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째 물망 오른 '김황식'…이번에는 정말로?
계파색 옅고 호남 출신 여권 인사라는 장점 가져
큰 권한 없는 비대위원장 맡을지는 미지수
새누리당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놓고 계파 간 이견에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 전 총리는 총리 퇴임 이후 정치권과 거리를 뒀지만 2014년 서울시장 선거 부터 각종 자리가 생길 때마다 계속해서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김무성 대표의 사퇴 이후 원유철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에 추대되자 비박계 의원들은 강력하게 반발하며 원외인사를 앉혀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하태경 의원은 지난 18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 "책임 있는 사람이 다시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을 적절치 않다"고 원 원내대표를 겨냥했으며 이학재, 김세연, 황영철, 오신환 등 비박계 의원들도 이와 기조를 함께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각에서는 김 전 총리의 이름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조간 보도에 의하면 친박계와 비박계 모두 김 전 총리가 비대위원장에 오르는 것에 대해선 큰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정현 의원도 19일 'SBS 라디오'에서 "김 전 총리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거들었다.
1948년생으로 대법관을 거쳐 2008년 감사원장에 올랐다가 2010년 10월부터 2013년 2월까지 MB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역임한 그는 최근 새누리당에서 요직을 뽑을 때마다 우선적으로 후보에 거론돼왔다. 최초 제안은 서울시장 자리였다.
김 전 총리는 지난 2014년 2월, 당시 황우여 대표로부터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요청 받았다. "심사숙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운을 뗀 그는 장고에 들어갔고 한 달이 지난 3월 16일 "대한민국의 심장인 서울의 발전과 시민을 위해 내 경험과 깨달음을 쓸 수 있다면 그 과정이 아무리 험난해도 보람되고 행복한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공식 출마를 발표했다.
당시 정가에선 "김 전 총리가 '더 큰 목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서울시장 출마는 그 과정의 일환"이며 "만약 패하더라도 인지도를 굳힌다는 차원에서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다"라는 말이 돌았다. 이에 따르면 김 전 총리는 사실상 대권을 바라보고 정치적 움직임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김 전 총리는 친박계의 지원을 등에 업고 정몽준 후보와 이혜훈 후보에 맞섰으나 정 후보의 압승하며 체면을 구겼다. 자존심에 금이 간 김 전 총리는 더 이상 정치 활동에 나서지 않았으며 이후에도 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 각종 요직에 오를 인물로 거론되면서 존재감을 나타냈다.
재보선, 총선, 공관위원장, 비대위원장 등 새누리 위기마다 거론
2015년 4.29 보궐선거를 앞두고 그는 광주 서을 후보로 거론됐다. 당시 새누리당은 지역에 신청한 후보자들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판단 하에 중량감 있는 후보자가 출마를 꾀했고 당시 정승 식품의약품안전처장과 김 전 총리가 물망에 올랐다.
다시 김 전 총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갔지만 김 전 총리는 큰 뜻을 보이지 않았고 결국 정승 처장에게 그 자리는 돌아갔다. 비슷한 시기 당시 이완구 국무총리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연루된 여파로 사퇴 의사를 밝혔고 후임 총리 후보자가 거론되는 과정에서 김 전 총리의 이름이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후 한동안 잠잠했지만 20대 총선을 앞두고 다시 급부상했다. 지난해 말 김무성 대표는 그동안 새누리당에 열세지역, 이른바 '험지'에 김 전 총리와 안대희 전 대법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저명인사를 투입하려고 움직였다. 정치적 유명인사 출마를 통해 선거바람을 일으킨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김 전 총리는 나서지 않았다. 안 전 대법관과 오 전 시장은 김 대표의 요청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김 전 총리는 "조용히 돕겠다"며 출마를 고사했다. 그의 뜻은 확고부동했고 결국 20대 총선 출마자 명단에 '김황식'이라는 이름은 포함되지 않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앞으로 국민을 위해서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며 '국회 심판'을 강조하며 이른바 '진박' 후보가 이슈가 된 가운데 친박계와 비박계는 공천관리위원장 선임을 두고 갈등을 빚었고 김 대표를 포함한 비박계는 김 전 총리를 기용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친박계의 요구에 따라 이한구 의원을 공관위원장으로 확정하면서 김 전 총리의 등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공천 작업이 마무리 된 다음에는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외부 영입 후보로 적극 검토됐다. 그러나 원외 몫으로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뽑히며 김 전 총리의 이름은 다시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선거는 새누리당의 참패로 끝 났고 김 전 총리는 이번엔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잊을만 하면 나오는 그 이름 '김황식'…왜?
김 전 총리의 자의든 아니든 그는 총리 퇴임 이후 총 7번에 걸쳐 다양한 직책 후보 물망에 올랐다. 그가 이렇게 거론되는 이유에는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엷고 호남 출신 여권 인사라는 강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MB 정부에서 총리를 지냈지만 지방선거 땐 친박계의 지원을 등에 업기도 했다.
한 여권인사는 19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김 전 총리에 대해 "뚜렷한 계파가 없고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나이나 경력이나 적당하다. 정치권에 크게 개입했던 적도 없고 무난한 인물"이라며 "크게 안티가 없다는 점이 그의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당이 더욱 참신한 인물을 찾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도 있다"며 "예전에 20대의 이준석을 비대위원에 뽑았을 때 얼마나 임팩트가 컸나. 당이 지금 위기라고는 하지만 아직 계파 싸움을 하는 등 절실하게 체감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김 전 총리가 정치권과 거리를 뒀지만 이번에는 다를 수도 있다고 본다"며 "지금 당의 위기 상황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웬만큼만 역할을 해줘도 그에겐 이익일 것"이라며 김 전 총리의 구원 등판을 예상했다.
반면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달랐다. 그는 "원외 인사 중 개혁적 성향을 띤 신선한 카드가 많이 없다"며 "최장수 총리를 지내며 특유의 우직함도 갖고 있다. 또한 당 입장에서도 친박과 비박 모두 거부하지 않는 카드"라고 설명했지만 이번 비대위원장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 달 반 정도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 외에는 크게 권한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며 김 전 총리가 비대위원장을 맡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전 총리는 "아는 바 없다"고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당이 김 전 총리에게 공식적으로 제안을 할 지도 확인되지 않아 김 전 총리가 위기에 빠진 새누리당을 구하는 역할을 하게 될진 여전히 미지수다.
한편 일부 비박계 의원들은 김 전 총리가 혁신적 어젠다로 개혁을 이끄는 인물에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김황식 카드'를 반대하고 있다. 또한 일각에선 청와대와 불편한 관계에 놓여 있는 사람이 비대위원장이 돼야 쇄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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