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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김영란법, 시행도 전에 개정 너무 성급"


입력 2015.03.10 15:41 수정 2015.03.10 20:08        김지영 기자

"언론사·사립학교 포함, 특히 공공성이 강한 분야로 평등권 문제 아냐"

‘김영란 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법)의 최초 제안자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에서 최근 국회 법안이 통과된 ‘김영란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대한 법률’에 대한 수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데 대해 “이번에 통과된 법은 아쉬운 점이 많다”며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시행도 해보기 전에 개정, 수정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너무 성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서강대 다산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말하며 “이 법은 근본적으로 우리의 오래된 관행과 습관, 문화를 바꾸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단순히 형사법적인 처벌문제에 집착하기보다 근본적으로 부패문화를 바꾸는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일단 시행하면서 부패문화를 바꿔보고, 그래도 개선되지 않으면 보다 강화된 조치를 추가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나로써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해서 내가 원래 제안했던 대로 개선을 요구하는 건 아니다”라며 “이렇게라도 (통과된 건) 기적 같은 일이다. 이렇게라도 시행해보고, 사실 문화가 바뀌면 없는 법처럼 돼도 상관없다. 우선 이 법의 상태에서라도 제대로 출발하는 게 좋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은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안이 위헌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례를 들어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그는 직무관련성이 없어도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수수 시 처벌하는 조항에 대해 “이 조항은 그 다음의 예외조항과 연계해 해석하여야 오해의 소지가 없어진다”며 “예외조항은 강의사례금, 격려금, 사교·의례 또는 부조 목적의 금품, 사적 거래로 인한 채무이행 금품 등을 규정하고, 특히 맨 마지막 여덟 번째에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 등을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은 “따라서 이 조항의 의미를 단순히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측면뿐 아니라 사회상규 상 허용되느냐의 여부를 살펴서 해석해야 한다”며 “즉 사회상규 상 공직자가 공짜 돈 봉투를 받아야만 할 합당한 이유가 있느냐에 따라 처벌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상규’라는 표현의 모호성에 대해서는 “사회상규라는 걸 규정할 수 있느냐. 그래서 판례도 그런 식으로 하는 것”이라며 “판례가 축적되면 그게 사회상규이다. 예를 들어 정당방위가 되냐, 안 되냐가 문제가 된 적이 있는데, 그것도 정당행위라는 사회상규를 나열식으로 (규정)하진 않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 전 위원장은 또 금품 등 수수와 관련해 예외조항인 ‘사교나 의례’가 애매한 면이 있어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공직자들은 일반적으로 사회상규에 위반되지 않는 금품수수 시에는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사회상규라는 법률용어는 형법 등 많은 법률에서 이미 사용하는 개념이고 그동안 수많은 사례에서 많은 판례가 형성돼 있다”고 반박했다.

김 전 위원장은 “세부 실무지침과 선례를 만들어 나가면서 ‘공짜 돈 봉투는 없다’는 원칙을 세워나가면 법집행에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그럼에도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을 남용했다가는 오히려 조직에 대한 신뢰가 흔들려서 사회적 평가가 크게 훼손되어 자멸하는 길로 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김 전 위원장은 배우자 의무신고 조항이 불고지죄, 연좌제 금지에 어긋난다는 주장에 대해 “관련 조항의 요점은 공직자 등의 배우자가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하지 못 하게 하고, 공직자가 이를 알았을 때에는 이를 신고하거나 반환하게 하는 것”이라며 “나아가 공직자가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을 경우 공직자가 이를 신고하고 반환하게 해 면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그는 “이 법이 적용될 경우에는 배우자는 처음부터 처벌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배우자의 처벌을 전제로 하는 불고지죄와는 관련이 없다”며 “배우자의 죄책에 대해 본인이 불이익을 입는 연좌제와도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오히려 공무원 등 공직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므로 양심의 자유, 자기책임의 원칙에 위배는 문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전 위원장은 법안 적용 대상이 원안의 공직자에서 언론사, 사립학교 종사자까지 확대된 데 대해 “(법안을 고안할 때) 개인적인 생각은 우리 사회의 반부패 문제 혁신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공직 분야가 솔선수범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우선 공직분야의 변화를 추진한 다음 그 다음 단계로 민간 분야에 확산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이번에 이미 국회에서 민간 분야 일부의 반부패문제를 개혁하려고 한 마당에 이를 잘못됐다고 비판하기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장차 확대시켜 나가야 할 부분이 일찍 확대되었을 뿐”이라며 “이는 특히 공공성이 강한 분야에 확대를 시도한 것이어서 평등권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법안 적용 대상을 시민단체, 변호사 등 다른 민간 분야까지 넒혀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김 전 위원장은 “당초에는 공직사회의 반부패 문제에 국한했으나 향후 민간 분야로서의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우리 사회가 집단지성을 발휘해 공직분야뿐 아니라 사회 전 분야에 반부패 행보를 가속화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은 언론 부분에 대해 “지금이라도 우리 헌법상의 언론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예컨대 수사 착수를 일정한 소명이 있는 경우에 한다든지, 수사착수 시 언론사에 사전 통보를 한다든지 하는 등의 장치”라며 “언론의 자유는 특별히 보호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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