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빈소, 대통령2세도 '전씨 가문' 빼고 다왔다

이슬기 기자

입력 2015.11.25 15:32  수정 2015.11.25 15:37

<현장>노재헌 "아버지 거동 어려워, 정중하게 조의 표하라는 뜻 전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변호사가 25일 오전 故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가 있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차남 김현철씨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 나흘째인 25일 전직 대통령 2세들의 조문 행렬이 계속되는 가운데,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은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고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노태우 대통령은 2세가, 이명박 전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조문에 나섰지만, 전 전 대통령은 본인도 2세도 여전히 무소식이다.

이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변호사(50)는 김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김 전 대통령은 한 때 아버님(노태우 전 대통령)과 같이 국정을 운영하셨고, 또 이어서 대통령도 되셨다”며 “제가 당연히 와서 정중히 조의를 드리는 게 도의라고 생각하고 아버님도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이어 김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심경을 묻는 질문에 “(노 전 대통령이) 지금 거동하시기 힘드시기 때문에 정중하게 조의를 표하라고 뜻을 전하셨다”고 답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 당시 불법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된 것과 관련해선 “그런 말씀은 딱히 없으셨다”며 짧은 답변만을 남겼다.

앞서 전날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남인 건호씨가 김 전 대통령의 빈소를 방문했다. 그는 이날 김경수 새정치민주연합 경남도당위원장, 차성수 금천구청장 등과 함께 조문하며 “민주화의 투사로서 아버님께서도 항상 존경해오신 분”이라며 “삼가조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도 노무현재단 측을 통해 “고인은 노 전 대통령의 정치인생에도 영향을 끼친 분”이라며 “손명순 여사와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한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오는 26일 국회에서 열리는 영결식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조문 첫날인 22일 직접 빈소를 찾은 이 전 대통령은 유족과 만나 "서울대 병원에 계실 때(2013년) 병문안을 갔었는데 그때 꼭 완쾌해서 전직 대통령끼리 자주 뵙자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셨다"며 "오늘 퇴원 못하고 돌아가셔서 이 나라의 마지막 남은 민주화의 상징이 떠나셨다"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장례를 담당하는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에게는 “장례 절차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달라”며 직접 당부키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또 "당시 김 전 대통령이 알아보고는 고맙다고 했다"면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같이 이뤘다고 자랑했었는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킨 유일한 마지막 인물, 큰 축이 사라졌다"고 거듭 안타까움을 표했다.

아울러 김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꼽히는 금융실명제를 언급하며 "일본 정상들을 만나면 자기들은 하려고 하지만 아직도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고 강조한 뒤, "남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선진 민주주의, 선진 산업화를 잘 이뤄나가는 게 아마 김 전 대통령이 꿈꾸던 것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문민정부에서 구속수감되면서 김 전 대통령과 ‘악연’을 맺은 전 전 대통령은 대리인을 통해 "기독교 신앙이 깊었던 분이니까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것이라 믿는다. 명복을 빌며, 손명순 여사를 비롯한 유가족에게 위로를 보낸다"며 "근래 언론 보도를 통해 병고에 시달린다는 소식은 듣고 있었는데, 끝내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해 애도를 표한다"는 내용의 짧고 의례적인 애도 성명만 발표했다.

노 전 대통령이 지난 2002년 전립선암 수술 이후 연희동 자택에서 10년간 투병 중인 이유로 아들 재헌 씨를 대신 보내 “정중히 조의를 표하라”는 뜻을 전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전 전 대통령의 측근도 한 언론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빈소에 조문할지, 그렇다면 언제 찾을지 아직 별다른 말씀이 없으셨다. 전 대통령께서 고령인 데다 날도 추운 탓에 가벼운 감기 증세가 있어 외부 활동을 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조문 가능성이 적음을 시사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고인과 전 전 대통령의 악연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980년 전 전 대통령에 의해 가택 연금을 당한 김 전 대통령은 1983년 23일간 단식 투쟁을 벌이며 독재 권력을 비판했다. 이후 대통령에 당선된 1995년에는 김 전 대통령이 '역사 바로 세우기'를 대대적으로 단행하며 전 전 대통령을 법정에 세웠고 구속시켰다.

이어 지난 2010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을 청와대로 함께 초대하자, 김 전 대통령은 "전두환이는 왜 불렀노. 대통령도 아니데이”라며 “전두환이는 죽어도 국립묘지도 못 간다"고 직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과의 악연도 재조명된다. 그는 문민정부에서 대대적인 비자금 수사로 약 3000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고, 지난 2013년 말 이를 완납한 바 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이 당선된 1992년 대선 당시 노 전 대통령이 “YS에게 3000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전달했다”는 내용을 회고록에 폭로키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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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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