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특별시민' 변연하의 짜릿한 첫 경험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입력 2015.01.04 09:25  수정 2015.01.04 09:29

부상 복귀전인 청주 홈경기서 관중들의 뜨거운 환호

홈에서 느낀 첫 전율..KB스타즈 구단 공도 매우 커

변연하가 40일 만의 복귀전에서 홈 팬들로부터 경험한 전율은 여자농구 특별시를 연고지로 하는 KB스타즈 선수였기에 가능했던 작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 연합뉴스

3일 청주 KB스타즈와 용인 삼성의 ‘KB국민은행 2014-15 여자프로농구(WKBL)’ 4라운드 경기가 열린 청주체육관.

1쿼터 후반부로 넘어가고 있던 시점 한 명의 선수가 코트로 투입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작년 11월 24일 같은 장소 같은 상대와 경기 도중 오른쪽 무릎 전방십자인대 부상으로 코트를 떠나 있다가 40일 만에 복귀전을 갖는 ‘변코비’ 변연하였다.

1쿼터 종료 3분 16초전 마침내 변연하가 코트로 들어섰고, 장내 아나운서는 변연하의 코트 복귀를 알렸다. 그 순간 체육관에 운집한 관중들은 일제히 환호와 박수로 에이스의 복귀를 반겼다.

홈 팬들의 이 같은 열정 덕이었을까. 당초 15분 안팎 코트를 누빌 것으로 알려졌던 변연하는 26분 넘게 코트를 누볐고, 승부처였던 4쿼터 막판 결정적인 골밑 돌파 득점과 3점포, 그리고 승리를 확정 짓는 자유투 득점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KB스타즈가 이날 삼성에 패했다면 3위 자리를 삼성에 내주고 4위로 내려앉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에이스 변연하의 눈부신 활약 속에 KB스타즈는 5할 승률 복귀와 함께 3위 자리를 사수했다.

경기 직후 환한 미소를 머금은 표정으로 인터뷰룸에 들어선 변연하는 간단히 코트 복귀와 승리의 소감을 전한 뒤 자신의 복귀에 열광적인 환호를 보내준 홈 팬들에 대해 놀라고 감사한 마음을 고스란히 전했다.

한국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로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모조리 겪어본 변연하 같은 베테랑 선수가 선수 생활 중 별의 별 일을 다 겪어 봤지만 이날 경험한 팬들의 환호는 생전 처음 경험했다는 것.

변연하는 “선수 생활 하면서 그런 느낌은 처음 느껴 보는 것이었다. 코트에 들어서는 순간 (팬들 환호에) 소름이 돋았다. 때문에 나뿐만 아니라 우리 팀 선수들은 홈구장에서 만큼은 더 함이 나고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팬들에 대한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여자프로농구는 국내 구기 프로스포츠 가운데서 인기와 관심도, 흥행 면에서 다른 종목에 비해 열악한 수준인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팀 성적이나 스타의 존재 여부에 관계없이 상당수의 경기가 불과 수 백 명의 관중들 앞에서 펼쳐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청주만큼은 예외다. 평일 경기는 비교적 적은 관중이 입장하지만 주말 홈경기만큼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거의 가득 메울 정도로 연고 구단인 KB스타즈에 대한 청주시민들의 애정은 각별하다.

물론 이런 정도의 홈 팬들의 열기가 있기까지 KB스타즈 구단의 노력도 큰 역할을 했다. KB스타즈는 마케팅 활동을 가장 훌륭하게 펼친 구단에 주는 프런트상을 4년 연속 독식하고 있을 정도로 적극적이고 다채로운 마케팅 활동을 펼치기로 정평이 나있다.

최근에는 ‘청주 아이유’로 불리는 가드 홍아란, 강아정 같은 실력과 끼를 겸비한 젊은 선수들이 스타성을 발휘하면서 이들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더욱 더 늘고 있다. 그 결과 KB스타즈의 홈경기가 열리는 날 청주체육관 주변은 KB스타즈 선수들의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체육관 주차장에는 경기를 보기 위해 관중들이 몰고 온 차량으로 붐빈다.

이쯤 되면 청주를 ‘여자농구 특별시’로 불러도 과언은 아닐 듯하다.

KB스타즈는 창단 이후 아직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경험이 없다. 매년 우승 후보로 거론은 되지만 여러 차례 주어진 기회에서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한 결과다.

하지만 모든 프로 스포츠가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산다는 점에 비추어 본다면 KB스타즈는 WKBL 6개 구단 통틀어 가장 행복한 구단이라고 할 수 있다. KB스타즈의 선수들 역시 WKBL 6개 구단 선수들 가운데 가장 행복한 선수들이라고 할 수 있다.

변연하가 40일 만의 복귀전에서 홈 팬들로부터 경험한 전율은 여자농구 특별시를 연고지로 하는 KB스타즈 선수였기에 가능했던 작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안산시를 연고로 WKBL 무대에서 6연패 신화를 이뤘지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인천으로 연고지를 옮긴 인천 신한은행이나 최근 2시즌 연속 WKBL을 제패하고 올 시즌에도 9할이 넘는 승률로 독주를 이어가고 있는 춘천 우리은행도 현재로서는 결코 흉내 내기 어렵고 부러운 부분이다.

명문 구단은 단지 성적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성적과 함께 팬들의 사랑이 결합됐을 때 비로소 명문 구단의 조건을 완성하게 된다. KB스타즈가 아직 우승트로피는 갖지 못했지만 명문 구단으로 가는 절대적인 조건 하나는 확실하게 갖추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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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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