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백종원 시대' 요섹남을 요설남이 이긴 이유

김헌식 문화평론가

입력 2015.09.13 10:01  수정 2015.09.13 10:01

<김헌식의 문화 꼬기>대상으로의 요리가 아닌 실현에 대한 자신감 주기

tvN ‘집밥 백선생’과 SBS '백종원의 3대천왕'이 시청률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SBS 백종원의 3대천왕 캡처

쿡방이라는 단어가 유행을 할 때는 단지 먹방과 분리되어 두 가지 특징이 부각되었다. 하나는 먹는 방송이 아니라 요리를 하는 방송이라는 점, 그리고 다른 하나는 요리를 하는 이들이 남성이라는 점이었다. 먹방에서는 요리를 하는 사람이 남여성을 가리지 않았지만, 주로 여성들이 많았는데, 이는 지역 맛집이나 유명 식당은 물론 인터넷 1인 방송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쿡방에서는 이른바 쿡방남이라고 불리는 남자들이 주목을 받았다. 이들에게는 따로 셰프라는 명칭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러한 쿡방남을 선호하는 이들이 누구인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단어가 호응을 받았는데 그것은 바로 요섹남이었다. 요섹남은 요리하는 섹시한 남자의 줄임말이었다. 이들은 젊었고, 하나같이 매너남들이었으며 스타일리스트들이었다. 물론 그들은 요리도 잘했다. 겉멋만 있는 요리가 아니라 실제적이어서 일상적이었을뿐더러 함께 해볼 수 있는 간편 요리였다. 그들은 요리하는 섹시한 쉐프들이었다.

그런데 많은 요섹남들이 있었지만 그들을 눌러 버린 대세남이 있었는데 바로 백종원이었다. 요섹남 쉐프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지만 백종원은 확실히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확실한 각인효과를 백종원을 이끌어 냈던 것일까. 백종원은 사실 섹시한 남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른 요섹남들에 비해서 나이가 많았고, 유부남이었다.

더구나 그의 아내가 소유진이라는 사실은 너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나이가 많고 유부남이라고 요섹남과 거리가 멀지는 않을 수 있다. 말하자면, 그는 트렌디 하거나 모던한 섹시함과는 거리가 멀다. 말투도 충남 사투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촌스럽게 보이면서 구수한 면을 보인다. 그가 처음에 주목을 받은 것도 요리 자체나 외모가 아니라 소유진의 남편이라는 연예인 가족이라는 점이 작용했다.

그는 요섹남이라기보다는 요설남이었다. 그가 논쟁의 중심으로 진입해 더욱 각인효과를 갖게 된 계기는 바로 설탕이었다. 그는 요리할 때 설탕 넣는 남자, 요설남이었다. 자연요리나 친환경유기농 요리를 강조하는 이들이 볼 때 그의 요리법은 요설에 가깝다. 그러니 이런 면에서도 요설남인 듯싶다. 마치 엉터리 요설로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혹세무민의 주인공인 듯싶었다. 하지만 대중은 고품격 자연요리나 정통 요리의 정석을 말하는 이들보다 백종원을 더 선호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정답은 아니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다. 본인도 그것을 인정한 바도 있다.

요설남의 특징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그의 요리는 그럴듯함과 거리가 있다. 당장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선호한다. 흔할 수 있는 집밥에 대한 재발견이었고 이를 통해 접근성을 높였다. 그는 쉐프라는 이미지보다는 솥뚜껑 운전사에 가까웠기 때문에 경외보다는 인간적인 친근함과 호감도가 더 높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실용적이고 현실감 있는 입맛내기에 손을 들어주었다. 그는 현실적인 맛을 중요시했기 때문에 설탕과 같은 인공감미료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는 마치 화학조미료를 조금씩 사용해야 음식의 맛이 살아난다는 요지와 같았다. 맛을 위해서라면 일정한 인공 첨가물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리사의 섹시함은 인공적인 연출이 가해지는 것이라면 결국 맛의 섹시함도 인공적인 가미가 필요한 것이라는 점을 그가 확증했다.

이는 친환경 유기농, 자연식 요리 피로증에 시달리고 있던 이들에게 행복한 소식이었다. 어느새 우리는 이러한 이상적인 요리방식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다. 항상 바쁘고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상적인 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아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요설남 백종원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서 자신들의 창조적인 요리를 강조하는 셰프들과는 달리 사람들이 쉽게 만들게 할 수 있는 교육방법에 강하다. 셰프라기보다는 조리법선생이었다.

뚝딱뚝딱 멋있게 물고기로 요리를 만들어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멋있지는 않아도 물고기 요리를 어떻게 하면 집에서 실제 만들어 먹을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가르쳐주는데 초점을 둔다. 그렇게 때문애 그에게 모아지는 경탄은 요리 자체가 아니라 요리 방법에 대한 일깨움때문에 일어난다. 요리를 대상으로 즐기는 것이 아니라 실현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고 그것은 어디에서도 잘 접할 수 없었던 것들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호응을 낳았던 것이다.

무엇보다 그의 노하우는 단지 즉응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동안의 경험 속에서 농축되어 왔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 경험적 농축은 시장적 생존에서 이뤄진 것이 더 주목의 대상이다. 사실상 그는 보통 셰프들과 달리 많은 요식업체를 거느린 경영인이다. 단지 하나의 식당이나 하나의 요식업체에 소속되어 있었던 것도 아니다. 특정 영역의 요리만 했던 것도 아니다.

그는 음식 시장에서 다방면의 요식업을 시도해왔다. 그렇게 음식 시장에서 오랫동안 잔뼈가 굵었기 때문에 매우 소비자 지향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철저하게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가 그에게는 중요하다. 아무리 명분과 가치, 의미 그리고 비주얼이 좋아도 소비자 기호를 맞추지 못하면 도태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설탕을 가감 없이 강조할 수 있었다. 외식시장에서 사람들이 선호하는 음식에 인공 첨가물이 아예 없는 경우는 없다는 점을 그는 잘 알고 있다.

그런 점은 한편으로 백종원 요리의 특징이자 한계이기도 하다. 장점이지만, 대중적 선호에 철저히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애초에 그 이상을 바란다는 것은 무리인 것이다. 어느새 우리는 인공을 배제하고는 맛에서 행복을 느낄 수 없는 입맛을 갖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작은 사치를 보라. 온통 설탕 덩어리일지라도 디저트 시장은 갈수록 확장이다. 그런 상황속에서 설탕을 조금 넣는 것은 대수도 아닌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음식시장 환경이니 그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이상 요설남이 더 선호될 것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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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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