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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조아려도 꿈쩍않는 청와대, 유승민의 선택은...


입력 2015.06.27 10:00 수정 2015.06.27 10:01        문대현 기자

의총서 재신임후에도 친박들 공세 계속

정가 "이미 치명상 받아 당장 그만둬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새누리당 당내 친박계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았으나 의원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은 유승민 원내대표가 25일 저녁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회법 개정안 파동과 관련해 유임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두고 사퇴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야당마저 모든 의사일정에 보이콧 한 상황에서 유 원내대표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유 원내대표는 26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정책자문위원 위촉장 수여식에서 "이자리를 빌어서 원내대표로서 한 말씀 드리고 싶어서 준비해 온 말씀을 올린다"며 "박 대통령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온 유 원내대표가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청와대를 향해 바짝 엎드린 자세를 취한 것이다.

유 원내대표는 "나는 박 대통령의 성공을 누구보다 간절하게 바라는 사람"이라며 "박 대통령도 우리에게 마음을 풀고 열어주길 바란다. 새누리당 국회의원 전원이 마음을 합쳐서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가 대통령을 향해 고개를 조아린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유 원내대표는 그동안 청와대와 각을 세워왔기에 더욱 눈길을 끈다. 그는 취임 전인 지난해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청와대 비서들을 '청와대 얼라들'이라고 부르며 질타한 바 있다.

그러나 대통령으로부터 사실상 사퇴 압박을 받은 유 원내대표는 정면 돌파 보다는 자세를 낮추는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에 유감을 표명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한 고비를 넘겼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많아 보인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는 일단 유임하는 쪽으로 결정이 났지만 이날 친박계 의원들이 재차 '유승민 사퇴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친박·청와대 "유승민 사퇴하라" 맹공

청와대 정무특보를 겸직 중인 윤상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유 원내대표 사퇴'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지도부는) 이게 일단락됐다고 하는데, 아직 그런 것 같지는 않다"고 답했다.

윤 의원은 "진정한 리더는 거취를 누구에게 묻는 게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며 "진퇴를 논의한다면 (당사자가) 없는 상태에서 해야 한다. 김태호 최고위원이 이것은 '종결'이 아니라 '보류'라고 말한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부연했다. 사실상 유 원내대표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말로 해석된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이장우 의원도 이날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지금이라도 국회법 파동과 그동안 미숙한 협상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거취를 표명하고 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원내대표로서의 실질적 역할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며 "책임을 지지 않는 지도자는 실질적인 역할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청와대 역시 유 원내대표에 대해 싸늘한 시선을 숨기지 않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는 자신의 책임을 져야 하고, 책임을 지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며 "어떻게 책임을 질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을 향해 사과하며 '마음을 풀라'고 했지만 박 대통령은 화가 난 것이 아니라 국민 신뢰를 저버리는 정치인은 안 된다는 단호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흐름에 비춰봤을 때 청와대는 유 원내대표 재신임 기류와 본인의 사과만으로는 당·청 갈등을 봉합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박 대통령은 본인이 언급했던 당리당략 정치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국민을 상대로 직접 여론정치에 나서는 등 정치적 승부수를 던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 원내대표가 원내 사령탑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당·청 갈등과 함께 당내 계파 갈등도 신경 써야 할 뿐더러 무엇보다도 협상 파트너인 야당은 국회 '보이콧'을 선언한 상태다. 여야 원내지도부의 접촉도 여의치 않다.

6월 임시국회 회기가 일주일 가량 남았지만 사실상 다시 '식물국회'로 접어들 우려에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 온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크라우드펀딩법, 관광진흥법 등의 경제활성화법은 이번에도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로 남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 내홍을 진정시키기에도 벅찰 유 원내대표가 국회운영 등에 관해서 협의하고 의원의 활동과 위원회의 위원선임 등과 같은 본래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 "이미 치명상…당장 그만둬야"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당장 그만둬야 한다. 더 시간 끌어봤자 본인이미지만 나빠진다"며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고 평했다.

신 교수는 "당을 위해서도, 본인을 위해서도 지금 버티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안 된다"고 분석했다. 이미 원내대표로서의 지위를 완전히 상실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론적으로는 어제 그만뒀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며 "이미 치명상을 입은 상태이며 아프로 당·청관계는 청와대 쪽으로 쏠리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당·청 관계의 추가 완전히 한 쪽으로 쏠려 김무성 대표도 힘을 잃을 전망이다.

유 원내대표의 정치 생명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미 타격을 받았다. 더군다나 지역구가 대구라 치명상을 입었다"며 "원내대표직을 하루 이틀 더 유지한다고 정치생명이 늘어날 것도 아니고 내려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과의 관계는 "야당이 의사일정에 보이콧을 하는 것은 한 사람의 거취 때문이 아니라 국회로 돌아온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결에 부치지 않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며 "유 원내대표의 사퇴 여부와는 무관하다"고 내다봤다.

유 원내대표는 자신의 거취에 관련한 문제에는 여전히 말을 아끼고 있는 상태이지만 이미 동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는 계속해서 원내대표직을 이어갈 수 있을지, 본인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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