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213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소녀상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한일위안부 협상과 관련해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소녀상 이전을 조건으로 10억 엔을 받기로 했다는 설, 또한 이를 두고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와 이면합의를 했다는 근거 없는 소문 등 한일 협상의 의미를 축소·폄훼하는 주장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근거 없는 주장들은 이번 합의를 자국 정치에 활용한 일본 정치권의 부적절한 발언 때문에 더욱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아베신조 일본 총리,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 등 일본 정치권에서 "소녀상 이전이 되는 것으로 인식(생각)하고 있다"는 등 한일 합의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 관련 발언을 내놓고 있지만 "한일 양국정부가 합의하여 대외 발표한 내용 이외의 별도 합의는 없다"는 것이 한일 양국의 공식 입장이다. 우리 정부가 10억 엔이라는 대가로 소녀상 이전을 합의한 것도 아니고 이와 관련된 이면합의도 없다는 설명이다.
소녀상 이전과 10억 엔 맞바꾼 한일 이면합의?…"사실무근"
다만 일본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 12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10억 엔 지원과 한국 정부차원의 소녀상 이전을 연계한 질문에 대해 "최종적이고 비가역적으로 해결된 것인 만큼 한국정부가 적절하게 대처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일방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전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소녀상 이전은 민간의 영역으로 정부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는 원칙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20일 '데일리안'에 "이번 합의는 일본군의 관여라는 역사적 사실인정과 일본 정부의 책임 표명 및 내각 총리대신의 공개·공식적 형태의 사죄와 반성이 들어가 있다"면서 "이러한 것들은 소녀상 이전 문제와는 무관하다. 우리 정부가 소녀상 이전에 합의했다든가, 이전을 조건으로 10억 엔을 받기로 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 정치인의 발언이라면 무조건 사실로 믿고 정작 우리 정부 설명과 해명을 거짓으로 보는 시각도 문제"라면서 "사실과 진실이 터무니없이 왜곡되고 무차별적으로 전파되는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일본으로부터 10억 엔을 받고 위안부 문제를 최종 정리했다는 폄훼성 주장에 대해서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고령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본보에 "우리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원칙론만 강조했다면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한일 양국 간 영구미제로 남았을 것"이라면서 "일본의 '법적책임'이라는 명확한 사과는 이끌어내지 못했지만 생존해 있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일본 국고로 하는 것을 이끌어냈다는 점은 우리 정부가 실리에 기반해 최대한의 명분까지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위안부 합의, '군의 관여', '일본정부 책임', ‘총리 사과’ 포함은 '진일보'
아울러 과거 한일 정부 간 도출됐던 위안부 관련 성과들 가운데 가장 진일보한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동안 일본정부가 '도의적 책임'만을 인정하다가 이번 합의에서는 '군의 관여'라는 역사적 사실을 인정한 후 '도의적'이라는 표현을 삭제, "일본 정부의 책임을 통감하다"고 최초로 명시한 것이 진일보한 성과라는 평가다.
여기에 기시다 외무상이 대독을 하긴 했지만 "아베 신조 총리의 내각총리대신 자격으로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명확하게 입장을 표명한 것도 주목할만하다.
과거 일본의 민주당 정권 시절 비공식적으로 제시해왔던 '사사에안'에도 일본정부의 '도덕적 책임'이 전제돼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한일 간 합의는 일본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이끌어냈다는데 의의가 있다.
또한 일본 정부 예산을 일괄 출연해 국내에 위안부 피해자들의 지원을 위해 재단이 설립된다는 것도 지난 1990년대 일본 민간과 정부의 합작으로 설치된 아시아여성기금과는 차별화된 성과다.
아시아여성기금을 통한 위안부 피해자 지원은 민간모금과 정부예산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주체가 '일본정부'가 아니었다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설립되는 재단은 순수 일본 정부의 예산으로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치유를 위한 사업 진행한다. 이는 우리 정부가 국내에 설립하는 재단에 일본정부가 예산을 출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본 정부의 책임을 더욱 명확히 한 성과다.
정부 관계자는 "피해자 단체들은 과거 90년대 아시아여성기금의 피해자들에 대한 위로금 지급에 있어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 회피를 위해 민간모금으로만 충당코자 했다는 이유로 기금 수령을 거부한 바 있다"면서 "때문에 정부로서도 그동안의 한일 간 위안부 문제 협상 과정에서 일본정부 예산에 의한 책임 이행 조치를 도출해 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고 이에 따라 일본으로부터 순수 정부예산 일괄 출연이라는 조치를 합의로 이끌어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정부의 출연금으로 설립될 재단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면서 운영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한일 간 합의가 구두 발표로 이뤄진 것에 대해서는 "정부간 합의 형식은 여러 가지 방식이 있는데 이번 합의는 양국정부를 대표하는 외교장관이 내외신 공동기자회견에서 양국 국민과 국제사회가 지켜보는 가운데 발표한 공식적인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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