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은 없었다' 새누리, 박수로 유승민 사퇴 추인
<현장>표결 여부 두고 고성오갔지만 대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 결론
8일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는 당초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놓고 치열한 격론과 함께 큰 파열음이 예상됐지만 반란은 없었다. 유 원내대표에게 사퇴를 권고하기로 결정했고 유 원내대표는 이를 받아들였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9시 긴급히 진행된 의총에서 표결 없이 유 원내대표에게 사퇴를 권고하는 것을 택했다. 집권 여당이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를 공식 권고하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개인 일정상 불참한 의원들을 제외하고 100여명의 의원들이 모여 진행된 이날 의총은 4시간에 걸친 '마라톤 의총'으로 진행됐다. 엄중한 사안을 다루는 모임이었던만큼 의총장에 입장하는 의원들의 얼굴은 어두웠다.
공개 석상에서 꾸준히 유 원내대표 사퇴를 주장해 온 김태호 최고위원은 의총장에 들어서며 "먹구름이 지나가면 맑은 하늘이 보일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친박' 김태흠 의원도 "의총에서 원내대표의 사퇴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면서도 "유 원내대표가 이런 상황을 만들어놓고도 사퇴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 사퇴 이유"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두언 의원은 "미국 대통령도 원내대표를 불러서 밥을 먹으며 설득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왜 그런게 없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개콘(개그콘서트) 같은 일을 의총에서 할게 아니라 당·청간 대화촉구결의안을 주장하고 싶다"고 밝혔다.
의총 시작 1시간 전에는 그동안 유 원내대표 사퇴를 반대해 온 박민식·황영철·김성태·김용태·김세연 의원 등 10여명의 당내 비박계 재선 의원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모임 이후 박 의원은 "결론이 나온 것은 없지만 의총에서 개탄없이 의견을 개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용태 의원은 "유 원내대표는 물러나면 안된다"며 "내 이야기의 요체는 지금 유 원내대표를 찍어내면 다음 대통령의 요구에 우리 당이 어쩔거냐는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이와 같은 비박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에 의총은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의총에서는 유 원내대표 사퇴 권고 결의안 채택 방식에 대해 표결이냐 아니냐의 이견이 터진 것으로 알려지며 험악한 분위기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의총 도중 자리에서 나온 김희국 의원은 "표결에 대해 양쪽 의견을 모으며 의총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릴 것 같다"라고 설명했고 정 의원도 "개혁보수는 표결하자고 하고 꼴통보수는 표결하지 말자고 한다"며 이같은 추측의 힘을 더했다.
강력히 표결을 주장할 것으로 예고한 김용태 의원은 자신의 뜻대로 풀리지 않는 다는 듯 회의 도중 화난 표정을 하며 회의장에서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표결 여부를 두고 벌어진 논쟁은 서서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총이 시작된 1시간 30분이 지난 시점에 이노근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지금 회의 분위기는 차분한 분위기이다. 표결은 안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인숙 의원도 "표결은 원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보탰다.
'비박' 김성태 의원도 표결까지는 가면 안 된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표결로 갈 경우 계파 간 골이 더욱 깊어질 뿐 당에 도움이 될 것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표결 여부를 놓고 의원들 간의 견해가 완전히 좁혀지지 않아 회의는 지속됐다. 12시 경 모습을 드러낸 '친이' 이재오 의원은 "표결하자는 의원들도 있고 말자는 의원들이 있어 토론을 더 진행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총은 12시 50분경 종료됐다. 참석한 의원들에 따르면 의총에서는 표결 진행에 대한 이견으로 의원들 간 고성이 잠깐 나오기도 했으나 대체적으로 심각한 분위기로 진행되지는 않았다.
의총 직후 김무성, 유승민 찾아가 의총 결과 전달…유승민 사퇴 발표
의총은 유 원내대표에게 사퇴를 권고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회의장 밖을 나서던 김 대표는 취재진의 여러 질문에도 자세하게 답변하지 않으며 유 원내대표를 만나러 갔다. 김 대표를 통해 의총 결과를 전해 들은 유 원내대표는 사퇴의 뜻을 굳혔다.
김 대표는 유 원내대표를 만난 이후 "의총에서 많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대다수의 결론은 책임여부를 떠나서 이유 막론하고 현 상태에서는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대세였다"며 "그런 뜻을 유 원내대표에게 전했고, 유 원내대표가 그 뜻을 수용해서 지금 바로 입장 표명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후 유 원내대표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퇴를 표명하기 위해 준비했던 원고를 읽어내려갔다. 이로써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여당 원내지도부를 향해 '작심비판' 발언을 쏟아낸 이후 거세게 불어닥친 유 원내대표 사퇴 논란은 약 2주 만에 매듭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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