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와 미얀마전에 출전할 23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번 명단은 슈틸리케호 출범 이후 가장 큰 폭의 변화가 단행됐다. 기성용, 박주호, 구자철 등 기존 유럽파 주축들이 부상과 군사 훈련으로 대거 불참, 상대적으로 새로운 얼굴들과 K리거에게 많은 기회가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최대 약점으로 거론되던 공격진은 많은 관심을 받았다. 기존 대표팀 주축 공격수로 평가받았으나 슈틸리케호 출범 이후 입지가 좁아진 이동국과 김신욱 복귀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은 이용재와 이정협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각각 K리그와 J리그 2부에 속한 선수들이다. 이동국은 이번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김신욱은 대기 명단에 만족해야 했다. 1부 리그에서 활약 중인 최고의 스트라이커들이 정작 대표팀에서는 2부리거에게도 밀린 기묘한 모양새다.
슈틸리케 감독은 올해 초 아시안컵 때만 해도 부상에 시달리던 이동국, 김신욱을 두고 "한 명만이라도 긍정적인 소식을 전해줬으면 좋겠다"며 이들의 빈자리에 큰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최근까지도 대표팀에 투입할 만한 공격 자원이 늘 부족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 이후 더 이상 이동국과 김신욱에게 큰 미련을 두지 않는 분위기다.
슈틸리케 감독이 대표팀 혁신을 위해 제시하고 있는 명분은 '소속팀에서의 활약'과 '발전 가능성'에 있다. 소속팀에서 꾸준히 잘하고 있는 선수들을 중용하되, 비슷한 기량이라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젊은 선수들에게 좀 더 기회를 준다는 원칙이다. 이는 당장의 지역예선 뿐만 아니라 3년 뒤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 감안한 장기적인 포석이다.
이동국과 김신욱은 여기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동국은 36세의 노장이다. 아시안컵 때만 하더라도 여전히 국내 최고의 스트라이커였지만, 러시아 월드컵이 열리는 2019년이면 어느덧 39세가 된다. 그때까지 현역으로서 지금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으리란 보장이 없다. 실제로 이동국은 올 시즌 여전히 뛰어난 골 감각을 발휘하고 있지만 에두가 영입된 이후 선발보다 교체로 출전하는 경우도 대폭 늘었다.
김신욱은 현재 소속팀에서도 주전 경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임 김호곤-조민국 감독 때만 해도 부동의 에이스로 맹활약했지만 윤정환 감독과는 궁합이 잘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윤정환 감독은 최전방에 양동현을 더 중용하고 있다. 울산이 공격력 부재에 고전하면서 윤정환 감독이 김신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중시하는 슈틸리케 감독으로서는 김신욱 발탁에 주저할 수밖에 없다.
물론 슈틸리케 감독의 원칙이 항상 일관된 것만은 아니다. 같은 기준으로 30대의 노장임에도 K리그 득점과 도움 랭킹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염기훈을 대표팀에 발탁했다. 아시안컵에서 대한 정강이 부상으로 시즌 후반기 출전 기록이 거의 없는 이청용이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것은 '소속팀에서의 활약'이라는 기준에는 맞지 않는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에게 가장 중시하는 원칙은 자신의 눈으로 직접 판단한 선수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무명의 이정협을 처음 발탁할 때와 마찬가지로 2부리거 이용재의 선발 이유에 대해서도 오랫동안 지켜보고 검증한 선수임을 특별히 강조했다.
득점같이 단순한 기록상의 수치보다 수비 가담이나 연계플레이 등 다른 기준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취향을 만족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이동국과 김신욱이 당분간 대표팀에 복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소속팀에서 지금보다 훨씬 더 뛰어난 활약을 펼치거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만 나이나 플레이스타일을 감안할 때 쉬운 일만은 아니다. 다시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 기회는 돌아올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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