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장 된 다음 만난 적 없어" → "착각했던 듯"
이완구 국무총리가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의 만남이나 친분에 대해 말 바꾸기를 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성 전 회장과의 만남과 관련 말을 바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김 전 실장은 16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 기억을 되살려보니 2013년 11월 6일 오후 6시 30분에 성 전 회장을 비롯해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 등 충청도 의원 5명과 저녁을 먹었다"고 말했다.
앞서 김 전 실장은 성 전 회장이 2006년 10만 달러를 직접 건넸다는 주장이 나왔을 당시 "비서실장이 된 다음(2013년 8월 5일)에는 성 전 회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했었다.
김 전 실장은 이에 대해 "착각했던 것 같다. 내가 다시 기억을 되살리고 갖고 있는 자료를 보니까 11월 6일은 확실히 기억이 난다"며 "확인해보니 그날 밥값도 내가 결제를 했다"고 덧붙였다.
이 만찬은 경남기업 워크아웃 개시 결정(10월 31일)이 난지 1주일 뒤다. 중앙일보가 이날 밝힌 성 전 회장의 비망록(다이어리)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11월 6일과 워크아웃 개시 전인 9월 4일, 5일에도 김 전 실장의 이름을 적어뒀다.
김 전 실장은 9월 초 만남에 대해서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만난 것 같기도 하고 정확하지는 않다"며 "11월 6일은 혼자 만난 것도 아니고 동료 의원들과 함께 만났던 것으로 개인적 부탁이나 그런 게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9월에 성 전 회장을 여러 명과 함께 만난 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성 전 회장과 둘이서만 본 적이 없느냐"는 물음에는 "없단 것은 아니고 확실하지 않다"며 "평소에도 성 전 회장이 자유선진당과 합당해 새누리당의 대선 승리에 기여했다는 점을 호소하고 억울하게 선거법으로 고초를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직·간접으로 한 적이 있기 때문에"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렇지만 만나서 애로를 들어준 게 있는지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실장은 성 전 회장이 2006년 9월 건넸다는 10만 달러에 대해서는 거듭 자신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그는 "맹세코 돈을 받지 않았다"며 "나는 공직이든 국회의원이든 있으면서 거금을 주면 겁나서 받지 못한다. 덜렁덜렁 받는 간 큰 남자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