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마수걸이 홈런을 터뜨렸던 이대호(34·시애틀)가 이번에는 수비에서 발군의 실력을 선보였다.
이대호는 9일(한국 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굿이어 볼파크에서 열린 클리블랜드와의 시범경기에 5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무안타 1볼넷 1득점을 기록했다.
이대호는 2회초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트레버 바워를 상대로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골라 걸어 나갔다. 이어 펼쳐진 주루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 이대호는 후속타자 숀 오말리의 우익수 앞 안타 때 3루까지 내달렸고, 이후 마이크 주니노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때 홈을 밟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체중을 감량한 효과를 본 셈이다.
두 번째 타석인 4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우익수 플라이로 아웃됐고, 7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아쉽게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날 경기서 안타를 뽑아내지 못했지만 돋보였던 장면은 바로 수비였다. 이대호는 1회말 수비 때 호세 라미레스가 장타를 뽑아낸 뒤 3루까지 달리다 2루로 귀루하자 잽싸게 2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가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또한 2회말 무사 2,3루에서는 윌 베너블의 1루 쪽 강한 땅볼 타구를 멋지게 캐치, 홈으로 뛰어들던 주자를 잡았고, 계속된 1사 1,3루 상황에서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진 병살 플레이를 완성했다.
이는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을 노리는 이대호에게 청신호가 될 수 있다. 당초 메이저리그 팀들은 FA로 도전장을 내민 이대호에 대해 타격은 나무랄 데 없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영입을 주저했던 이유가 바로 수비와 주루 플레이였다.
사실 수비 부문에 있어 이대호의 능력치는 그리 떨어지는 편이 아니다. 큰 몸으로 인해 둔해 보이고, 수비 범위가 좁다는 특징이 있지만 특유의 유연성을 바탕으로 포구 및 타구 처리 능력은 충분히 평균 정도에 이른다.
다만 문제는 역시나 주루 능력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이대호는 혹독한 체중 감량을 통해 스피드를 조금이나마 살리는데 성공했다. 이날 2회 3루까지 폭풍질주를 펼친 것이 그 증거다.
한편, 이대호는 이날까지 타율 0.286(7타수 2안타)을 기록하게 됐고, 출전한 4경기 모두 출루에 성공해 출루율 0.444을 유지하고 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