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시그널'서 존재감 뽐내
연기력·시청률·화제성 모두 잡아 호평
"내 심장 돌려주세요."
'츤데레' 매력남들이 안방극장을 장악했다. '츤데레'는 겉으로 무뚝뚝하나 속은 따뜻한 사람을 뜻하는 일본식 신조어로 최근 여성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남성 스타일을 대표한다.
툴툴거리지만 속정 깊고 은근슬쩍 날 챙겨주는 남자에게 끌리지 않는 여자가 있을까. 안방극장도 최근 추세를 반영하듯 남자 주인공을 통해 로맨스 판타지를 보여주고 있다.
'태양의 후예' 유시진 대위 송중기
최근 브라운관에서 활약하고 있는 남자 배우 중엔 KBS2 수목극 '태양의 후예'를 이끄는 송중기가 독보적이다.
드라마는 방송 3회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한류 여신 송혜교의 덕도 있지만 송중기의 공이 더 크다. 방송이 끝난 직후면 "송중기에게 반해 심장이 없어질 뻔했다"는 시청평이 이어진다.
송중기는 극 중 엘리트 코스를 밟은 특전사 소속 해외 파병팀장 유시진 역을 맡았다.
'트리플'(2009), '성균관 스캔들'(2010), '뿌리 깊은 나무'(2011), KBS2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2012), 영화 '늑대소년'(2012) 등에서 소년 이미지를 드러낸 송중기는 제대 후 '상남자'의 매력을 제대로 드러내고 있다.
소년에서 남자가 된 송중기는 유시진을 만나 훨훨 날고 있다. 특히 내 여자만을 지키겠다는 순정은 '훈훈한 외모'와 어울려 극대화된다.
항상 바쁘고 무뚝뚝해 보이지만 모연(송혜교)을 위해선 명령 불복종도 식은 죽 먹기 수준이다. 비현실적인 일도 송중기가 하면 더 멋있다.
김은숙 작가 특유의 오글거리고 유치한 대사는 송중기의 중저음 목소리를 타고 시청자의 심장을 저격한다. '오글' 이 '설렘'으로 바뀌는 건 당연지사다.
"머니까, 오래 같이 있고 싶거든요", "그럼 살려요", "걱정하는 남자가 많은 거 아닙니까? 이 시간 이후 내 걱정만 합니다", "폭탄을 부탁합니다. 좀 전까지 괜찮았는데 누구 때문에 문 부수고 나가고 싶어졌습니다" 등이 그렇다.
4화 후반부에서 와인을 마시던 모연이 "되게 먹고 싶은가 봐요"라고 하자 송중기가 "방법이 없진 않죠"라며 기습 키스를 시도한 장면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다음과 같다. "송중기 키스신 보다가 심장 마비 걸릴 뻔했다", "와인 병째로 마시는 연습 좀 해야겠다."
'시그널' 이재한 형사 조진웅
장르물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tvN '시그널'에도 여성 시청자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남자 배우가 있다. 바로 조진웅과 이제훈. 드라마는 최근 10%를 돌파하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탄탄한 이야기, 숨 돌릴 틈 없는 전개,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 등이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조진웅은 이재한 형사 역을 맡았다. 잔머리 굴릴 줄 모르고 한번 시작하면 무조건 직진인 우직한 스타일이다.
가진 자들이 온갖 술수를 쓰며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는 자들은 부정부패를 해가며 위로만 올라서려 할 때 그는 홀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정의를 바로 세운다. 어쩌면 이 시대의 마지막 희망과도 같은 존재다.
모두가 외면한 사람, 사건도 이재한 형사가 만나면 달라진다. 소외된 사람들에게 귀 기울일 줄 알고, '나쁜 놈'들을 끝까지 찾으려 하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빛을 본다.
이뿐만이랴. 첫사랑을 고이 간직한 순수한 모습, 차수현(김혜수)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 범인에게 당할 뻔한 수현에게 "늦게 와서 미안해"라며 오열한 장면 등은 따뜻한 마음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지난 14회에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진실을 밝히려는 조진웅의 정의감이 시청자의 가슴을 울렸다. "2000년 2월 18일에 형이 살해당한다. 형을 꼭 살려달라"는 박해영(이제훈)의 무전을 받은 이재한은 "내가 다 밝히겠습니다. 걱정 마세요"라며 피가 흘러나오는 배를 움켜쥔 채 병원을 빠져나갔다.
그간 영화와 드라마 등 다수의 작품에서 활약해온 조진웅의 연기력은 토를 달 수 없는 수준이다. 미련한 곰 같으면서도 속은 누구보다 따뜻하고 여리고, 눈물 많은 이재한은 조진웅과 꼭 맞는 배역이라는 찬사가 잇따른다.
현재의 이재한이 백골 사체로 발견된 가운데 시청자들은 "박해영, 이재한, 차수현 모두 살려달라"며 호소하고 있다.
'시그널' 박해영 경위 이제훈
장기미제수사팀 프로파일러 박해영으로 분한 이제훈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극 중 많은 분량을 소화 중인 이제훈은 극 초반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으나 회를 거듭할수록 그런 얘기는 쏙 사라졌다.
영화, 드라마를 통해 나이답지 않은 단단한 연기력을 선보인 바 있는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역할에 잘 묻어나며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치고 있다.
어렸을 적 가족을 잃은 트라우마를 지닌 아픈 모습, 사건을 빠르게 해결해가는 우직함, 범인을 끝까지 추적하고 돈으로 죄를 숨기는 사람들을 끝까지 잡으려는 장면 등에서 매력은 배가 됐다.
다친 수현을 걱정하고 챙기고 수현의 집에서 말끔히 청소하는 장면도 여심을 저격하기에 충분했다.
손이 베일 듯한 날렵한 콧날, 마냥 끌리는 맑고 깨끗한 외모는 어떤가. 여성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포인트다. 특유의 대사 톤도 이제는 귀에 쏙쏙 들어온다는 평이 나온다.
한 시청자는 "이제훈은 고등학생, 프로파일러 연기 할 때 말투부터 행동까지 상황에 따라 다르다"라며 "얼굴이 확확 바뀌는 천의 얼굴을 가졌다"고 호평했다. 또 다른 시청자는 "이제훈 하면 박해영 밖에 생각 안 난다"며 "특유의 목소리도 좋다"고 했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은 '20년이 지나도 그대로'인 대한민국에서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묵묵히 변화를 시도하는 '시그널'의 두 사람을 통해 대리만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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