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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는 안심번호제 통과되면 큰일난다면서...


입력 2015.12.18 07:35 수정 2015.12.18 07:38        문대현 기자

<기자수첩>온갖이유로 반대하던 안심번호, 조용해진 이유가 '야당 합의 이행'?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지난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들어서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회는 20대 총선 후보자를 결정하는 경선에서 안심번호 도입을 통한 국민공천제를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안심번호제는 지난 9월 30일 여야 대표가 합의를 이뤘지만 청와대를 등에 업은 새누리당 내 친박계 의원들이 강하게 반대해 여당에서 막혀 있던 제도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14일 오후 전체회의에서 정당이 당내 경선과 지지도 조사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동통신사에 안심번호를 요청해 활용하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안에 따르면 이동통신사업자는 이용자에게 정당의 당내경선을 위해 본인의 이동전화번호가 안심번호로 제공된다는 사실과 그 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또한 누구든지 여론조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다수의 선거구민을 대상으로 성별·연령 등을 거짓으로 응답하도록 지시·권유·유도하는 행위가 전면 금지된다. 아울러 같은 사람이 두 차례 이상 응답하거나 이를 지시·권유·유도하는 행위도 할 수 없다.

앞서 이날 오전에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안심번호제 도입을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에서는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가 안심번호제에 대해 설명했고 별다른 이견 없이 통과됐다. 특히 지난 9월 이후 안심번호제를 격렬히 반대했던 서청원 최고위원도 "여론조사 기법상 문제가 없다면 도입하는 게 좋겠다"며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추석 연휴에 여야 대표간 합의를 이루며 안심번호제를 들고 온 김무성 대표에게 청와대와 함께 날카로운 화살을 쏘아올리던 친박계가 예상치 못하게 이를 통과시키자 정치권에서는 친박계가 비박계와 모종의 거래를 통해 합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다.

결선투표제와 안심번호제 주고 받기?

새누리당 최고위원들은 지난 6일 비공개 만찬을 갖고 결선투표제 도입에 전격 합의했다. 결선투표제는 경선에 3명 이상 후보가 경쟁할 경우 1차 경선을 거쳐 한 명을 걸러내고 1·2위 후보 간 2차 경선을 치러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방법이다. 이 제도는 현역 프리미엄보다 새 인물 발굴에 보다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진박'을 자처하는 현 정부 인사들과 청와대 관료 출신에게는 여의도 입성이 더욱 용이해질 수 있는 제도로 해석할 수 있다.

비박계는 자연스레 반발하고 있다. 한 비박계 의원은 최근 '데일리안'에 "김 대표가 결선투표제를 받아들였는데 그게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확인을 해봐야 할 것"이라며 "여러 명이 한 번에 대결을 펼쳐 1위가 올라가는 것으로 하면 현역에게 유리하지만 결선투표제를 통하면 현역들이 엎어질 수 있고 그 말은 곧 청와대에서 내리 꽂는 인사가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이 가운데 '안심번호제 전격 도입'은 정황상 친박계가 결선투표제를 고수하는 과정에서 안심번호제 도입을 수용했을 거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당초 '5대 불가론(Δ역선택 및 민심 왜곡 Δ조직선거 Δ세금 낭비 Δ전화조사와 현장투표 괴리 Δ절차 무시 졸속 합의)'을 들어 김 대표의 의견을 내리친 청와대는 지금 별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이 때 일로 청와대와 김 대표 간 전면전이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살벌했던 당시 분위기를 감안했을 때 현 상황은 쉽사리 이해하기 힘들다.

이학재 정개특위 간사는 갑자기 합의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안심번호로 100% 공천을 하자는 것이 아닌데, 논란이 됐을 때는 이를 경계한 측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도 "야당과 합의를 이행한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궁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당시엔 없던 야당과 합의를 이행하려는 마음이 이제 와서 갑자기 생겼다는 것인가? 당시 김학용 대표비서실장 등 일부 의원이 청와대의 우려에 대한 반박자료를 냈을 땐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는 말인가?

결국 청와대와 친박계가 안심번호제로 김 대표를 공격했던 것은 공천권 지분 싸움에서 지지 않겠다는 굳건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밖에 해석하기 어렵다. 더욱이 안심번호제는 2012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공정한 경선을 위해 도입됐던 제도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안심번호를 활용해 전화 여론조사를 돌릴 시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들에게 프리미엄이 붙는 만큼 자신들의 공천 지분이 줄어들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작정 반대부터 한 뒤 친박계 의원들이 이를 그대로 따랐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선이다.

친박계가 '모종의 합의'를 통해 안심번호제를 받았을 거라는 의혹이 사실일 경우 비박계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을 뽑는 제도를 '주고받기'식으로 정한다는 것은 그 누구든 지적 받아 마땅하다.

안심번호제 도입의 옳고 그름의 문제를 지적하려는 것이 아니다. 항상 '민생'을 외치고 '국민'을 외치는 정치인들은 알아야 한다. 특정 계파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는 정치권의 모습은 우리나라 정치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는 지름길임을.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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