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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발 '스모그'? 여당은 험지출마, 야당은 탈당


입력 2015.12.25 10:25 수정 2015.12.25 10:26        문대현 기자

새누리, 공천특별 기구 회의 이후 갈등 본격화 예상

새정치, 비주류 탈당 러시에 속수무책 문재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지난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대화를 나눈뒤 각각 얼굴을 만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성탄절을 앞두고 중국발 스모그로 뒤덮여 전국의 하늘이 뿌옇게 변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에는 국회발 스모그가 번져 향후 정국의 전망이 뿌연 상황이다. 20대 총선을 5개월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과 야당은 각각 '험지출마'와 '탈당 러시'로 내홍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한반도는 중국발 미세먼지에 비상이 걸렸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이날 오전 전국 대부분은 '나쁨' 수준의 농도를 보였다. 특히 인천에는 초미세먼지 주의보까지 발령되며 시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최근 정치권의 상황이 이와 매우 흡사하다. 여야의 상황은 '나쁨' 수준을 뛰어넘었다.

새누리당의 경우 최근 공천 룰을 둘러싸고 계파 간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당은 20대 총선에 나설 후보를 결정할 공천 특별기구를 완료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위한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그러나 공천 기구가 열리기도 전 이미 친박계와 비박계는 부딪히고 있다. 유명한 정치인들을 비교적 야당이 유리한 지역에 출마토록 하는 이른바 '험지출마론'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 명망가들이 수도권 접전지 등 험지에 출마해 승리에 앞장서 줄 것을 요청했다. '신박(새로운 박근혜계)' 원유철 원내대표와 '친박' 김태호 최고위원이 이런 뜻을 밝힌 가운데 '비박' 김무성 대표도 동의했다.

이후 김 대표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22일 부산 해운대구에 출마하려던 안대희 전 대법관을 만나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답을 들은 그는 다음날엔 오세훈 전 서울시장(서울 종로 출마 결심)을 만나 "당의 의견에 따르겠다"는 말을 유도해냈다.

김 대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거물급 인사들을 순차적으로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움직이자 '비박계'들은 힘을 실었다. 권성동 의원은 23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험지출마가 곧 전략공천이라는 등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지했고 홍일표 의원도 "험지 출마는 우리 당에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오기 위해서 필요한 전략적인 고려인 것"이라고 가세했다.

그러자 친박 쪽에서 가만 있지 않았다. 홍문종 의원이 총대를 멨다. 그는 23일과 24일 연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험지출마를 권유하는 사람부터 험지에 출마하라"고 사실상 김 대표를 겨냥했다.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유기준 의원 역시 "자신이 모범을 보이는 솔선수범 자세가 필요하다"며 김 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야당의 강력한 후보와 싸우려면 외부의 거물급 인사를 영입해도 시원찮을 판에 당내 선거부터 나가서 싸우라고 밀어넣는 게 말이 되냐는 설명이다. 또한 김 대표 먼저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김 대표는 함구하고 있다. 이 가운데 25일에는 공천 특별기구의 두번째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새누리당은 이 날 이후부터 공천 룰을 둔 계파 간 파열음이 본격적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미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탈당한 황주홍, 문병호, 김동철, 유성엽 의원과 함께 “반드시 정권교체하는 정당 만들겠다”고 신당창당을 선언 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탈당 러시' 이어지는 새정치민주연합, 갈등 봉합 언제쯤?

현재 새누리당에는 전운이 돌고 있는 상황이라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미 전쟁이 시작됐다고 해도 무방할 듯 하다. 지난 13일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5명의 의원(문병호·유성엽·황주홍·김동철·임내현)이 뒤따라 탈당해 안철수 신당에 합류를 선언해 새정치연합은 심각한 내홍에 빠졌기 때문이다. 호남 지역의 주승용·권은희 의원도 탈당이 유력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자 문 대표는 23일 최고위에서 '조기선대위' 카드를 꺼냈다. 그는 "혁신과 통합을 이룰 수 있다면 대표직에 아무 미련이 없다. 통합만 이루어진다면 저는 뭐든지 내려놓을 수 것"이라고 했다. 이 발언에 일부 의원들이 동의하며 수습이 되나 싶었지만 문 대표가 몇 가지 '전제조건'을 붙이면서 다시 갈등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문 대표는 대변인을 통해 (선대위에) 공천권을 줄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고, 이를 전해들은 비주류 측은 "그렇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문 대표를 향한 비주류의 불만은 전혀 해소되지 못 했다. 새정치연합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호남 지역 의원들마저 탈당을 하려는 움직임 보인다.

뿐만 아니라 김한길 전 대표, 박지원·박영선 전 원내대표 등 남아 있는 거물급 의원들도 총선 승리를 위해 문재인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며 압박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자신의 SNS에 "당 지도부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그래야 당권통합이 가능하다. 그래야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말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언론을 통해 "수도권, 전국에서 문재인 대표로 총선승리와 정권교체가 어렵다고 하고 있다. 호남분열을 경계하고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서라도 문 대표가 중요한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도 문 대표는 아직 사퇴를 밝히지 않고 있어 당의 갈등은 극에 치달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김 전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탈당할 경우 20여명의 동반 탈당의 가능성이 있다. 김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최재천 의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울러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 박주선 의원의 '통합신당', 박준영 전 전라남도지사의 신당도 있어 내년 총선을 앞둔 야권의 모습은 국민에게 걱정과 근심을 안겨주고 있다. 향후 야권의 전망은 매우 불투명해보인다.

국회 상황도 녹록지 않다. 선거구 획정과 쟁점 법안 처리를 놓고 24일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는 정의화 의장과 함께 회동을 가졌으나 빈 손으로 마무리됐다. 양 당은 특히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많은 경우의 수를 두고 협상을 진행했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법안 논의도 마찬가지다.

이에 여야 원내대표와 관련 법안 상임위원회 간사들은 26일 오후 3시에 만나 재협상을 갖기로 했고 여야 대표는 27일 정 의장과 다시 만나 선거구 획정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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