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조용한 겨울? 믿는 구석 여기
FA 과열 양상 속에도 전혀 움직임 없어
특급 외국인 투수 2명 더한 선발진 믿어
KIA 타이거즈는 이번 자유계약선수(FA)시장에서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각 팀들이 앞 다투어 거금을 풀며 경쟁적으로 선수들을 사들였지만 KIA는 ‘내부육성’과 ‘합리적 가격’을 내세우며 제자리를 지켰다. 여기에 대해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얇은 선수층과 포지션별 경쟁력이 떨어지는 팀 사정상 장기적인 안목을 선택했다”는 긍정적 시각과 함께 “리빌딩이 한순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닌 이상 꾸준한 전력 보강은 필요하다”는 비판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KIA는 외부전력 영입은커녕 박기남, 최희섭 등 베테랑들마저 은퇴해 오로지 젊은 선수들 성장에 모든 것을 걸어야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KIA가 비시즌 손만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비싼 FA를 사들이는 대신 외국인 선수 영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일단 지난 2시즌 동안 활약한 외국인 타자 브렛 필(31)을 붙잡았다.
에릭 테임즈(29·NC), 야마이코 나바로(28·삼성), 짐 아두치(30·롯데) 등에 비하면 아쉬운 것이 사실이지만, KBO리그 평균 이상의 기량은 보장할 수 있고, KIA 야구단 역사상 더 나은 자원을 선발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안정성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투수 2명은 새로운 얼굴로 바꿨다. 지난 시즌 뛰었던 필립 험버, 조쉬 스틴슨, 에반 믹 등으로는 한계를 느낀 것이다. KIA가 야심차게 영입한 외국인 투수는 헥터 노에시(28·우투우타)와 지크 스프루일(28·우투우타)다.
KIA는 지난 2일 각각 170만 달러, 70만 달러에 이들과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둘 다 상당한 이름값을 자랑하는 투수들로 작년에 비해 외국인 투수만큼은 확실히 나아졌다는 평가다.
노에시와 스프루일은 둘 다 선발자원이라 제몫을 해준다면 선발진 만큼은 상당한 힘을 자랑할 수 있다. KIA 선발진은 기존 ‘좌완 에이스’ 양현종이 건재하고 잠시 마무리보직을 맡았던 ‘우완 에이스’ 윤석민도 돌아온다. 게다가 임준혁이 준수한 선발투수로 시즌을 마쳤다.
유창식, 홍건희, 한승혁, 김윤동, 김진우, 임기준, 문경찬 등 선발후보들도 넘쳐 특별한 변수만 없다면 5선발 시스템만큼은 무난히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노에시는 얼마 전부터 소문이 무성하던 투수다. 워낙 거물급이라 계약 성사 여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됐다. 비록 많은 경기에는 뛰지 못했지만 젊은 현역 메이저리거라는 점만으로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노에시는 듬직한 체구(192cm·93kg)에서 뿜어져 나오는 최고 스피드 시속 155km의 강속구가 일품이다. 체인지업과 커브의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메이저리그 5시즌, 마이너리그 9시즌 활동했다.
올 시즌에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소속으로 선발과 중간계투로 10경기 4패 평균자책점 6.89를 기록한 바 있다. 제대로 국내리그에 적응만 한다면 에스밀 로저스(30·한화) 못지않은 위력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195cm·90kg의 스프루일은 큰 키에서 내리꽂는 시속 150km대의 직구와 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등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 던지며 상대 타선을 공략한다. 여러 무기를 두루 갖춘 전천후 투수로 투구 밸런스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2시즌, 마이너리그에서 8시즌 동안 뛰었다. 올 시즌에는 보스턴 레드삭스 산하 포터킷 레드삭스(트리플A) 소속으로 35경기 5승 10패 평균자책점 3.94를 기록한 바 있다.
스프루일은 지난달 열린 ‘프리미어12‘에서 미국 대표팀 소속으로 활약했다는 점에서 국내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시 대한민국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 7탈삼진, 2볼넷, 무실점 호투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KIA는 외국인투수가 나란히 활약을 펼쳤을 때 좋은 성적을 남겼다. 정규시즌의 강자로 이름을 날렸을 때는 마크 키퍼, 다니엘 리오스가 있었으며, 2009년 우승 당시에는 아킬리노 로페즈, 릭 구톰슨이 펄펄 날았다. 노에시와 스프루일이 그러한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 KIA 팬들의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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