부의 특사 요청을 전제한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그건 정부에서 말하기 전에 우리가 얘기하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다만 박 의원은 이 여사가 방북 중 북한의 고위급 관계자를 만날 가능성에 대해 “만날 수도 있고, 안 만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가면 만나지 않겠느냐”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아울러 박 의원은 현재 남북관계가 이 여사의 방북에 장애물이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에 대해 “그런 면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대화는 이어져야 하고, 또 이것이 그러한 일(북한의 무력도발)을 방지하는 일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 여사가 방북을 해서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고 하면 (남북관계가) 더 좋은 방향으로 승화도 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본다”고 낙관했다.

이 여사의 방북이 북한의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박 의원은 “이 여사도 신중한 말을 할 것이고, 수행하는 사람들도 잘 보필할 것이기 때문에, 또 특별한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한다고 하면 오히려 북한이 순수성을 잃기 때문에 그렇게 염려는 하지 않아도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다만 북한이 UN 안보리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이후 핵전쟁까지 거론하며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서는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우리도 예상했지만, 그런다고 핵을 가지고 청와대도 편치 않을 것이다, 이런 과민한 반응을 하는 것, 발언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핵기술이 어느 정도 진전됐다고 했지만 2차 세계대전 후 지금까지 70년간 핵은 어느 곳에서도 사용되지 않았다”며 “이러한 것을 가지고 청와대 공격을 운운하는 것은 남북간 교류협력이나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발언은 북한이 좀 자제해야 된다“고 요구했다.

한편, 박 의원은 이 여사의 연내 방북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했다.

박 의원은 “육로를 통해 평양을 방문하기로 결정됐지만, 올해 이 여사의 연령이 93세이다. 그리고 지금 잘 알다시피 날씨는 추운 때”라며 “그래서 무엇보다도 우리가 최우선을 둬야 될 것은 이 여사의 건강 문제이기 때문에, 의사 분들과 논의를 해서 방북 일정을 조정하기로 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어 이 여사의 방북 목적이 아이들에게 털모자와 목도리 등 구호품을 나눠주려는 인도적 차원인 만큼, 일정을 특정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사실 올해 여름에도 이 여사가 2~3일간 입원한 적이 있다. 그래서 건강을 고려한다는 말을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