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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법 통과됐지만…야당에 끌려다닌 새누리


입력 2015.05.29 05:05 수정 2015.05.29 05:19        문대현 기자

하루종일 '엎치락 뒤치락' 결국 세월호법 시행령 수정 논의키로

공무원연금 개혁법안과 세월호 시행령 수정을 위한 국회법 개정안 등의 본회의 처리를 위한 여야 원내대표 합의안이 새누리당에서 조건부 추인 결정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28일 저녁 국회에서 다시 의원총회를 개최한 가운데 자정을 앞두고 먼저 본회의장에 입장해 있던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야당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공무원연금 개혁법안과 세월호 시행령 수정을 위한 국회법 개정안 등의 본회의 처리를 위한 여야 원내대표 합의안이 새누리당에서 조건부 추인 결정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28일 저녁 국회에서 다시 의원총회를 개최한 가운데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전병헌, 오영식 최고위원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여야는 29일 새벽 본회의를 열어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야당과 합의에서 상대 요구를 일부 수용하며 끌려다니는 협상을 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이날 통과는 지난해 10월 28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제출한 지 꼭 7개월 만이다. 그러나 지난 6일 여야 합의가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는 만큼 처리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양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비공개 협상을 시작했지만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에 발목이 잡히면서 결렬됐다.

야당은 시행령이 상위 법규인 세월호 특별법에 위반되는 내용이 있는 만큼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여당은 행정부 소관인 시행령 부분에 대해 여당이 보장 혹은 약속하라는 주장은 '월권'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팽팽히 맞섰다.

이후 여야는 4시에 양당 원내대표와 원내수석이 참여하는 긴급 '2+2 회동'을 열어 다시 한 번 의견 조율에 나섰다. 이들은 2시간이 훌쩍 넘는 긴 회의를 진행하며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여야는 곧바로 각각 긴급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소집해 잠정 합의안에 대한 추인 절차에 돌입했다.

합의 내용에는 △공무원 연금 및 공적연금에 대해 공적연금 특위에서 논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에 대한 적정성,타당성 검토 △차수변경을 통해서 57개법안 및 상임위원장 교체건 처리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수정은 운영위 열어 국회법 개정 △문형표 장관 유감표명 요구 재발방지 약속 요구 등이 포함됐다.

특히 여야는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른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에 관해 내달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서 이를 근거로 시행령 수정을 논의키로 했고,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기간 및 위원 임기 등 관련 활동 연장안을 6월 내 처리하는 것에 뜻을 모았다.

합의안 추인 앞두고 여당 반발에 다시 교착 상태

그러나 새누리당의 법조인 출신 일부 의원들이 의총에서 세월호 시행령 수정 요구와 관련한 국회법 개정안 처리 합의 조항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상황은 다시 바뀌었다. 행정부의 권한인 시행령을 국회의 요구로 의무적으로 수정토록 하는 것은 3권 분립 위배 등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김무성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여야 합의도 존중하지만 위헌소지가 있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위헌소지가 있는 부분은 법사위로 넘겨서 수정시키는 게 옳다"고 말했다.

결국 여당은 나머지 내용에 대해선 추인을 하되, 국회법 개정안 관련 내용이 담긴 잠정 합의안의 '3-1 조항'은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전권을 위임해 야당과 재협상에 나서도록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야당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은 "원내대표 간 합의사항에서 한 글자라도 고치게 되면 법사위를 열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법사위의 심의·의결 절차를 거쳐야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의총을 다시 소집해 현재 상황에 대한 의원들의 견해를 교환했다. 강기정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이 지금 흥분했다"며 "5월 6일에도 여야 간 합의를 다 했는데 새누리당 의총에서 뒤집어졌고 오늘도 (그랬다) 이건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의 시행령 수정권한 부여를 두고 양당 간 간극을 좁히지 못하며 이후에도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여야는 자정을 4분여 남겨두고 간신히 본회의를 열어 회기를 29일까지 하루 더 연장하는 안건을 의결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이후 유승민 원내대표는 야당의 원내지도부와 만나 재협상에 들어갔다. 유 원내대표는 협상장으로 향하던 중 "새벽 중에라도 본회의를 열어 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오전 12시 50분, 새누리당 이종훈·새정치연합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기존의 합의문에서 변경되지 않은 원안을 유지한다고 밝혔고 이것으로 협상은 마무리됐다.

여야는 새벽 3시 본회의를 열어 공무원연금 개정안을 포함해 대학생의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취업후 학자금 상환특별법 개정안', 담뱃갑 경고 그림을 의무화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등 50여건의 안건도 함께 처리했다.

공무원연금 개혁법안과 세월호 시행령 수정을 위한 국회법 개정안 등의 본회의 처리를 위한 여야 원내대표 합의안이 새누리당에서 조건부 추인 결정으로 막판 진통을 겪는 가운데 28일 저녁 자정을 앞두고 본회의장에 입장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회기연장을 처리한뒤 퇴장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새누리, 야당에게 협상 끌려갔다는 비판 피할 수 없을 듯"

28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한 논의는 15시간이 흐른 29일 오전 1시쯤에야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그러나 새누리당으로서는 당초 정부와 함께 추진하던 공무원연금 개정안을 야당이 연계한 세월호 시행령과 함께 통과시켰다는 것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해 야당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 했기 때문이다.

앞서 서청원 최고위원은 2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왜 야당의 다른 부대조건을 들어주고 질질 끌려가는 여당이 돼야 하냐"며 "원내지도부가 힘들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는 지켜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김무성 대표도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수정 논란과 관련해 "너무 좀 모욕적인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당내 지도부의 반대에도 원내지도부는 야당의 요구를 들어줬다. 이는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야당이 끝까지 강경하게 버틸 경우 여당으로서는 원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향후 새누리당 내에서는 공무원연금 개정이라는 목적은 달성했지만, 협상 과정에서 야당의 요구에 밀려 제대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대부분 내어줬다는 것에 대한 잡음도 나올 전망이다. 더불어 야당이 동의해주지 않으면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할 수 없는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개정 요구도 더욱 쏟아질 것으로 추측된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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