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대신 이정협, 이름값 보다 열정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5.01.05 15:31  수정 2015.01.05 15:37

A매치 데뷔전 사우디전서 데뷔골 작렬

공격수 부재 속 ‘후반 조커’ 역할 완벽 수행

이정협이 A매치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터뜨리며 슈틸리케호 황태자로 떠올랐다. ⓒ 연합뉴스

'깜짝 스타' 이정협(24·상주 상무)이 A매치 데뷔전에서 짜릿한 골 맛을 보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

한국은 4일(한국시간) 호주 시드니 퍼텍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후반 27분 교체 투입된 이정협은 1-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46분 김창수의 패스를 문전에서 발끝으로 밀어 넣어 사우디의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22분 한국의 첫 번째 골은 자력으로 넣은 득점이 아닌 사우디의 자책골이었다. 우세한 내용에도 그대로 끝났으면 뭔가 아쉬웠을 경기였다. 하지만 이정협의 추가골로 한국은 완벽한 승리와 함께 2015 호주 아시안컵 개막을 앞두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성과도 거뒀다. 그 가능성이 바로 이정협의 재발견이다.

이정협은 2014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활약하며 아시안컵을 앞두고 슈틸리케 감독의 낙점을 받았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정협의 발탁에 고개를 갸웃했다. 이정협은 이전까지 각급 대표팀에서 활약한 경험이 전무했고 슈틸리케호에도 첫 발탁이었다. A매치 경험이 전무한 공격수를 중요한 메이저대회에서 첫 발탁한 경우는 보기 드물다.

더구나 이정협이 발탁되면서 아시안컵에 낙마한 공격수는 다름 아닌 '뜨거운 감자' 박주영이었다. 비록 박주영이 여전히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형편없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나마 몇 안 되는 경험 있는 공격수라는 점에서 국내 전문가들은 대부분 박주영의 아시안컵 발탁을 예상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흘러간 이름값이 아니라, 이정협의 젊음과 열정을 선택했다.

대표팀에서 이정협이 부여받은 역할은 '조커'다. 186cm의 장신을 앞세운 고공 플레이와 적극적인 몸싸움을 통해 경기 후반 분위기를 바꾸는 역할을 기대한 것. 사우디전에서도 이정협은 1-0으로 앞선 경기후반 약 20분을 남겨두고 교체 투입됐다.

이정협은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단순히 공중 볼을 따내는 '헤딩 노예'만이 아니라 적극적인 전방 압박과 공간침투를 통해 추가골을 만들어내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왜 박주영 대신 이정협을 선발했는지 그 이유와 기대에 부응하는 플레이였다.

이정협이 이번 아시안컵의 신데렐라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대표팀은 현재 최전방 공격수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측면 공격수인 손흥민이 사실상 프리롤에 가까운 역할을 부여받으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상대적으로 구자철, 이근호, 조영철 등 다른 공격수들의 부진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정협이 사우디전 후반에 보여준 움직임처럼 짧은 시간에도 경기 흐름을 바꾸는 해결사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면 55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한국축구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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