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는 17일(한국시각),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1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의 원정경기서 0-3 완패했다.
지난 스완지시티와의 개막전에서 승점1 추가에 그쳤던 첼시는 우승 경쟁팀인 맨시티에 덜미를 잡혀 리그 16위라는 충격적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그러면서 일명 ‘무리뉴 3년차 징크스’가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조제 무리뉴 감독은 지금까지 맡았던 대부분의 팀에서 2년차에 우승 등 뚜렷한 성과를 올렸고, 3년차를 맞이해 팀 성적이 기우는 패턴이 반복되어왔다.
무리뉴 감독은 벤피카와 레이리아에서 짧게 감독직을 맡은 뒤 FC 포르투에서 전설을 써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2년차였던 2002-03시즌 커리어 첫 우승의 감격을 맛보게 되는데 이때 들어 올린 트로피가 프리메이라리가(리그), 타사 드 포르투갈(컵 대회), UEFA 컵 등 무려 3개다.
첼시로 자리를 옮긴 뒤 2년 차(2005-06시즌)에도 프리미어리그 2연패 성공과 커뮤니티 실드를 수집했고, 인터밀란 2년 차였던 2009-10시즌, 이탈리아 클럽 최초로 유러피언 트레블(리그, 코파 이탈리아, UEFA 챔피언스리그)을 일구게 된다.
레알 마드리드 지휘봉을 잡은 이듬해(2011-12시즌)에도 우승 법칙은 이어졌다. 당초 ‘최강’ 바르셀로나에 밀릴 것으로 예상된 리그에서 스페인 클럽으로는 최초로 승점 100 고지를 밟았고, 수페르코파까지 거머쥐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무리뉴 감독은 지금까지 20개의 트로피를 수집했는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8개가 2년 차에 얻은 성과다. 하지만 3년차에 접어들면 얘기가 달라진다.
첼시 1기 시절에는 3년차에 FA컵과 리그컵을 들어 올렸지만 리그 우승을 놓쳤고, 이로 인해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와의 불화가 심화되며 4년차 초반에 감독직을 내려놓았다.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3년째 되는 해 무관에 그치며 결과는 잘 알려진 대로 시즌 후 상호계약 해지였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지휘봉을 중도에 내려놓았던 첼시(1기)와 레알 마드리드에서 재계약을 맺은 바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무리뉴의 업적은 리그를 불문하고 어느 곳에서나 인정을 받았다.
그렇다면 재계약이 이뤄졌음에도 중도에 물러나게 된 것일까. 먼저 그의 지도 스타일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리뉴 감독은 탄탄한 조직력과 수비에 중점을 둔 전술로 승점 쌓기에 주력하는 지도자다. 첫 번째 시즌이 선수들 간 손발을 맞추는 시기라면 이듬해에는 더욱 단단해진 조직력으로 본격적인 우승 시즌을 맞게 된다.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첼시의 명문클럽화를 위해 무리뉴 감독을 다시 선택했다. ⓒ 게티이미지
하지만 여기에는 기록으로 드러나지 않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바로 피로도다. 주전 선수들에 대한 신뢰가 두터운 무리뉴 감독은 길고 긴 시즌을 치르면서도 스쿼드에 큰 변화가 없기로 유명하다. 만약 마음에 들지 않거나 눈 밖에 난 선수라면 해당 포지션에 즉시 전력감을 영입해 구멍을 메워버린다.
또 하나는 언론을 적대시하고 상대 감독들과의 독설 주고받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리뉴 감독의 ‘독한 혀’는 언제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지만 구단 수뇌부 입장에서는 결코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심지어 그를 지지하는 팬들조차 계속된 독설에 등을 돌리는 일도 종종 있어왔다. 결국 무리뉴 감독은 경기장 안팎에서 선수와 구단, 팬들에게 극심한 피로도를 안겼다.
돈의 씀씀이도 만만치 않다. 첼시 1기 시절에는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지만, 무리뉴 감독 역시 이적시장에서 적지 않은 돈을 사용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지만 당시 시장가격보다 훨씬 비싸게 주고 데려온 디디에 드록바와 마이클 에시엔 등이 대표적이다.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았던 인터밀란에서도 마찬가지다. 무리뉴 감독은 트레블을 일궜던 2009-10시즌을 앞두고 핵심 공격수였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파는 등 1억 860만 유로(약 1424억원)의 이적 자금을 확보했다. 그리고 이 돈을 고스란히 디에고 밀리토, 베슬러이 스네이데르, 티아고 모타 등을 영입하는데 사용했다.
감독의 연봉 역시 마찬가지다. 무리뉴 감독은 팀 장악을 이유로 구단 내 가장 비싼 몸값의 선수보다 많은 연봉을 요구하기 일쑤다. 무리뉴 감독은 지금도 펩 과르디올라(바이에른 뮌헨)에 이어 두 번째 많은 연봉을 받는 감독이다. 따라서 무리뉴 감독을 데려오게 되면 천문학적인 자금 지출은 불가피해졌다.
무리뉴 감독의 스타일은 당장 성적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그리고 3년차에 약속이라도 한 듯 성적 부진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피로에 지친 구단들은 상호 계약 해지 방식으로 사실상 그를 경질했다. 그리고 보란 듯이 후임 감독들은 아브라함 그란트(첼시), 라파엘 베니테즈(인터밀란), 카를로 안첼로티(레알 마드리드) 등 덕장들로 선임됐다.
현재 진행 중인 첼시 2기 시절의 마침표가 어떻게 찍힐지는 미지수다. 일단 무리뉴 감독과 구단 수뇌부의 관계는 원만한 편이다. 무엇보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직접적인 간섭이 없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보드진의 경영 방식이 매년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2011-12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이후 팀의 노선을 ‘명문 클럽으로의 발돋움’으로 정한 것이 눈에 띈다. 우승도 좋지만 보다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것이 첼시의 생각이다. 그러면서 뜻을 이룰 적임자로 무리뉴 감독이 임명됐다. 시즌 초반 성적부진에도 무리뉴와 첼시의 동거는 아직까지 이상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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