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출신 두 스타 김선우(왼쪽)와 김동주의 초라한 은퇴가 팬들을 씁쓸하게 하고 있다. ⓒ 두산 베어스 /데일리안 DB
프로야구 두산 출신 스타들의 씁쓸한 은퇴가 팬들에게 아쉬움을 주고 있다.
지난겨울 두산과 결별한 김동주(39)는 선수 등록 마감일인 지난달 31일까지 새로운 소속팀을 찾지 못했고 결국 은퇴를 선언했다. 김동주는 구단 측의 은퇴 후 코치직 제의를 거절할 정도로 현역 연장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드러냈었다.
당초 김동주는 신생구단 kt행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조범현 감독과 개인 면담을 통해 긍정적인 기류가 형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구단과의 실제 협상 과정에서 조건이 틀어졌다. 일각에서는 연봉과 계약 기간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김동주에게 관심을 표하는 팀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타 구단에 육성 선수로 들어가는 방법도 있었지만 김동주는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결국 은퇴를 결정했다.
김동주의 은퇴는 두산 팬들이라면 아쉬운 결말이 아닐 수 없다. 김동주는 1998년 OB(두산 전신)에 입단해 오직 두산 한 팀에서만 17시즌을 활약했다. 통산 1625경기에 출장해 타율 0.309 273홈런 1097타점을 남겼다. 두산의 2001년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이기도 했다. '두목곰'이라는 애칭이 붙을 만큼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2012년부터 주전 경쟁에서 서서히 밀려나기 시작한 김동주는 지난해 전력에서 제외돼 1군 경기에 단 한 번도 출장하지 못했다. 퓨처스(2군) 리그에서만 45경기에 나와 타율 0.306 3홈런 18타점을 올렸다.
김동주의 초라한 은퇴는 1년 전 먼저 두산을 떠난 김선우의 결말과 많이 닮아있다. 김선우는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치고 지난 2008년 두산 유니폼을 입고 국내로 복귀했고, 2009부터 3년 연속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하는 등 두산 마운드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무릎 부상의 여파로 2012년부터 부진이 계속되자, 두산은 2013 시즌이 끝나고 김선우에게 은퇴 후 코치 연수를 제의했지만, 김선우는 이를 거절하고 방출을 선택했다. 김동주와 달리 다른 팀으로의 이적에는 성공했지만 행선지가 공교롭게도 라이벌 팀 LG라는 사실은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선우의 결말도 김동주와 크게 다르지는 못했다. 이미 전성기가 지난 김선우에게 더 이상의 영광은 돌아오지 않았다. 지난해 LG 유니폼을 입고 단 6경기에 나와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14.04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긴 채 결국 시즌 후 은퇴를 선언했다. 김선우는 올 시즌부터는 방송 해설자로 팬들 앞에 나설 예정이다.
두산 출신 스타들이 연이은 초라한 은퇴 소식에 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 팬들은 두산이 오랫동안 팀에 공헌한 베테랑 스타들을 너무 박대한다는 불만이 크다. 지금은 두산으로 돌아온 홍성흔도 첫 번째 FA 자격을 얻은 뒤 롯데로 떠난 적이 있고, 손시헌-이종욱(NC), 최준석(롯데) 등도 FA가 되자마자 모두 이적했다.
두산 구단은 이런 평가에 대해 난감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도 프랜차이즈를 예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선수로서의 역할을 평가하는 데는 냉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김동주나 김선우는 가급적 우리 팀에서 은퇴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 본인이 자초했다는 분석도 있다. 김동주는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기 전부터 프랜차이즈 스타임에도 팀 내 베테랑으로서의 역할에 의문부호가 붙어왔다. 크고 작은 구설수도 많았다. 베테랑으로서 대우를 받지 못한 부분은 본인에게도 책임이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노장 선수들이 떨어진 기량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거의 명성에만 집착하는 것도 딜레마다.
원래 김동주와 김선우는 두산에서 은퇴식을 치르고 명예롭게 떠날 자격이 있던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두산과 결별하고 나온 시장에서 냉정한 평가를 받으며 돌아갈 곳을 잃고 공중에 붕 뜬 상황이 되고 말았다. 한국 프로야구의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들에게는 안타까운 결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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