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정은 최악인데 국립대병원 직원에도 사학연금?
공동발의 의원실 관계자 "재정적자분 국가가 책임, 적자 폭 줄지 않아"
서울대병원 등 국립대학교 병원 직원이 사립학교교직원연금(이하 사학연금) 가입 대상에 포함되는 방안이 추진된다. 다만 앞서 국회가 국가재정 적자 폭을 줄이겠다며 공무원연금을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개편한 상황에서 국립대병원 직원까지 연금 수혜 대상에 포함시킬 경우, 재정 악화 문제가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인 무소속 박주선 의원은 지난 27일 이같은 내용의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에 따라 사립학교 및 이를 설치·경영하는 학교경영기관 등이 사학연금 대상에 해당하는 반면, 국립대병원의 경우 특수 법인에 해당되기 때문에 공무원연금 적용 대상인 겸직 교수를 제외한 임상교수요원과 기금 교수, 간호사, 행정직원 등은 모두 국민연금 가입 대상이다.
그러나 국립대병원 역시 사립대병원과 동일하게 대학 부속병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공공의료기관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지만 사학연금 적용을 받지 못해 병원운영과 교직원들의 근로조건 측면에서 형평성의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에 사학연금 적용범위 특례 조항을 두고 국립대병원 직원들의 사학연금 가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 해당 법안의 골자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국립대병원 직원 개인이 받는 혜택 증가보다는 학교법인 측이 퇴직금 지급에 대한 부담을 상당 부분 덜게 된다. 실제 서울대병원 직원으로 근무 중인 40대 여성 A씨는 "그 법으로 직원들의 혜택이 특별히 늘어나거나 그런 건 아니다"라며 "대신 병원 측이 엄청난 세금 혜택을 보게 된다. 원래 법인 즉 병원이 부담하던 퇴직금 부분에 대해서 국가가 부담하는 부분이 생기고 세금도 상당히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공동발의에 참여한 새정치연합 의원실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 당시 전국 국립대병원장들이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만난 자리에서 국립대병원 행정직 직원과 기금 교수들의 연금을 국민연금에서 사학연금으로 변경해줄 것을 요청하자, 황 장관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점도 강조하고 나섰다.
문제는 재정 적자분이 발생하는 경우다. 현재 사학연금은 피고용자와 고용자가 각각 7%씩 부담하되 이 중 고용자 부담 부문은 국가와 학교법인(병원)이 각각 2.883%, 4.117%로 나뉘며, 재정 적자분 발생 시 국가가 모두 부담한다. 게다가 현재 사학연금 역시 공무원연금처럼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개편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국립대병원 직원까지 포함될 경우 국가 재정 부담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실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사학연금 재단과 조합원이 일정 부분씩 부담을 하고 적자분은 국가가 모두 메워주는 구조”라며 “연금 재정 문제 때문에 공무원연금도 많이 내고 덜 받는 식으로 바꿨고 사학연금도 비슷한 방식으로 될 경우, 수혜 대상이 많아지면 여전히 재정 적자 폭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원 마련도 문제다. 물론 현재 예산정책처에 비용추계요구서를 제출해 둔 상태이긴 하지만, 기재부와 논의가 불가피함에도 불구하고 대략적으로 어느 곳에서 재정을 끌어쓸지도 명확지 않다. ‘대략적 재원 마련 방안’을 묻는 질문에 법안을 발의한 의원실 담당자조차 “글쎄요”라며 “우리가 처음에 논의할 때는 사학연금법의 아주 일부이긴 하겠지만 별도의 재정 부담이 필요하다고 보진 않았는데 확실치 않다. 다음에 통화해도 되겠나”라고 확답을 피했다.
한편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다뤄질 예산부수법안 지정 여부를 검토 중인 가운데,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포함시켰다. 예산부수법안은 국회의장이 예산정책처의 의견을 듣고 최종결정하는 것으로 향후 여야 논란이 계속돼 심사가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본회의에 자동부의되는 만큼, 여당의 단독처리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앞서 신성범 새누리당이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당 법안은 △연금부담금 5년간 단계적 인상(7%→9%) △연금지급률 20년간 단계적 인하(1.9%→1.7%) △연금개시연령 18년간 단계적 인상(60세→65세) 등을 담고 있다. 사학연금법이 개정될 경우, 고용자 부담률이 9%로 올라가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국가와 학교법인의 부담비율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또다시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신 의원 측 관계자는 “아직 법안 심사 일정이 안 잡혔기 때문에 언제 논의를 할지,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 현재는 전혀 잡힌 것이 없다”며 “28일부터 예산심사를 하고 있는거라서 이후 법안 심사 일정이 나오기 때문에 일단 나오고 나면 그에 맞춰 진행 될텐데, 처음부터 이렇게 파행을 겪고 논란이 있어서 원만하게 진행될지는 의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해 박 의원과 사학연금 개정안을 공동발의한 또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마침 신성범 의원이 발의한 사학연금이 논의가 된다고 하니, 우리가 요청받은 부분도 같이 적용해서 논의되면 좋을 것 같다는 판단에 지금 시기에 발의를 한 것”이라며 “또 박주선 위원장이 발의를 했으니 논의가 더 활발이 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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