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탈락하면...대구는 재선 조원진이 '중진'

3선 주호영 서상기 유승민 날라가고 초선 윤재옥·김상훈·김희국·류성걸 남아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대구 지역의 중진 의원들이 보이지 않는다. 현역 교체율이 저조했던 타 지역구와는 달리 선거 때마다 쇄신과 개혁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대구에서 대대적인 인적 물갈이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3선의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과 서상기 의원(북을)이 공천에서 탈락함으로 남은 중진 의원은 3선의 유승민 의원 뿐이다. 그러나 유 의원마저도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14일 대구지역 현역 3선 의원인 비박계 주호영·친박계 서상기 의원과 초선인 권은희(북갑)·홍지만(달서갑) 의원 등 4명을 20대 총선 공천에서 원천 배제했다.

대구 현역 의원 12명 중 불출마를 선언한 2명(이한구·이종진 의원)을 제외하면 남은 의원은 유승민 재선 조원진, 초선 윤재옥·김상훈·김희국·류성걸 의원 등 6명이다. 컷오프의 핵심 타겟으로 지목되고 있는 유 의원과 그와 가까운 초선 의원들이 상당수 공천배제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남아있는 중진 의원이 거의 없고 낮은 선수들만 남게 돼 대구 정치권의 역량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본보에 "선거를 통해 이기는 사람이 지역구 활동이나 의정 활동을 더 열심히 하지 꽂아서 당선되는 초선은 열심히 하지 않는다. '막대기라도 꽂으면 당선될 것'이라는 식으로 공천한다면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교수는 "국회에서는 선수(選數)가 중요하다"며 "대통령의 임기 동안에 맡겨진 임무를 성실히 수행한다는 용도가 있을 지는 몰라도 국회의원으로서의 의정경험이라던가, 지역구민과의 일체감, 야당과의 협상력 등에서 초·재선은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공백이나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짚었다.

특히 각각 여성 우선추천지역과 장애인 청년 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된 주 의원과 서 의원의 지역구의 경우 경쟁력 있는 인재를 확보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대대적인 물갈이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주 의원은 "신청자조차 없는 여성후보 우선 공천지역으로 발표한 것은 수성구민을 무시하고 능멸한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에 박종희 공관위원은 "다른 곳은 (예비후보가) 여러명인데 거기는 (주 의원이 단독으로 후보 등록해) 피해가 적으니까"라며 다수의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답변만 내놓았다.

오히려 '텃밭'이라는 이유로 계파 색채가 강한 인사들만 내리꽂는 식의 공천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8대 총선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친이계가 주도한 공천에 대해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19대 총선에서는 친이계를 배제한 채 친박계 위주의 인적 쇄신이 이뤄졌다. 당시 이재오, 정몽준 등 거물급 비박 현역은 남겨두고 그들의 '수족'만 잘라내면서 친이계 학살 논란이 분분했다. 29일 앞으로 다가온 20대 총선에서도 '솎아내기+꽂아넣기' 식의 공천이 이뤄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