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의 남자' 권혁 있기에 가능한 벌떼야구
올 시즌 최다 투구수 기록하며 3이닝 소화
9회말에는 김성근 감독 직접 마운드 올라 격려
이제는 완벽한 독수리군단의 기둥으로 자리매김한 것처럼 보인다. 베테랑 좌완 불펜 권혁이 올 시즌 한화의 필승 보증수표로 떠올랐다.
권혁은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시즌 3세이브째를 달성했다.
유창식-송은범-박정진에 이어 7회말부터 마운드에 오른 권혁은 3이닝동안 올 시즌 최다투구인 54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LG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다. 권혁의 3이닝 세이브는 17일 NC전에 이어 올 시즌 벌써 두 번째다. 한화는 권혁의 호투에 힘입어 5-2 승리하며 하루만에 5할 승률(9승9패)을 회복했다.
한화는 선발 유창식이 3이닝만 소화하고 타구에 맞은 부상으로 마운드를 내려가며 예상보다 일찍 불펜투수들을 투입하는 총력전을 펼쳤다. 송은범(0.1이닝)과 박정진(2.2이닝)-권혁(3이닝)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제 몫을 다해내면서 한화는 어려운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특히 권혁은 시즌 초반이지만 벌써 올해 한화 최고의 영입으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김성근 감독의 부임과 함께 어느 때보다 과감한 전력보강을 단행한 한화지만 권혁보다 더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선수도 없다.
권혁은 지난 시즌 삼성에서 38경기 출전에 34.2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평균자책점은 2.86으로 준수했지만 중요한 상황에서는 많이 나서지 못했다. 권혁이 지난 겨울 한화 이적을 결심한 이유다.
권혁은 한화를 선택하면서 무엇보다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서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불펜을 적극 활용하는 '벌떼야구'의 신봉자 김성근 감독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권혁의 소원대로 해줬다.
권혁은 이날 경기까지 벌써 12경기에 나서서 지난 시즌 전체 이닝의 절반을 넘어서는 18.2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셋업맨으로 출발했지만 팀 사정에 따라 원포인트 릴리프와 마무리까지 오가며 3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4.34를 기록 중이다. 그만큼 김성근 감독이 한화 불펜 중에서도 권혁을 가장 중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LG전에서는 권혁에 대한 김성근 감독의 신뢰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호투하던 권혁이 9회 들어 투구수가 늘어나면서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자 김성근 감독이 갑자기 마운드로 올라갔다.
투수교체를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김 감독은 가벼운 미소와 함께 권혁을 볼을 쓰다듬더니 포수 정범모에게도 등을 두드려주며 배터리를 격려했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좀처럼 경기 중에 보기 드문 김성근 감독의 스킨십이었다. 권혁도 김성근 감독의 격려에 미소를 지어보였다. 권혁은 감독의 믿음에 힘을 얻고 결국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권혁은 불규칙한 등판 속에 불펜요원으로는 지나치게 많은 이닝을 소화하다보니 혹사 논란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권혁은 한화 이적 소원대로 많은 경기에 꾸준히 나오며 중용될 수 있어서 마운드에 서는 것이 행복하다. 한화도 권혁이라는 필승 카드를 얻으며 만년 하위권 탈출을 위한 중요한 동력을 얻었다. 한화와 권혁의 만남은 현재까지 서로에게 있어서 최고의 한 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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