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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학살' 비박계들의 각자도생, 생환율이...


입력 2016.04.14 17:03 수정 2016.04.14 17:06        장수연 기자

생환한 유승민·주호영·안상수·강길부 첫 과제는 '복당'

전문가 "풍비박산난 새누리, 당분간 계파갈등 잠잠할 것"

새누리당 공천에서 학살된 후 각자도생의 길을 택했던 비박계의 생환여부가 엇갈렸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새누리당 공천에서 학살된 후 각자도생의 길을 택했던 비박계의 생환여부가 엇갈렸다. 공천 탈락에 불복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승민, 주호영, 안상수, 강길부 당선인 등은 20대 국회로 무사히 돌아왔지만 이재오, 조해진 후보 등은 낙선했다.

새누리당 공천 파동의 주연인 유승민 의원은 13일 4선에 성공했다. 대구 동구을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 당선인은 이승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큰 표차로 승리했다. 이번 총선 승리로 유 당선인은 여권 내 친박계의 대항마이자 잠재적 대선주자로서의 위상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3선의 무소속 주호영 의원이 46.8%의 지지를 얻어 새누리당 '진박' 이인선 후보(35.5%)를 꺾고 당선됐다. 주 당선인은 유 당선인과 함께 대구 지역 최다선 의원이 됐다. 역시 당 공천결과에 반발해 탈당 후 무소속 출마한 울산 울주군의 강길부 당선인(40.3%)도 김두겸 새누리당 후보를 꺾었다. 강 당선인 역시 4선 고지에 오르게 되었다.

안상수 의원도 생환에 성공했다. 안 당선인은 인천 중동옹진강화에서 4만1504표(31.7%)를 얻어 배준영 새누리당(30.6%), 조택상 정의당(22.6%), 김회창 국민의당(14.9%)를 눌렀다. 중구동구옹진군에서는 모두 배준영 후보에게 졌지만 강화군에서 더블스코어 차로 이겨 당선의 영예를 안은 것이다. 안 당선인은 강화군에서 1만8774표(53.6%)를 얻었고, 배 후보는 9119표(26.0%)를 얻었다.

이들의 선거 후 첫 과제는 새누리당 복당 문제다. 유 당선인은 당선이 확실시된 13일 오후 11시 40분께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지금 당이 굉장히 힘들고 어떻게 하면 당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지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당을 떠났지만 한 번도 새누리당 사람 아니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복당 의지를 밝혔다. 안상수 당선인도 "조건 없이 새누리당에 복당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복당 문제는 여전히 뇌관으로 남아있다. 살아남은 비박계 무소속이 많을수록 당내 비박계가 복당할 명분도 커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친박계의 입장에서도 과반 의석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무소속 당선자의 복당을 불허할 명분이 마땅치 않다.

이날 사퇴의사를 밝힌 친박계 김태호 최고위원은 복당 문제에 대해 "이 정부도 마무리를 잘해야 하고 보수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세 확장도 필요하기 때문에 새 질서를 만들고자 하는 뜻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문호는 과감히 개방하는 게 맞지 않나"라며 긍정적인 의사를 보였다.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지금 선거가 끝난 지 하루밖에 안 됐는데 무소속을 입당시키겠다는 얘기조차도 사실 국민들이 보기에 겸손하지 못하다"면서도 "무소속이라도 다 똑같은 무소속은 아니다"고 선별적으로 복당시킬 것을 시사했다.

반면 옛 친이계 맏형 격인 이재오 후보는 서울 은평을에 무소속으로 나섰지만 초선의원에 도전하는 강병원 더민주 후보에 밀렸다. 당초 이 지역구에는 강병원 더민주 후보와 고연호 국민의당 후보가 있었고, 정의당 현역 비례대표 의원인 김제남 후보도 도전장을 냈다. 서울에서도 야권 단일화가 특히 까다로운 곳으로 꼽혔음에도 개표 결과 이 후보 득표율은 3만4313표(29.5%)에 그쳐 강 후보에 크게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6선 고지 앞에서 무당적의 한계에 봉착한 이 후보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낸다"며 "그동안 격려해주시고 지지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소회를 밝혔다.

'친유' 조해진 후보는 '친박' 엄용수 당선인에게 패했다. 친박 대 친유 대결로 관심을 모은 밀양의령함안창녕 선거구의 최종 승자는 엄용수 새누리당 후보였다. 조 후보는 접전 끝에 2.9% 차이로 엄 후보에게 패하면서 지역구 수성에 실패했다. 무소속 유승민 당선인이 일으킨 '백색 돌풍'도 경남의 민심을 흔들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계파 간 전쟁이 벌어질 6~7월 전당대회에서 균형추 역할을 해줄 비박계 중진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친박계에서는 차기 당 대표 후보로 최경환 의원을 비롯해 원유철 원내대표, 유기준 홍문종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비박계에서는 유승민 후보가 거론되지만 세 결집력이 약하다는 점에서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주호영 후보도 하마평에 오르내리지만 계파 색이 옅어 '킹'이나 '킹메이커'는 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비박계에서 이렇다할 인물이 없다는 것과 관련해 전문가는 당분간은 당내 계파 갈등이 잠잠할 것으로 내다봤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은 풍비박산이 났기 때문에 친박, 비박을 나눌 상황이 아니다"라며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있는 새누리당에서 계파 간 갈등이 다시 벌어진다면 그나마 있는 지지율도 하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을 다 질러놓고 너 때문에 불이 났니, 나 때문에 불이 났니 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 어쨌든 빨리 당을 재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장수연 기자 (telli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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