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이대호의 향후 거취에 '옵트 아웃(Opt-out)'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대호는 지난 4일(한국시각) 시애틀과 최대 400만 달러(약 48억 7000만원)에 1년 계약을 했다. 보장 금액이 적고 마이너리그행이 포함된 스플릿 계약이다. 아시아야구에서 최고 타자로 자리매김한 이대호의 위상이나 경력에 어울리지 않는 계약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옵트 아웃 조항이 알려지면서 미래를 대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을 확인됐다. 옵트아웃은 일정한 조건을 지정하고 선수가 그 조건에 부합하는 상황이 되면 계약기간이 남은 상황에서도 자유롭게 FA를 선언할 수 있는 제도다. 이대호는 메이저리그 현역 25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지 못할 경우, 3월말 다시 자유계약선수(FA)가 될 수 있다는 조건이다.
옵트 아웃은 대개 고액의 다년 계약을 한 메이저리그 FA 선수 계약에 해당되는 조항이다. 이대호와 같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거나 신인급 선수에 포함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이대호는 스플릿 계약과 맞바꿔 연봉이나 주전 보장을 포기한 대신, 사실상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확보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만 이대호나 시애틀이나 서로 계약해지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상호 ‘윈윈’이기도 하다.
물론 최상의 시나리오는 이대호가 스프링캠프에서 당당히 실력을 입증해 25인 로스터에 포함, 메이저리그에 입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애틀은 이대호 자리인 1루 또는 지명타자 포지션에서 치열한 주전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다음 시즌 시애틀의 주전 지명타자로 예상되는 넬슨 크루즈나 1루수 애덤 린드는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검증된 선수들이다. 백업요원으로 꼽히는 헤수스 몬테로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벌써 5시즌 이상 뛰었다. 나이는 적지 않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고 계약이 늦었던 이대호가 아무래도 경쟁자들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스프링캠프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이대호가 옵트 아웃 선언을 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때는 각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전력보강이 마무리 시점에 이르기 때문에 이대호가 미국 내 타 구단으로의 이적이 성사될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오히려 한국이나 일본으로의 귀환이 더 유력한 시나리오로 평가된다. 여전히 한국과 일본야구에서 실력이 검증된 이대호의 위상은 높은 편이다. 이대호의 친정팀 롯데 자이언츠나 소프트뱅크 호크스 등은 이대호가 FA로 풀린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국내 언론들을 비롯해 '닛칸 스포츠' 등 복수의 일본 매체들도 이대호의 옵트 아웃 조항을 관심 있게 보도하기도 했다.
물론 옵트 아웃은 하나의 변수일 뿐이고 이대호는 당연히 시애틀에서의 생존과 메이저리그 입성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옵트 아웃을 통해 하나의 보호구를 장착한 이대호는 부담 없이 스프링캠프에서의 생존 경쟁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팬들도 기왕이면 다음 시즌 메이저리거를 누비는 이대호의 당당한 모습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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