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장점은 탁월한 인간적 매력"
박관용 "용기와 결단의 지도자, 그리고 신념의 지도자였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거행되는 26일, 문민정부 시절 김 전 대통령과 함께 했던 측근들은 "인간적으로 매력이 많은 분"이라며 고인의 '인간적인 면모'를 회고했다.
문민정부 당시 최장수 대변인이자 환경부 장관으로 김 전 대통령과 함께 했던 윤여준 전 장관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돌파력이 뛰어난 그런 투사 이미지만 가지고 보면 상당히 두려운 존재처럼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데 가까이서 모셔보면 정말 다정다감한 면이 많은 분이다"라며 "참모들을 대하는 태도에도 격식이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이) 아주 자유롭게 얘기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셔서 그 당시 청와대 수석들은 대통령 앞에 가서 기탄없이 말을 했다"며 "심기를 거스르는 얘기를 해도 전혀 언짢은 기색도 안 하시고 말을 중간에 제재하는 법도 없었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놓았다.
윤 전 장관은 김 전 대통령의 인간적인 면모를 느꼈던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한일정상회담을 앞두고 제주도 횟집에 모시고 갔는데 다금바리가 수북이 상에 올라온 걸 보시고는 '이 비싼 걸로 배를 채우려고 하느냐'며 꾸중을 하셨다"며 "제가 '이럴 때 저희도 많이 먹어보게 해달라'고 했더니 접시를 도로 가져가려던 종업원을 말리며 '이 다음부터는 이러지 마라' 하시더라"고 했다.
김영삼 정부의 통일원 장관 겸 부총리를 지낸 한완상 전 부총리 역시 "김 전 대통령의 장점은 탁월한 인간적 매력"이라며 "주저없이 소통하고 이야기를 듣는다"라고 말했다.
한 전 부총리는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김 전 대통령과의 일화를 공개했다. 한 전 부총리는 "노동법 새벽 날치기 당시 제가 총리로 있었는데 그때 너무 가슴이 아파서 대통령 및 이하 이 정부가 정치 치매에 걸렸느냐고 신문에 칼럼을 썼다"며 "그렇게 했더니 대통령께서 격노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어 "제가 결국 (김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해 '표현이 과했다'고 사과도 하고,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은 문민정부가 날로 보수화되고 잘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지적하는 것에 대해 내가 가슴이 아프다고 말하니까 대통령은 그 이야기를 들으셨다"며 김 전 대통령의 장점에 대해 '인간적 매력'과 '소통'을 꼽았다.
문민정부 초기 2년 동안 비서실장을 지냈던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김 전 대통령을 "용기와 결단의 지도자 그리고 신념의 지도자"였다고 회고했다. 박 전 의장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어떤 경우도 자기가 원하는 방향이 아닌 방향과는 타협을 하지 않는 그런 분이셨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전 의장은 "대통령 자리에 앉아서 민주화를 완성시키는 것이 나의 목표라고 생각하고, 마지막에 3당합당을 하는 그 모습에서 또 한 번의 결단력을 보게 됐다"라며 "민주화를 완성시키고 부정부패를 없애고, 실명제를 하고, 군을 정리하고, 마지막에는 병마와 싸우는 그 모든 일생을 쳐다보면 '과연 이런 분이 있구나' 그런 생각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뜰에서 국가장으로 엄수된다. 2011년 국장과 국민장을 통합한 후 처음 치러지는 국가장이다. 영결식에는 장례위원 2222명을 포함해 유족·친지, 국가 주요 인사 및 각계 대표, 주한외교단·조문사절 등 1만명 이상이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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