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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말고도 지역마다 포럼 득시글 뭐하나 봤더니...


입력 2015.05.05 11:33 수정 2015.05.05 11:39        문대현 기자

호남미래포럼 미래전략아카데미 등 지역 기반 다수

'정치 색깔 없다'지만 순수성에 의문 갖는 시선도

지난 2008년 1월 21일 서울 프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19차 충청포럼에서 성완종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서산장학재단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정치자금 수수 파문으로 온 나라가 들썩거린 가운데 대중은 성 전 회장이 수장으로 있던 충청포럼에 주목했다. 이와 함께 각종 지역포럼의 역할에 대한 관심도 증대되고 있다.

2000년 성 전 회장에 의해 결성된 충청포럼은 충청도 출신 정치인·관료·언론인으로 구성됐다. 이는 충청지역의 지식인들을 기반으로 구축된 학술회로 정기적인 회동과 연찬을 통해 공통의 관심사를 놓고 토론하고 정보를 교환하며 향우로서의 인간적 유대를 강화하는 목적의 단체로 출발했다.

충청포럼은 주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강연회를 개최했는데 강연자 중에는 고르바초프 구 소련 대통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거물급 인사가 포함됐다. 모임에 참석한 이들은 충청 지역의 발전을 위해 지역 현안을 심도 있게 논의한 후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성완종 게이트 이후 충청포럼은 사실상 정·관계 로비창구로 이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성 전 회장이 충청포럼을 통해 세를 확장해나가면서 일각에서는 성완종 개인의 정치적 야심을 위한 사조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했다.

정계에 발을 들이고 싶어 했던 성 전 회장은 포럼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역대 정권의 인사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소속 언론인들에게 각별한 공을 들인 그는 결국 충남 서산·태안에서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가 고대하던 금배지를 달 수 있었던 것은 충청포럼의 역할이 컸다고 보는 것이 대체적인 시선이다.

성완종 게이트로 인해 충청포럼이 온갖 비리와 로비의 온상으로 낙인이 찍히면서 기존의 지역포럼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가 늘어난 분위기다. 이에 지역포럼들은 성완종 역풍을 맞지 않기 위해 최대한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하고 있다.

호남, 영남, 제주 등 대규모 지역포럼 존재

지역포럼은 충청 뿐 아니라 영호남 등 지역에 기반을 두거나 또는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 출신 엘리트 인사들이 모여 구성된다. 모임의 규모에 따라 잘 알려지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지만 대체로 권역별로 하나씩은 존재한다. ‘호남미래포럼’이 그 대표적인 예다.

전남 나주 출신의 한갑수 전 농림부 장관이 이사장으로 있는 호남미래포럼은 2013년에 문을 열었으며, 정·재계, 관료, 언론인 등 분야를 막론한 호남 출신 600여명 인사의 이름이 올라가 있는 비교적 큰 모임이다.

이들은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호남의 ‘뒤처짐 현상’을 경계하고 고향발전의 대안을 찾아 공론화와 정책반영에 노력하는 작은 일을 실천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정례적으로 세미나와 간담회를 개최해 호남을 포함한 국가의 미래 발전을 위한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영남 지역에는 ‘미래전략아카데미’가 눈에 띈다. 2010년 대구경북 지역의 미래비전과 발전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이 포럼은 지역 국회의원과, 상공인, 연구인, 학계전문가 등 380여명이 함께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포럼을 통해 △대구·경북의 미래 비전 및 발전전략 수립과 정책대안 제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의견 수렴, 아이디어 발굴의 통로 △지역 산·학·연 공동 기술 사업화 매개 역할 △국내·외 최고의 전문가를 강사로 초청, 차별화된 정례 포럼 개최 △회원 상호간 인적 네트워크 구축, 기술개발 및 정보교류의 장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유치와 성공적 조성을 위한 구심점 역할을 해오고 있다.

특히 이 모임은 운영위원회와 실무위원회를 두고 IT융복합·그린에너지·신소재·의료바이오·정책개발 등 총 5개의 분과위원회로 구성돼 운영될 정도로 전문성을 부각하고 있다.

제주 쪽으로 눈을 돌리면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이 존재한다.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모색하기 위한 역내 다자협력 논의의 장을 만들기 위해 2001년 ‘제주평화포럼’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이 모임에는 정·관계, 경제계, 학계, 언론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2001년 제1회 포럼을 개최 이후 2011년 제6회 포럼까지 격년제로 열려 왔으며 6회 포럼부터 명칭을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했다. 2012년 제7회 포럼부터는 매년 모임을 열고 있다.

이 포럼은 지역적 한계에서 벗어나 세계지도자 및 관련 전문가들이 모이는 아시아 대표 포럼으로 성장하기 위해 힘 쓰고 있다. 아시아지역 국가정상의 참여를 통해 동아시아 및 범세계적인 인적·지적 네트워크 증진을 통한 실질적 협력 확대에 기여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밖에 ‘21세기경영인클럽’도 있다. 이 포럼은 지역 모임이라는 성격에서 벗어나 최고 경영인들의 경영연수 및 친교 모임을 주도하고 국제 산업기술 세미나 등을 개최하여 산업계의 기술혁신을 꾀한다. 경제 분야에 능통한 국회의원들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매달 월례조찬회를 가지며 연례 행사로는 여름철에 제주도에서 ‘21세기 제주포럼’을 열고 회원간의 친목 도모 및 정보를 교환한다.

'정치색 띠지 않는다'며 몸 사리는 포럼들, '순수하지 않은 모임'이라는 지적도

소개된 포럼의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모임의 기본 성격을 지역 발전 도모 및 전문성 배양이라고 말하고 있다. 각종 포럼에 몸을 담은 국회의원측도 특정한 현안 발생 시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함이라고 참가 목적을 설명한다. 충청포럼으로 인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하는 듯한 목소리로 보인다.

호남미래포럼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지역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포럼을 통해 도모하는 모임”이라며 “정치색을 띠는 단체는 아니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21세기경영인클럽의 관계자도 “다양한 회사와 기업의 임원진들을 대상으로 제주도에서 여름 휴가 겸해서 포럼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와 함께 21세기경영인클럽에 소속된 한 의원의 측근은 참가 목적에 대해 “클럽에서 특강을 매달 진행하는데 그 때 관련 아이디어를 듣기 위해 가는 편”이라며 “토론하러 가거나 정책적인 문제 때문에 참석한다”라고 말했다.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의 한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나는 이름만 올라가 있을 뿐 활동은 거의 안 한다”라며 “(정치적인) 세 확장의 모임은 전혀 없다”고 짜증이 잔뜩 묻은 말투로 답변했다.

그러나 이들 모임의 순수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존재했다. 경남 지역의 한 의원은 “지역 관련 포럼은 어디에나 많다”며 “모임은 정치적 목적을 갖고 출발하며 정치인이 참석하는 목적도 선거 때 사조직 구성 대신 포럼으로 세를 확장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겉으로는 지역 발전을 이야기 하지만 대부분 순수하지 않은 편”이라며 “나는 그래서 개인적으로 참석하지 않는 편”이라고 고백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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