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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해킹’ 북-미 일촉즉발...남북관계 주도권 어디로?


입력 2014.12.23 11:57 수정 2014.12.23 12:02        김소정 기자

북-미간 냉기류 중국은 관망 러시아 남북 정상 만남 성사 주목

영화 '인터뷰' 스틸 컷.ⓒ소니 픽처스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를 북한이 해킹했다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조사 결과가 지난 19일 발표된 이후 북한과 미국이 극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미국은 이 사건과 관련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본격 검토 중이다. 1987년 KAL 폭파 사건 이후 또다시 북한이 테러지원국에 재지정된다면 북미 관계에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각) 송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해킹은 전쟁이 아니라 ‘사이버 반달리즘(파괴 행위)”라고 지적하면서 “북한의 공격에 비례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북한도 즉각적으로 초강경 대응전을 선포했다. 국방위원회 정책국은 21일 성명을 발표하고 “오바마가 선포한 비례성 대응을 초월해 백악관과 펜타곤, 테러의 본거지인 미국 본토 전체를 겨냥한 초강경 대응전을 벌일 것”이라고 반발했다.

북한은 또 22일 노동신문 논설을 통해 “미제국주의자들이야말로 변하지 않는 주적 중의 주적이며 하늘 아래 같이 살수 없는 불구대천의 원수”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번 해킹 사건이 발생한 직후부터 “북한을 지지하는 자들의 ‘의로운 소행’이라고 주장하며 북한 배후설을 부인해왔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 인권’에 이어 ‘사이버 테러’를 들어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마침 유엔 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통과되고 안전보장이사회에 의제 상정이 임박한 가운데 총력전을 펴는 형국이다.

NYT도 20일 “미국이 이번 북한의 사이버 공격력 억제를 위해 한국과, 영국, 일본, 호주 등 우방국은 물론 중국, 러시아에도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일본 정부의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 정부는 소니에 대한 해킹 행위의 책임이 북한에 있다고 결론을 내릴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다는 취지로 발표했다”면서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며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보다 반응이 주목되는 중국 정부는 외교적으로는 미국의 협조 요청에 응할 것을 시사하면서도 관영 매체의 기고문을 통해 거리를 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1일 밤 존 케리 미 국무장과과의 전화 통화에서 “중국은 모든 형태의 사이버 공격이나 사이버 테러 행위에 반대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환구시보는 22일 리둔추 저장대학 한국연구소 교수의 기고문을 통해 “소니 해킹과 관련해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더 이상 중국을 끌어들이지 말라”면서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최근 소니 해킹 주모자로 북한을 지목했지만 어떠한 구체적인 증거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리둔추 교수는 이어 “북미 사이의 골칫거리들을 중국이 나서서 해결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양국 사이의 갈등으로 인해 중국의 핵심이익에 영향을 줄 경우 이는 별도로 다뤄야 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이 이뤄질 경우 북한은 미국의 원조, 방산 수출, 특정 금융거래 등을 제한받게 된다. 현재 이란과 수단, 시리아, 쿠바가 테러지원국 명단에 남아 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에 테러지원국 재지정 조치가 이뤄질 경우 이미 유엔 안보리의 제재 조치를 받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부담이 가중되는 게 당연하다”면서 “대한항공 폭파사건으로 테러지원국이 됐던 북한이 2008년 핵 검증에까지 합의하면서 명단에서 빠진 당시를 떠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최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비방하면서도 남측 인사들을 개성공단으로 초청하는 등 대화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김정일 3주기에 조화를 전달한 김대중평화센터 및 현대아산 관계자들을 김양건 대남담당 비서가 직접 초청해 오는 24일 남북 인사들이 다시 마주하게 됐다. 이번에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개성을 방문하기로 통일부에 신청했으며, 따라서 이들에게 전달될 김양건의 메시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내년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에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나란히 초청을 받은 점도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압박을 받을수록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대남 경협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밖에 없고, 만약 내년 5월 모스크바에서 박 대통령과 김정은이 조우할 경우 전격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이를 통해 남북관계의 실마리를 풀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한편, 23일 새벽1시부터 북한 관영통신인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의 웹사이트가 다운되고 접속이 안 되면서 일각에서는 미국의 보복 공격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마침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비례적 대응에 나서겠다” 발언 이후여서 이런 주장이 제기됐지만 두 개 사이트만 부분적으로 접속이 불안정한 상태이고, 똑같이 중국과 일본에 각각 서버를 둔 우리민족끼리와 조선신보는 접속이 잘 되고 있어 일시적인 접속 장애를 겪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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