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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난 15위’ 김진서, 뜨거운 눈물에 담긴 만감


입력 2015.02.16 15:26 수정 2015.02.16 15:33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과도한 부담 속 더딘 성장 심한 마음고생

라이벌 경쟁서 우위 점하며 재도약 시동

김진서가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라이벌 이준형을 압도하며 국내 선수 1인자 자리를 탈환했다. ⓒ 연합뉴스

‘한국 남자 피겨의 희망’ 김진서(19·갑천고)가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딛었다.

김진서는 14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서 열린 ‘2014-1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4대륙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2.91점, 예술점수(PCS) 65.20점으로 총점 138.11점을 받았다.

이 점수는 김진서가 지난해 아이스 챌린지 네펠라 트로피 대회에서 기록한 135.90점을 2.21점 넘어서는 새로운 ‘퍼스널 베스트’ 점수다.

이로써 김진서는 앞서 쇼트 프로그램에서 61.53점을 더한 최종 합계 199.64점으로 최종순위 15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아이스 챌린지 네펠라 트로피에서 기록한 자신의 개인 최고점(207.34점)에 미치지 못했고 이번 대회 목표였던 200점 돌파에도 실패했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의 성공은 김진서를 ‘누구보다 빛난 15위’로 평가하기에 충분한 성과다.

그런 이유에서였을까. 프리 스케이팅 연기를 마친 뒤 김진서는 ‘키스 앤 크라이 존’에서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김진서는 경기 직후 “시니어 그랑프리에서 만족하지 못할 경기를 많이 했다. 그래서 절망하기도 했다”며 “엄마가 항상 지켜보고 응원했다. 엄마 생각이 가장 많이 났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쏟은 눈물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 김진서는 김연아와 같은 매니지먼트사(올댓스포츠)에 소속된 선수로 그동안 김연아 후광 덕에 선수로서 이룬 성과에 비해 다소 부담스러운 관심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김진서가 ‘김연아 사단’에 합류한 것은 지난 2012년 1월이다. 당시 오륜중학교 재학생 신분이었던 김진서는 태릉선수촌 빙상장에서 열린 ‘KB금융그룹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2’에서 남자 시니어부 우승을 차지하며 처음으로 국가대표러 선발된 상태였다.

당시 김진서의 우승과 국가대표 선발은 그가 초등학교 6학년인 2008년 11월 피겨 스케이팅에 입문한 이후 불과 3년 만에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갖게 했다.

특히 김진서는 피겨 입문 1년 8개월 만에 트리플 점프 5종을 완성한데 이어 그후 8개월 만에 남자 시니어 선수라면 반드시 구사해야 하는 트리플 악셀까지 성공시키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그만큼 국내 피겨 팬들과 미디어는 김진서의 현재보다 그의 미래에 더욱 더 큰 관심과 기대를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후 김진서의 행보는 기대에 다소 못 미쳤다. 2~3년째 ‘유망주’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기는 했지만 좀처럼 ‘한국의 에이스’라는 타이틀을 갖지 못했다. 중요한 순간 컨디션 난조와 실수로 기회를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김진서와 같은 소속사 선배이자 멘토인 김연아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연기를 펼치는 것은 좋은 점이지만 스스로를 컨트롤 하는 능력에서 아직 미숙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김진서가 어린 나이에다 피겨 입문 후 단기간에 많은 성과를 이루는 천재성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일정 기간을 거쳐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온 선수들이 지닌 안정감까지 갖추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김연아가 지적한 김진서의 핸디캡은 사실 다른 종목에서 비슷한 과정을 거친 선수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했다. 김진서 역시 그와 같은 핸디캡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만만치 않은 성장통을 겪어왔다.

라이벌 이준형(19·수리고)과의 경쟁에서 비교 우위를 점하지 못한 데 따른 스트레스는 늘 김진서를 괴롭혔을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이준형이 같은 소속사 식구가 되면서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스트레스가 가중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4대륙대회에서 김진서는 이준형(최종합계 180.06점·18위)보다 20점 가까이 높은 점수를 받으며 ‘국내 선수 1위’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다. 이준형이 ‘김연아 사단’에 합류한 이후 처음으로 맞대결을 펼친 주요 국제대회에서 김진서가 우위를 점했다는 점은 큰 의미를 갖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과도한 관심 속에서도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해 마음고생이 심했던 김진서로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키스 앤 크라이 존’에서 쏟아낸 뜨거운 눈물 속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에도 자신을 믿고 지켜봐준 많은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등 그동안 김진서가 겪어온 만감(萬感)이 녹아 있었다. 그 눈물을 통해 한층 성숙된 김진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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