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도 안말랐는데...반올림, 합의정신 벌써 잊었나
<기자의 눈>재해예방대책 합의 다음날 보상·사고 문제 거론하며 상대 비판
양보와 타협없는 고집은 합의가 아닌 갈등만 부추겨
손바닥을 뒤집는 것과 같이 어떤 일이 쉽다는 의미로 '여반장(如反掌)'이라는 한자성어가 있다. 우리 속담에 있는 '누워서 떡 먹기'라는 말과 동일한 의미인데 어찌 보면 손바닥을 뒤집는 게 더 쉽다 할 수 있겠다.
특정한 일이 매우 쉽다는 의미 외에 어떤 약속 등을 자주 어길때와 같은 부정적 의미에도 쓰인다. 최근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 해결 과정에서 보여준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의 태도에서 이 한자성어가 떠올랐다.
지난 12일 '삼성전자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와 관련, 조정위원회'(조정위)의 중재로 삼성전자·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가족위)·반올림 등 세 주체가 재해예방대책에 대해 합의를 이뤄냈다.
특히 이날 합의로 외부 독립 감시기구 설치라는 반올림의 주장을 수용해 '옴부즈만위원회'를 구성하게 됐다. 이는 그동안 내부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로 반대해 온 삼성전자가 합의를 위해 전향적으로 양보했기에 가능했다. 현재 진행 중인 보상에서도 보다 많은 피해자들에게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보상 기준도 폭 넓게 적용했고, 수 차례 사과를 통해 진정성을 보여 온 데 이어 이번에도 타협을 위해 양보했다.
삼성전자는 가족위와 함께 보상위원회를 꾸려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보상을 해 왔고 보상위원회를 통한 보상을 거부하고 있는 반올림 소속 피해자들에게도 언제라도 보상을 하겠다는 열린 태도를 취하고 있다.
사과의 경우, 이미 지난 2014년 5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대표이사)이 대표이사 자격으로 공식 사과한데 이어 피해 보상자들에게 서면으로 사과문을 전달하는 등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의사를 표시해 왔다. 또한 이번 합의 후에도 권 부회장은 지난 14일 회사를 대표해 송창호 가족위 대표 등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 위로하고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다시한번 전달하며 진정성을 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올림은 재해예방대책에 대해 합의한 다음날, 기자회견을 통해 "보상과 사과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았다"면서 또다시 삼성전자를 겨냥해 맹비난했다. 언제 합의했냐는듯이 하루만에 돌변해 얼굴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현재 보상위원회를 통한 신청자 150여명 중 100여명에게 보상을 실시함으로써 대다수 피해자들이 이미 보상을 받았고, 수 차례 사과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보상과 사과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반올림의 주장은 납득되지 않는다.
특히 3주체가 어렵게 이룬 합의 다음날, 바로 상대방을 맹비난하면서 문제를 제기하는 행태는 합의정신을 손쉽게 저버린 것이다. 그동안 보상과 사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라고 주장해 왔던 반올림이기에 상황과 입장에 따라 조변석개하는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서로 이견이 있는 사안에서 가장 중요한 협상 자세는 타협과 양보다. 이 때문에 대화를 통한 타협과 양보로 상호 절충점을 찾아나가는 것은 민주주의의 가장 큰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모두 맞고 상대방은 모두 틀렸다는 고집과 아집의 자세로는 합의는 커녕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서로 합리적인 수준에서 요구하고 수용하는 것이 모든 협상의 기본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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