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유승민 인정하냐" 이병기 "말할 사항 아냐"
<운영위>유승민 "대통령에 대한 예의 갖춰달라" 청와대 방어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갈등 여파로 파행을 빚었던 국회 운영위원회가 3일 정상 가동됐다. 야당은 당·청 갈등을 이유로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을 향해 총공세를 펼쳤고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를 방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포문은 강동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열었다. 강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거부에 대한 현 상황을 진단한다"며 "형식적으로는 국회법을 거부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국회를 거부했고 그 중심에 권력 다툼이 자리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회의원을 향해 막말을 쏟아는 박 대통령의 태도는 용상에 앉아 호통치는 제왕의 모습이다. 민주주의는 이미 실종됐다"며 "현대판 왕정이 부활한다는 우려는 결코가 기우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강 의원은 또 이 실장을 향해 청와대가 운영위 소집 요구를 묵살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고, 이 실장이 여당 지도부의 뜻이었다고 해명하자 "청와대가 국회에 출석하고 안하고를 여당 지도부가 판단하나. 청와대가 유승민 찍어내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록 우리 당과는 다르지만 유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의원 84명의 지지를 받은 대표"라며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를 더 이상 무시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강 의원은 "지난 6월 25일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발표한 담화문 원고를 정호성 비서관이 작성했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이재만·안봉근·정호성 비서관 등 소위 '문고리 3인방'으로부터 이 실장이 왕따를 당하는 게 아니냐"고 수위를 높였다.
이에 이 실장은 "유승민 찍어내기라는 주장은 비약이 있다. 이 자리에 결산보고를 하러 왔따"며 "왕따를 당한다는 사실은 전혀 아니다. 언제든 (대통령을) 독대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본인에 대한 이야기에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상황을 지켜본 유 원내대표는 의원들을 향해 "질의할 때 대통령에 대한 표현과 출석한 간부들에 대한 예의를 갖춰달라. 오늘은 결산하는 날"이라고 당부했다.
그럼에도 야당 의원들은 이 실장을 향한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백군기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 1998년 12월 당시 안상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박 대통령이 공동발의를 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박 대통령이 의원 신분일 때와 대통령 신분일 때 국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이 문제를 가지고 자꾸 본질을 흐리면서 생각하니까 일이 이렇게 꼬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당 부좌현 의원도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내용을 이 실장이 취합해서 정리 할텐데 이 내용을 알았음에도 그대로 나가도록 했냐"며 "이후 국회 상황에 대해 예측을 못했나"고 따져물었다.
부 의원은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대한 발언 이후 여러 엄청난 말을 붙여서 이런 혼란을 초래했다"며 "국회를 무시했다는 논란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이 실장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공무원연금 개혁안만 통과됐으면 문제 없었을텐데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위헌소지가 불거지며 확산된 걸로 안다"며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국민을 향해 당신의 정치적 생각이나 말은 할 수 있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