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실형 확정 "너무 늦었지만...사필귀정"
법조계-시민사회 "법원과 판사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소신껏 판결해야"
약 5년여 간 ‘불법정치자금 수수’ 사건의 중심에 있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0일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징역 2년형에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 것에 법조인과 시민단체가 “사실이 입증된 건 환영하나 판결이 너무 늦지 않았나”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명숙 전 총리는 지난 2007년 3월부터 8월까지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대통령 후보 경선비용을 지원하겠다”는 제의를 받고 세 차례에 걸쳐 불법 정치자금 약 9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2010년 7월 기소됐다. 하지만 당시 공소사실의 직접증거인 한 전 대표의 진술 번복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2013년 9월 2심 재판부는 한 전 대표의 진술이 원심에서 번복됐더라도, 한 전 총리가 총리 시절 한 전 대표를 공관으로 초대해 함께 만찬을 즐길 정도로 친분이 있었던 점이나 한 전 대표의 진술 신빙성 등 여타 증거들을 참작해 1심을 뒤집고 징역 2년에 추징금 8억 8300만원을 선고했다. 이후 대법원 2부에 배당된 이 사건은 결론이 나지 않다가 지난 6월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이처럼 약 2년 동안 상고심 확정판결이 지연돼 논란을 빚은 한명숙 전 총리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사건에 ‘법원까지 정치화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가운데 법조인과 시민단체가 “너무 지연됐지만 이제라도 밝혀져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대표는 ‘데일리안’에 “이번 상고심으로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수수가 드디어 입증된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2년이나 지연된 것은 정치권 눈치 보기가 심했던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장기정 대표는 “상고심에서 2년 가까이 지연됐다는 건 대한민국 역사상 거의 처음인 걸로 안다”며 “대법원 2부에서 무죄 확인만 하면 되는데 2년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는 건 정치권 눈치를 본 거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쓴 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장 대표는 “앞으로 이런 뇌물수수 사건을 이렇게 끌면서 정치권 눈치 보기 하는 것은 없어져야 한다”며 “법원이나 판사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자기 소신껏 판결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고영주 변호사도 본보에 “사법부 최고의 수장으로 최고기관인 대법원이 한 전 총리 사건으로 떳떳하지 못하고 좀 부끄러운 면을 보인 게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냈다.
고영주 변호사는 “이렇게 선고가 늦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렇게 시간을 끌 일이 아니었는데 그동안 눈치 살피고 사정 봐주고 몇 년을”이라며 “이런 불필요한 정치적 고려 때문에 하급판사들에게 모범이 돼야 할 대법원이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에 아쉽게 생각한다”고 통탄했다.
또한 차기환 변호사 역시 “여러 내용을 봐도 유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이 맞았다고 생각하는데 대법원이 이를 너무 늦게 선고한 건 비판받을 일 아닌가”라고 피력했다.
차기환 변호사는 “재판이야 쟁점이 복잡하면 길어질 수 있지만 한 전 총리의 경우 쟁점이 복잡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오래 시간을 끈 건 적절치 않다”고 일침했다.
아울러 이재교 변호사는 본보에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도 있듯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대법원으로서도 신중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의 이 같은 판결로 한 전 총리는 의원직을 상실함과 동시에 출소 이후 10년 간 정치활동이 금지된다.
한편 한 전 총리는 ‘불법정치자금 수수’ 사건의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 2012년 4월 당시 민주당 비례대표로 당선돼 임기 4년 중 3년 2개월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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