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급할 땐 '호남'위하는 척, 불꺼지면 먼저 버려"
<전북 합동연설회>문재인 공격에 일부 당원 "네거티브 말라" 반발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후보가 20일 “급할 땐 호남을 위하는 척하다가 불 꺼지면 호남부터 버린다”며 문재인 후보를 정면으로 공격했다.
박 후보는 이날 오후 전주 효자동 소재 웨딩홀에서 열린 전북 지역 대의원대회 및 합동연설회에서 “문재인 후보는 부산에 가면 부산정권, 영남 대표를 호소하면서 호남에 오면 호남의 적자가 되겠다고 한다”며 이같이 날을 세웠다.
앞서 지난 18일 전남 화순과 광주에 이어 ‘민주당 텃밭’에 온 박 후보는 더욱 거세게 문 후보를 공격했다. 그는 연설 첫머리부터 “호남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으나, 문 후보는 자신의 고향인 부산에서도 졌고 결국 우리는 패배했다”고 운을 뗀 후, “박지원은 호남 사람에 대한 차별에 맞서 싸웠는데, 문 후보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느냐”고 물었다.
특히 이날 합동연설회에서는 박 후보의 ‘문재인 저격’에 대한 반발로 문 후보와 박 후보의 지지자들 간 기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면서, 잠시 동안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박 후보가 “나는 우리당의 집권을 위해서 당권·대권 분리를 주장했지만, 문재인 후보는 당권·대권을 다 갖겠다고 한다. 꿩도 먹고 알도 먹고 이제 국물까지 다 마시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하자 문 후보를 지지하는 한 여성 당원이 “네거티브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에 문 후보 지지자인 또다른 남성 당원은 “시끄럽다. 그만 지껄이라”고 맞섰다.
아울러 전북 주도권을 쥐고 있는 정세균 의원을 내걸며 당·대권 분리론에 힘을 싣기도 했다. 박 후보는 “문재인 후보가 당권·대권을 다 차지하겠다고 하면 전라북도의 큰 정치인 정세균 전 대표는 어떻게 하느냐”며 “김두관, 김부겸, 박영선, 박원순, 손학규, 안철수, 안희정, 조경태, 천정배 이런 분들은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할까 속이 답답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문재인 후보가 당대표가 되어 당을 혁신하고 이기는 선거를 한다고 한다. 선거에 패배하고도 2년간 아무것도 안 하고서 이제 무슨 혁신을 하느냐, 진 선거를 한 사람이 어떻게 이기는 선거를 하겠느냐”라며 “당을 혁신하기 전에 당은 초토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문 후보는 “대표가 되면 지난 대선 때 받았던 48% 지지를 살려서 내년 총선 때까지 우리당의 지지도를 40%까지 확 끌어올리겠다”며 “누가 대표가 되면 우리당을 이기는 당으로 만들 수 있겠느냐. 누가 되표가 되면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정권교체의 희망을 줄 수 있겠느냐”라고 묻자 일부 당원은 ‘박지원’을 연호하며 “대권 먹을 거면 포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문 후보 지지자들은 곧장 ‘문재인’을 연호하며 박수갈채를 보냈고, 이내 두 후보를 연호하는 소리들이 팽팽하게 부딪쳤다.
한편 이날 일부 당원은 고 김대중 대통령의 사진을 흔들며 박 후보 지지에 나섰다. 그는 대표 후보자들의 연설이 끝나자 앞자리로 뛰쳐나와 김 전 대통령의 사진을 머리 위로 치켜들며 ‘박지원’을 연호하기도 했다. 문 후보도 김 전 대통령을 내세우며 “문재인이 김대중, 노무현의 적통을 잇게 해달라. 그래야 우리당을 확 바꿀 수 있고 단합시킬 수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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