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강남 경비원, 서울시향, 땅콩회항의 공통점은?

김헌식 문화평론가

입력 2014.12.10 13:02  수정 2014.12.10 14:17

<김헌식의 문화 꼬기>개인적인 판단을 일반화시킨 '범주의 오류'

8일 오후 서울 김포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 비행기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얼마전 크게 사회적 파장과 논란을 일으켰던 강남 소재 아파트 경비원 분신 사건의 원인에는 전근대적인 문화적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아파트 경비원은 평소 아파트 주민인 할머니의 인격 모욕에 참담한 심정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그 경비원에게 막말을 한 할머니는 경비원을 머슴이라고 곧잘 표현했다. 그 할머니의 인식속에서는 경비원의 월급이 주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니 그가 머슴이라는 것이다. 

물론 월급이 주민의 손에서 나간다고해서 그의 전인격권을 소유하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이런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그들에게 머슴은 노예를 의미 했고 이러한 인식 때문인지 사적인 용도의 일에 마구 부리는 것은 물론 인권 유린, 인격 모독을 수시로 했던 것이다. 이런 행태들은 결국 주민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었다. 경비원은 잔일을 하는 노비가 아니라 경비 즉 안전을 책임을 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이 주민의 주차를 전담하거나 짐을 옮기는 와중에 자리를 비운다면, 본래 경비원의 배치 이유가 없어지는 셈이 된다. 물론 이런 인식 없이 관습적으로 허드렛일을 시키는 경우가 일상화 되어 있다. 직원을 머슴같이 생각하는 경향은 의외로 엘리트나 비엘리트를 막론하고 뿌리깊게 박혀 있다. 

서울시향 논란도 마찬가지다. 진정한 사실이 무엇인지 밝혀져야겠지만 언론에 오르내린 막발의 사례를 보자면, 서울 시향의 박 대표는 사무국 직원들을 마치 노예나 머슴으로 여긴 듯하다. 직원들에게 수익을 위해 장기를 팔라거나 술집에 나가라고 발언한 대목이 그렇다. 정작 서울 시향의 본래 역할과 기능을 생각할 때, 서울 시민들에게 닥칠 부정적인 영향은 생각하지 않은 듯 싶다.

문화 향유권을 보장하는 역할과 좀 더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노력을 도외시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실적에 집착해 버린 모양새였다. 무엇보다 범주 즉 카테고리의 오류가 있었다. 사무국 직원이라고해서 상급자가 인격 모욕을 무차별적으로 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을 제대로 못했다면 그에 맞게 적절히 평가하면 될이이다. 그것이 진행 절차일 것이다. 엄연하게도 형법에는 모욕죄가 규정되어 있고, 인권규약은 얼마든지 존재 하고 있다.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면 그 전인격을 파괴해도된다는 생각은 엘리트라고 생각하는 리더나 사회지도층에게서 곧잘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그런 행태들은 진정한 엘리트 혹은 사회지도층인지 그 내실이 의심스럽다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도 범주의 오류에서 비롯했다. 기내식 땅콩에 대한 매뉴얼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직원의 잘못은 운영 절차에 따라 처리할 일이었지만, 부사장이라는 최고위 리더는 비행기 자체를 회항시켰다. 개인적인 판단을 일반화 시킨 전형적인 오류의 사례였다. 기내 메뉴얼의 중요성을 언급한 그 리더는 결국 운영 메뉴얼을 어겼다. 당연하게도 그 비행기는 혼자 타고있던 전용기가 아니었고 일반승객들이 이용하는 항공기였다.

이는 비단 내적인 매뉴얼 위반이 아니라 형사법 차원의 위반이므로 중벌에 처해질 사안이었다. 항공기 승무원의 잘못을 지적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수단의 선택이 지나친 월권이었던 것이다. 월권을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합리화 했던 것이다. 자칫 큰 사고를 낳을 수 있었다. 이러한 점은 지나친 자신감은 물론 두 사람의 관계를 매우 단순하게 판단한 결과였다.

상대방의 오류를 지적하고, 그것을 바로잡는 행위에 큰 가치를 둔 나머지 다른 전체의 영향관계를 파악하지 못했거나 간과, 배제한 것이다. 특히 온전한 고용직 리더였다면 회항과 같은 극단적인 의사결정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리한 행동을 해도 커버될 수 있다는 패밀리 임명형 리더 조부사장의 생각은 시민들의 분노를 샀고, 사후 미지근한 사과 태도는 이를 더욱 악화시켰다. 

개인은 스스로 자신은 옳다고 생각하며 산다. 그런 생각이 없다면 생을 영위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기도 하다. 사람은 문화적 인식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그것이 적재적소에 적용되지 못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개개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와 의미들이 범주의 오류와 아울러 상황에 적합하게 들어맞지 않으면 중대한 실패를 낳을 수 있다.

그것은 누군가의 생명은 물론 집단적인 파괴를 낳을 수도 있다. 땅콩회항사건의 후폭풍에서 조금 드러났듯이 SNS 등의 발달은 개인의 문화적 경향과 집단적이고 공동체적인 가치 지향사이의 간극을 좁힐 수도 있을 것이다. SNS도 주관적 쏠림 현상이 관건이니 이에 대한 주의는 항상 필요하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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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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