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한국 여자축구 선수들에게 브라질이라는 상대는 설렘보다 긴장이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FIFA랭킹 18위)은 10일 오전 8시(한국시각)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경기장서 열린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E조 1차전 브라질(FIFA랭킹 7위)전에서 0-2로 패했다.
팽팽한 흐름에서 실수 이후 움직임이 둔화되면서 한박자 늦은 패스와 슈팅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지메시’ 지소연도 뒤늦게 공격진에서 힘을 냈지만 월드컵 경험이 풍부한 브라질 선수들의 노련한 수비에 막혔다. 발목 부상 여파로 나오지 못한 최전방 공격수 박은선의 공백도 아쉬웠다.
첫 패배를 당한 한국은 같은 조 스페인(FIFA랭킹 14위)과 코스타리카(FIFA랭킹 37위)가 앞서 열린 경기에서 1-1로 비기면서 최하위로 밀렸다. 결국, 한국은 오는 14일 오전 8시 코스타리카와 2차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본선 진출국 수가 24개국으로 늘어난 이번 월드컵은 4개팀 6개조로 나뉘어 조 1·2위가 16강에 오르고, 3위팀 가운데 상위 4개팀이 16강에 진출한다. 한국은 현실적인 목표를 브라질에 이어 조 2위를 세우고 있는 만큼, 브라질전에서 지더라도 최소 실점이 필요했다.
2003년 이후 12년 만에 여자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축구는 공교롭게도 데뷔전 상대였던 브라질과 또 만났다. 브라질 여자대표팀은 ‘삼바축구’로 불리는 남자 브라질대표팀 만큼이나 마르타(29)를 중심으로 한 화려한 공격을 자랑한다. 오히려 탄탄한 체격을 바탕으로 한 몸싸움은 이상이라는 평가다. 명성 그대로였다.
전반 중반까지는 슈팅수(5:5) 등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실수로 발목을 잡혔다.
전반 33분, 수비수 김도연이 골키퍼 김정미에게 너무 약하게 백패스, 이를 보고 달려든 포르미를 막지 못해 어이없이 선제골을 허용했다. 두 번째 골을 얻어맞은 후반 8분도 수비진에서 공을 돌리는 비슷한 과정이었다. 이미 선제골을 넣었던 포르미가 또 공을 가로채 문전을 향해 돌파했고, 조소현이 다리를 뻗어 막았다. 하지만 포르미가 다리에 걸려 넘어진 듯한 영리한 액션으로 페널티킥을 이끌어냈다.
키커로 나선 브라질 여자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마르타는 왼발로 침착하게 골을 만들었다. 월드컵 통산 15골로 통산 최다득점 1위로 올라선 순간이다.
노장들이 즐비한 브라질은 후반 종반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졌다. 이 틈을 노려 지소연과 전가을, 정설빈 등이 브라질 수비라인을 흔들며 결정적인 두 차례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문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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