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아시안게임 복싱 금메달리스트 신종훈이 국제복싱협회(AIBA)의 징계와 그에 따른 대한체육회와 대한복싱협회의 출전 불허 조치에도 다음달 열리는 전국체육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합의21부(재판장 고충정 판사)는 지난 15일 신종훈이 대한체육회와 대한복싱협회를 상대로 낸 전국체전 참가불허 등 금지 가처분 청구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채무자인 대한체육회는 2015년도 제96회 전국체육대회와 관련해 채권자(신종훈)의 대회참가를 불허해서는 안 된다’며 ‘대한복싱협회도 계체량 실시에서 채권자의 참석불허 등 대회참가를 방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 신종훈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재판부는 대한체육회와 복싱협회가 전국체전이 AIBA 정관과 규정이 적용되는 AOB(AIBA Open Boxing) 대회 관할 대상 범위에 속해 신종훈의 출전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재판부에 전국체전의 복싱 부문 경기를 AIBA가 주최한다거나 AOB 대회로 승인됐다는 근거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점을 판결의 이유로 들었다.
이에 따라 신종훈은 다음달 열리는 전국체전에 인천광역시 대표로 출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국내 대회에도 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아울러 현 소속팀인 인천시청과 재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져 안정적인 생활 속에 선수로 뛸 수 있게 됐다.
최근 프로 전향에 관해서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고, 실제로 구체적 합의에 이르렀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결국 신종훈은 마지막 순간까지 현 소속팀을 지키고 싶다는 강한 속내를 내비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번 판결은 신종훈에게 사막 한 가운데서 만난 오아시스와도 같은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국체전 이후 복싱 선수로서 신종훈의 앞에 놓인 길을 생각해보면 전국체전을 끝으로 또다시 기나긴 침묵의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커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어떤 극적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신종훈은 그저 평범한 국내 실업팀 선수에 머물게 될 가능성이 높다. AIBA의 징계가 풀리는 내년 4월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신종훈 스스로가 이미 국가대표 은퇴 선언을 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신종훈이 국제무대에서 활약하기를 희망한다면 프로 선수가 돼 활약하지 않는 이상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아시아선수권, 세계선수권, 올림픽 등 주요 국제 대회에 출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미 선언해버린 국가대표 은퇴 선언을 번복하는 일부터 해야 하지만 이는 그에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신종훈은 지난달 24일 국가대표 은퇴 기자회견에서 “국가대표에서 은퇴하나 내년 국제복싱협회(AIBA) 징계가 해제되면 끝까지 나를 믿어준 사람을 위해서 국내 경기에는 뛰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미 국제무대 활동에는 미련을 버렸다는 의미인 셈이다.
실제로 신종훈은 국가대표 은퇴선언을 하기에 앞서 복싱협회로부터 APB 경기와 세계선수권대회, 올림픽, 아시안게임을 제외한 국내 대회 등에 출전하지 않는 조건으로 1년 6개월 선수 자격 정지 징계 해제를 제안한다는 AIBA의 입장을 전달 받았으나 이를 거부했다.
신종훈에게 전국체전을 비롯한 국내대회 출전의 길이 열려 인천시청과의 재계약 명분이 생긴 것은 맞지만 2014 인천아시안게임도 끝난 마당에 가뜩이나 아시안게임 후폭풍으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인천시가 국제무대에서 전혀 활동할 가능성이 없는 ‘국내 전용’ 선수에게 만만치 않은 액수의 연봉을 안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종훈이 글러브를 벗지 않고 국내에서나마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재능 있는 선수를 복싱계가 국내용 선수로 족쇄를 채운 것은 다소 안타까운 일이다.
신종훈과 복싱협회, 그리고 AIBA 사이에는 이미 메우기 힘든 골이 있어 보이지만 반전의 여지는 어디에나 있는 만큼 일단 신종훈 측과 복싱협회가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신종훈이 프로복서로서 세계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두르는 모습을 볼 수 없다면 내년 리우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등 대형 국제대회에서 맹활약하는 신종훈의 모습을 팬들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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