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원이 했듯 손혜원도 당명 변경? 현실은...
전문가 "탈당 분당 상황 이어지는데 당명 변경 쉽지 않을 것"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에 영입된 손혜원 홍보위원장이 보폭을 넓히고 있는 가운데 당명 변경의 뜻을 밝혔다. 이에 일각에서는 실효성 논란과 함께 손 위원장이 조동원 전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을 따라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손 위원장은 28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여러 번 당명이 바뀌는 바람에 브랜드 가치가 누적되지 못했다"며 "사람들이 읽기 불편해 마케팅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어 "이 당명에는 많은 사람의 약속이 담겨 있기 때문에 당사자들의 결단 없이는 함부로 손을 대기 어렵다"면서도 "당명은 브랜드 가치 차원에서 좋은 이름은 아니다. 조금 더 짧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연말까지 당내 의견을 들어볼 것'이라고 출구를 마련하긴 했지만 현재의 당명이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피력함에 따라 언제든지 당명 변경 건을 공론화 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손 위원장은 이에 앞서 당 대표 회의실의 배경인 백보드를 최근 파란색에서 흰색으로 바꿨다. '시원한 정치'를 테마로 일부 파란색을 혼용하고 있긴 하지만 지난해 3월 창당 이후 백보드 배경색으로 줄곧 파란색을 고수해오던 새정치연합이 흰색으로 바꾼 것은 파격적이었다.
손 위원장의 최근 행보는 조 전 본부장을 떠올리게 한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현역 의원들이 주로 담당해왔던 당 홍보위원장직을 외부 전문가인 조 전 본부장에게 전격 위임한 바 있다.
조 전 본부장은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기존 상징색인 파란색 대신 진보의 상징인 '빨간색'을 당색으로 선택하는 등 파격적인 전략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결국 그 해 새누리당은 총선과 대선을 모두 휩쓸며 조 전 본부장 영입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손 위원장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조 전 본부장과 자신을 비교하는 질문에 "그의 전략과는 다르다. 또한 처해진 상황이 다르다"며 "훨씬 더 치열한 상황 속으로 들어가야 하며 그들보다 더 잘해야 맞짱을 뜰 수 있다. 아류로 갈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큰 틀에서의 행보는 상당 부분 흡사하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 "당명 변경? 지금은 시기상조…바꾸기 힘들 것"
손 위원장이 진행하는 당을 위한 다양한 노력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당명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구 민주당 세력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창업주'라 할 수 있는 안철수 의원의 세력 간 의견 대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앞서 2·8 전당대회 당시 당권 도전에 나섰던 문재인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각각 '새정치민주당'과 '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꾸겠다고 약속했지만 안 의원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며 당명 개정이 무산된 바 있다.
또한 최근 새정치연합은 '민주당 창당 60주년 기념식'을 준비하며 원외 정당인 민주당의 반발을 샀다. 이런 상황에서 당명 개정을 추진할 경우 당 안팎에서 큰 논란이 생길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당명을 바꾸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시기가 문제가 아니라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바꾼다고 해도 '민주당'이라는 이름을 다시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또한 9월쯤에 (신당 창당의 뜻을 밝힌) 일부 의원들의 탈당이 예상되는 가운데 어느 정도 규모의 탈당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당명 변경이) 실현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지금 당명 변경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금 시기에 야당에 필요한 것은 당명 변경이 아닌 아닌 당 노선 혁신이라는 것이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당명을 바꾸는 혁신 작업도 필요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새정치연합이 가고자하는 기본 노선과 가치를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라며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고자 하는 지에 대한 핵심 내용을 모아서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우선 순위가 바뀌었다고 생각한다"며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에서 하지 못한 새로운 무엇을 하는 정당이라는 것을 내놔야 한다. 그 뒤 당명을 바꾸든 당 색상을 바꾸든 해야 하는데 지금은 본말이 전도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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