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대표팀은 지난 9일(한국시각)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서 열린 북한과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최종전서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으나, 이어진 일본과 중국의 경기가 1-1 무승부로 끝남에 따라 1승 2무로 2008년 이후 7년 만에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슈틸리케 감독으로서도 이번 우승에 대한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선수 시절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로 꼽히며 무수한 우승컵을 들어 올린 슈틸리케 감독이지만, 지도자로 데뷔한 이후에는 클럽과 대표팀 감독을 여러 번 거치고도 우승과 크게 인연이 없었다. 이런 경력으로 인해 슈틸리케 감독 부임 초만 하더라도 국내 팬들의 반응은 기대반 우려반으로 엇갈리기도 했다.
특히 한국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것은 슈틸리케 감독에게도 인생의 전환점이 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올해 초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이라는 호성적도 한국축구에게는 27년만의 성과였다. 여기에 부임 11개월 만에 동아시안컵에서 첫 우승의 기쁨을 맛보며 다가오는 자신의 취임 1주년을 스스로 자축했다.
동아시안컵이 월드컵이나 아시안컵처럼 비중이 큰 메이저대회는 아니지만 중국-일본-북한 등 동아시아의 경쟁국가들과 격돌하는 대회로, 승패를 떠나 부담은 적지 않은 대회다. 슈틸리케 감독은 여기서 우승이라는 결과물 뿐만 아니라 내용과 미래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번 대회에 나선 슈틸리케호는 평균연령 24.2세에 A매치 경험도 부족한 젊은 선수단으로 구성된 팀이었지만 경기력에서 내내 상대팀들을 압도했다. 3경기 모두 볼 점유율에서 주도권을 쥐고 공격적인 경기운영을 펼쳤다는 것은 슈틸리케 감독이 추구하는 패스축구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록 골 결정력에 대한 아쉬움은 남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의 경기력에 대해 전반적으로 깊은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재성, 권창훈, 정우영, 김승대, 이종호 등 동아시안컵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어린 선수들은 향후 러시아월드컵 예선에서 유럽파들이 합류하더라도 충분히 경쟁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대안으로 인정받았다. 어쩌면 우승보다 더 큰 수확물인 셈이다.
슈틸리케 감독과 한국대표팀의 만남은 결과적으로 최상의 선택이 되고 있다. 브라질 월드컵 참패 이후 국민적 신뢰를 상실하며 위기에 처했던 한국 축구대표팀은 슈틸리케호 출범 1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환골탈태했다. 피파랭킹도 꾸준히 상승세다.
특히 슈틸리케의 이번 성공은 당장의 이해관계나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정도'(올바른 길)만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빚어낸 당연한 결과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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