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현 '해외인턴 경험으로 외국계 재단서 계약직'
하인덕 '대학 진학 포기한 고졸생의 공기업 인턴 입사'
지난해 청년(15~29세) 실업률 9.2%. 이는 1999년 첫 통계 이후 최고치이자 전체 실업률 3.6%의 3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각 기업들이 2016년 상반기 공채를 앞두고 있지만 취준생들은 "취업의 꿈을 이룰수 있을까"라는 회의감부터 드는 것이 사실이다.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자"며 각종 세미나와 토론회가 열리고 연구자료들이 발표되고 있지만 취준생들의 입장과 기성세대의 해결책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다. '데일리안'과 '청년이여는미래'는 일자리를 찾으려는 청년 취준생들의 고충을 그들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청년실업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는 취지에서 그들의 '취업속사정'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세 차례에 걸친 연재 기사를 내보낸다. < 편집자 주 >
암담한 취업현실에 청년들의 한숨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반대로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취뽀’(취업 뽀개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들도 있다. 해외 인턴경험을 살려 외국계 재단에서 계약직으로 만족스러운 직장 생활을 경험한 유수현 씨(27)와 고등학교 졸업 후 공기업 인턴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하인덕 씨(23)는 대기업·정규직·대졸이라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취업 잣대’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해외인턴 경험으로 외국계 재단서 계약직 "정규직만 고집하지 않아"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수현 씨는 인터뷰 내내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다. 외국계 재단에서 1년 계약을 마치고 현재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는 그는 대기업·정규직에 얽매이지 않고 뚜렷한 자신만의 목표를 좇고 있었다.
지방의 한 대학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한 유 씨. 그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대기업 혹은 정규직 취업 준비에 나선 주변 친구들과 달리 편도 항공권을 끊어 무작정 독일로 떠났다. 혈혈단신으로 독일에 도착한 그는 이후 여러 기업에 지원서를 넣었고, 4개월간의 구직기간을 거쳐 한 기업에 계약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청년 세대가 흔히 이야기하는 대기업도, 정규직도 아니었지만 그는 자신이 원하는 근무 조건에 맞는 직장에서 값진 경험을 쌓았다.
“잠깐이지만 한국에서 회사생활을 해본 입장에서 비교를 하자면 독일에서는 계약직이라고 차별하거나 무시하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에요. 급여는 물론 모든 조건이 정규직과 다르지 않고 똑같이 대우하고 인정해주기 때문에 독일에서의 직장생활은 상당히 만족스러웠어요.”
비정규직에 대한 임금·근로조건이 정규직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인 우리나라와 달리 독일에서는 계약직의 근무 조건이 정규직과 동일하고 오히려 더 나은 경우도 있다는 게 유 씨의 전언이다.
“우리나라의 비정규직은 급여도 처우도 정규직과 너무 다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비정규직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기업 내에서도 비정규직을 함께 일하는 동료라기보다는 단순히 잠깐 왔다가는 ‘손님’처럼 대하기 때문에 중요한 일을 맡기지 않는다거나 차별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비정규직을 선호하지 않도록 만들고 있는 것 같아요. 그야말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 아닐까요.”
유 씨는 독일에서의 인턴 경험을 살려 이후 독일 프리드리히나우만재단 한국지부에서 1년 계약직으로 일할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 재단에서의 계약이 만료된 뒤 현재 취업준비생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는 그는 매일 독일어, 영어 공부를 빼놓지 않으면서 외국계 기업에 꾸준히 지원서를 넣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을 고집하지는 않아요. 대신 제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일하게 될 기업의 문화가 어떤지 이런 부분들을 중점적으로 보고 원서를 넣고 있어요.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시간이 저에게는 가장 중요해요. 적은 연봉이라도 원하는 일을 하고 싶기 때문에 계약직이라도 외국계 기업에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어요.”
그는 특히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서 낙담하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잊지 않았다.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저 역시도 우리나라의 취업 환경이 열악하고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렵다고 느껴요. 하지만 너무 자조적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해요. 대기업, 정규직만 고집하지 말고 나만의 것을 찾아 노력하면 분명 기회도 오고 가야할 길도 보일 거라고 생각해요.”
대학 진학 포기한 고졸생의 공기업 인턴 입사기 "대학 꼭 가야하나요?"
고등학교 졸업이라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공기업에 입사한 하인덕 씨. 수차례 시도 끝에 어렵게 진행된 20여분간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사진의 취업 사례를 전하기 쑥스러운 듯 재차 “운이 좋았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의 공기업 취업 성공 비결은 비단 ‘운’ 때문이 아닌 수많은 고민과 노력의 결실이었다.
5개월 동안의 인턴기간을 거쳐 지난해 11월 정규직으로 전환, 현재 홍보팀 사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하 씨는 현재의 직장생활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대학 진학을 당연시하는 우리나라에서 고졸 출신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그는 대학 진학을 포기했던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취업 전선에 뛰어든 것이 오히려 ‘신의 한 수’였다는 게 그의 말이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취업을 하게 된 것은 제 일생에 가장 잘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 씨는 지난해 4월 고3 생활을 시작하자마자 공기업과 금융기관에 입사원서를 넣기 시작했다. 스펙 중심의 인력채용 구조 개선을 위해 정부가 도입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의 채용 절차에 따라 그는 공기업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서류·필기·1차, 2차 면접 등 총 4단계를 거쳐 최종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특성화고에서는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면접 준비를 많이 시키는데, 실제 면접 때 보니 특성화고 학생들의 인사 방식이 모두 똑같아 상당히 놀랐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면접관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제가 어떤 직무에서 어떤 역할을 잘할 수 있는지 자신감 있게 말하는 것뿐이었고 다행히 그런 점을 좋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
사정상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취업이라는 목표를 세우게 됐지만, 하 씨는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보겠다는 의지를 갖고 차근차근 취업 준비를 해나갔다. ‘금융기관은 내신 30% 이내, 공기업은 내신 20% 이내’라는 특성화고 내 암묵적 기준에 부합하는 성적은 아니었다. 그러나 직무능력을 중심으로 한 NCS 기반 채용 제도를 믿고 공기업·금융기관 취업이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가고자하는 기업을 찾아 그에 맞는 자격증을 따거나 새로운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취업하려고 해야 하는데 제가 다니던 특성화고는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어요. 그래도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어떤 일이든 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성적이 좋지는 않았지만 학교 방과 후 수업도 모두 챙겨 들으면서 자격증도 따고 나름대로 꾸준히 준비한 것이 실제 취업과정에서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지금 특성화고에 다니고 있는 후배들도 ‘안 된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조금 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갓 스무살. 또래 친구들과 걱정 없이 놀아보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표하던 그는 이내 고등학교 시절 쌓아둔 역량을 모두 발휘하고 자신의 장점을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직장에 취업하게 돼 다행이라며 웃어 보였다. 특히 아버지뻘 직장 상사와 대졸 선배 회사원과 일하며 배울 점이 많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대졸 선배들이 일을 잘하는 것을 보면서 ‘난 왜 못 할까’하는 자괴감이 들 때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그분들이 저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따라가려해요. 고졸 출신이라고 차별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아빠한테 일 배워야지, 아빠 따라가야지’라고 하시면서 저를 아들처럼 대해주시는 상사들이 있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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